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의 조건’ 살펴보니…쿠팡이 대만 고른 이유 보이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2022. 10. 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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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 쿠팡이 대만에서 국경을 넘어서는 '로켓직구'를 선보인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즉시배송(퀵커머스) 사업으로 일본과 대만 두 개 나라에 이미 진출해 있었지만, 국경을 넘어서는 크로스보더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로켓직구로 서비스 문을 열었지만, 핵심은 로켓배송이죠. 로켓배송을 시범 서비스한다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2010년 창업 이후에 미국에서 상장까지 했는데도 쿠팡의 주력 사업인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이나 로켓직구를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성공시킨 적이 없었던 거죠. 쿠팡이 대만을 해외 공략의 1번지로 삼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
◆한국과 가장 비슷한 나라…인구밀집도 높고 아파트 늘어나

대만의 인구밀도는 ㎢당 673명으로 한국(515명)보다 높습니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물류센터를 몇 개 덜 지어도 촘촘히 물류망에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쿠팡의 로켓배송 가능 지역 구축하기, 즉 '쿠세권' 구축이 쉽다는 얘기입니다.

쿠팡이 2014년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한국 시장에 들여온 다음에 가장 골몰했던 것은 첫째도 둘째도 물류망 확대였습니다. 쿠팡은 1000만개 이상의 상품 품목을 제조사로부터 직매입한 뒤에 전국 30개 지역, 100곳 이상의 풀필먼트센터(FC) 등 인프라에 구입한 1000만개의 상품을 재고로 보관하죠.

쿠팡이 지난해 기준 누적적자만 6조원에 달했던 이유도 물류망을 끊임없이 늘려왔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231만4049㎡(약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370만2479㎡(약 112만평)로 늘었죠. 전체 규모로 따지면 서울 여의도에 비해 28% 큽니다. 전국 어디서나 신규 물류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등에 잇달아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고요. 일단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게 가장 빠른 그림이고요.

그 결과 현재 쿠팡은 대한민국 전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쿠세권이 촘촘해졌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니, 대만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겁니다. 인구는 많지만, 땅덩이는 한국보다 좁은 대만에서 로켓배송을 서비스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이번에 쿠팡은 '로켓직구' 사업을 공식화했지만, 로켓배송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밝혔죠.

한국처럼 아파트 형태의 주거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는 점도 쿠팡이 진출한 또 다른 이유일 겁니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시에는 아파트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대형건설사가 투입돼 단지형 아파트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고급 아파트를 포함해 중소형 아파트도 꽤 되는 등 아파트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파트 문화가 왜 중요하냐면, 배송의 효율성과 곧장 연결되고, 이는 곧 비용의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로켓배송을 서비스하는 배송기사들이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물건을 배송한다고 생각해볼까요? 기본 주거 문화가 주택 중심이라면 배송기사들은 한 집 건너 한 집을 차례로 방문해야 합니다. 운전해서 A하우스에 도착한 뒤 차문을 열고, 물건을 내리고, 차문을 닫고요. 다시 운전해서 B하우스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물건을 내리고 차문을 닫는 행위를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형 주거 문화가 보편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차 한 대로 싣고 와서 물건을 모두 수레에 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부터 물건을 배송하고 내려오면 되는 것이죠. 여러 세대가 있는 복도형 아파트라면 배송의 효율성이 더 커질 것이고요. 더 적은 배송기사가 더 빠르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한국의 주거문화에 갖춰져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쿠팡이 미국에서 상장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혹자들은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버티고 있는데, 쿠팡이 왜 미국에서 상장했을까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미국처럼 넓은 땅덩이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데 가장 잘하는 회사이고, 쿠팡은 서울과 같이 1000만명의 사람이 모여 사는 인구밀집도의 대도시 지역에서 가장 사업을 잘하는 회사라는 판단이 있었다는 거죠.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도 얘기했습니다. "미국에서 상장해서 성공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단순히 생각해서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도 이것 하나만큼은 우리가 잘한다는 게 있어야 한다. 쿠팡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물건을 온라인으로 배송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지역을 한국 전역으로 늘려가고, 몇 개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적자는 금방 메워질 것"이라고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건물 전경. <박형기 기자>
◆인터넷 친숙한 2300만 인구, 이커머스 비중은 10.8%…쿠팡 '여력있다' 판단

쿠팡이 대만을 해외 공략 1번지로 삼은 것은, 인터넷 사용률이 높은데도 아직 이커머스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인구의 절반이 채 안 되는 2358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대만은 인터넷 사용률이 92.4%입니다. 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죠. (지난해 기준 KOS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은 97.6%였고요)

대만의 높은 인터넷 이용률에도 대만의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대만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8%였습니다. 통상 다른 선진국들이 30% 수준의 이커머스 침투율을 보이는 데 비해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은 것이죠. 한국도 이커머스 침투율이 올해 3월 기준 37%였습니다.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하면 침투율이 47%에 달합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대만의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며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젊은 온라인 쇼핑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만 소비자들은 열에 여덟이 온라인쇼핑을 이용하고 있고, 쇼핑 횟수가 주 1회 이상인 소비자도 60%가 넘습니다.

다만 이미 쇼피(Shopee Taiwan)를 비롯해 모모(Momo), 피시홈(PChome) 등의 경쟁사들이 대만에 안착해 있다는 것은 고민해볼 지점입니다. 올해 5월 조사에 따르면 대만 B2C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싱가포르가 본사인 쇼피가 6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모(59%), 피시홈(43%)이 뒤를 이었죠. 특히 모모는 대만 회사라는 이점을 앞세워 빠르게 쇼피를 추격하며 1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했고요.

한국과 어쩌면 가장 닮은 나라 대만에서의 쿠팡 승부수는 성공할까요? 시범 사업에 나선 로켓배송 서비스 추이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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