[데스크 칼럼] 왜곡된 원윳값이 촉발한 푸르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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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피더스, 가나초코우유로 잘 알려진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회사 설립 45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인 노브랜드 우유 등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던 것이 푸르밀 제품이었다.
반면 푸르밀은 기존 우유 생산에만 머물면서 적자가 쌓였고 회사의 결손금이 작년 기준 240억 원에 이르게 됐다.
푸르밀 사태는 값싸고 질 좋은 우유를 만들어 팔아봐야 지금과 같은 구조 속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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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피더스, 가나초코우유로 잘 알려진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회사 설립 45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4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면서 유통업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됐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종료를 두고 노동조합은 오너들의 경영 감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납득이 가는 해석이지만, 푸르밀 사태의 본질은 낙농산업의 왜곡된 가격 결정 구조에 있다.
국산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는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아 남아도는데도 가격은 정부의 보호 울타리 안에서 해마다 올랐다.
자유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는 원유 가격 결정제도 때문이다.
푸르밀은 어떤 회사였나. 질 좋은 흰 우유를 값싸게 판 곳이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인 노브랜드 우유 등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던 것이 푸르밀 제품이었다.
바꿔 말하면 푸르밀은 그동안 대중적인 유제품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여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낙농업자들이 20년 전부터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독점적인 지대를 추구하면서 우유 가공업체들은 사겠다는 사람이 줄어드는 데도 수입 원유 대신 값비싼 국산 원유를 사 왔다.
저출산으로 원유 소비는 10년째 최저인데 국내에서는 원유 가격을 보장하고 기업들이 생산된 원유를 매년 비싼 가격에 전량 매입하면서 우유 가공업체의 적자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구조 탓에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같은 회사들은 셀렉스·하이뮨 등 건강기능식품에 눈을 돌려 위기를 타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푸르밀은 기존 우유 생산에만 머물면서 적자가 쌓였고 회사의 결손금이 작년 기준 240억 원에 이르게 됐다.
이런 모습은 정유회사들과는 딴판이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들은 원재료비로 볼 수 있는 국제 원윳값이 오르면 오히려 마진이 커진다.
왜냐하면, 오른 원재료비를 휘발유나 경유 가격에 반영해 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유 가공업체의 경우, 치열한 경쟁 탓에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낙농업자들이 올리는 대로 마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등과 같은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제조사의 마진을 최소화하는 ‘1+1′ 식의 할인상품 공급을 종용하면서 이들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살인적인 환율에 더해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적자 위기에 몰린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유는 식품 산업의 석유로서 빵·치즈·과자·초콜릿 등 각종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재료다.
그러나 낙농업자들의 담합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수입물량을 제한함으로써 결국 소비자 편익을 희생해 온 세월이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편화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푸르밀 사태는 값싸고 질 좋은 우유를 만들어 팔아봐야 지금과 같은 구조 속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6년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우유가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온다. 이는 수십 년간 정부 울타리 안에 있던 낙농업자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낙농가는 여전히 자신들이 생산한 원유를 무조건 비싸게 사들이라며 원유 가격 결정제도를 손보려는 정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언제까지 소비자 편익을 희생해 생산자들의 지대 추구를 도와야 하는 건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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