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긴축 와중에 너도나도 '전용공장 신설'…"믿을 건 전기차" [車 한파 온다(중)]

노정동 2022. 10. 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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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올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증가한 94억2400만위안(약 1조880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전체 순익(약 1조63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CATL은 "국내외 신에너지 업계의 빠른 발전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실적 전망이 밝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7조6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3분기에만 5219억원을 올렸다. 올해 들어 누적 9700억원으로 연간 영업익 1조원 돌파를 사실상 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매출 목표치를 당초 제시했던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올려잡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맞고,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엔진 이슈로 영업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만 호실적을 올린 셈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북미와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투자 '올인'

내년 자동차 산업이 수요 둔화로 급랭기를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만 유일하게 호황을 누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도 전체적 투자 규모를 줄이지만 전동화 전환에만 조(兆) 단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내연기관 수요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아우디는 중국 창춘에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연 15만대 규모로 공장이 준공되는 2024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생산한다. 아우디의 주력인 유럽 시장이 최근 에너지 위기 여파에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자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중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략이다. 아우디의 모회사 폭스바겐그룹은 오는 2030년 전기차 시장이 내연기관차를 뛰어넘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한다.

2조8000억원을 들인 중국 랴오닝성 전기차 선양 공장 가동을 시작한 BMW는 최근 미국에 2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전기차·배터리 제조시설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최소 6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전기차 단일 투자로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이 BMW의 전기차 전략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GM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350억달러(약 45조원)를 투자하고 최소 30종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달 "2025년까지 테슬라를 앞질러 세계 전기차 시장 1위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계획 중인 배터리 3공장 외에, 4공장 부지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올 4분기 투자를 3000억원 줄이기로 한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투자에는 팔을 걷었다. 지난 26일 정의선 회장이 직접 미 조지아주로 가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마쳤다. 내년 상반기 본공사에 돌입해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 구자영 현대차 전무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전기차 판매목표는 올해 목표인 22만대 대비 약 40% 이상 증가(약 31만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오닉6는 전체 전기차 판매의 20% 수준에 해당하는 6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 줄줄이 단종

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한국GM 쉐보레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경차 스파크 단종을 선언했고, 준중형 말리부도 연내 단종된다. 기아는 K3, 현대차는 쏘나타, 제네시스는 G70 등이 현재 단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제네시스 G70과 G80 디젤 모델은 단종된 상태다.

가솔린, 디젤 판매 위축세는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역대 최대인 36만6665대를 기록했다. 올 9월까지 37만616대를 팔아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 4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기아 쏘렌토 같은 모델은 국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2.4%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택하는 선택지 중 하나의 성격이 강하다"며 "디젤과 가솔린 차량에 대한 외면은 점차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총 430만대의 전용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8% 감소하고, 그중 내연기관차 판매는 16%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EV볼륨은 올해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총 1060만대에 달하고 이 중 800만대가 전용전기차라고 관측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예상 판매량이 약 7800만대임을 감안하면, 10대 중 1대 이상은 전기차가 팔리는 시대가 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올 1~9월 누적 전용전기차 판매량은 11만7000대로 지난해 연간 실적(9만7000대)을 이미 넘어섰다.

중국은 더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새로 등록한 차량의 25%가 전기차다. 지난달(9월)에는 이 수치가 더 늘어나 새로 등록된 차량의 35%가 전기차로 나타났다. EV 볼륨은 현재 추세라면 이르면 2024년 하반기, 늦어도 2025년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절반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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