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자랑 씻는 현장 목격…"용서한다는데 거부하네요"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53]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배우자의 외도는 오랜 기간 영화의 주요 소재였다. 이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관객이 진짜라고 믿길 바라는 영화인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 이야기 속 세상에 빠져들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돼야 하는데, 반려자의 불륜이 일으키는 울분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즉각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사람의 살의를 예지해 살인을 예방하는 미래 치안 시스템을 소개하기 위해, 한 남성이 아내의 외도를 직접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예지'될 수 있을 만큼 큰 살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관객에게 설득하는 데 배우자 불륜을 목격한 인간의 분노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었을 것이다.
![팻(오른쪽)은 배우자의 외도를 목격하고도 아내를 잊지 못한다. 이웃집에 사는 티파니(왼쪽)는 팻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지만, 팻은 자꾸 그녀를 밀어낸다. [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2944pxiu.jpg)
![티파니는 첫 만남부터 팻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팻은 그녀가 자신에게 그토록 빨리 빠졌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녀가 성적으로 방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4309ispl.jpg)
팻이 티파니의 접근을 거부하며 사용하는 언어는 '난잡하다' '지저분하다'와 같이 도를 넘어서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는 티파니가 자신을 처음 만난 날 호감을 표현하며 잠자리를 제안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헤프다'고 느낀다. 또 그녀는 팻과 둘이 만나 식사를 하며 자신이 회사에서 해고된 사유를 말해주는데, 그것 역시 팻이 그녀를 정죄(定罪)하는 근거가 된다. 남편과 사별한 후 생긴 우울감을 해소하고 싶었던 그녀는 사무실에 있는 모든 남녀와 잠자리를 했는데, 사장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쫓겨났던 것이다.
![팻은 티파니가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밀어낸다. 혹시라도 자신이 다른 여성과 친하다는 소문이 나면, 부인과 재결합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5662mvhf.jpg)
![티파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자꾸 과거의 상처에서 맴도는 팻에 비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7013zrwo.jpg)
시간이 흐르며 팻도 서서히 티파니에게 마음을 연다. 이따금씩 팻의 아내와 만나는 티파니가 부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도 있다. 자신의 편지를 아내에게 전해달라는 팻의 부탁에 티파니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바로 댄스 경연에 자신과 조를 이뤄 출전해 달라는 것이다. 아마추어 댄서인 티파니는 매년 열리는 춤 대회에 나가고 싶었으나 그녀와 사별한 전남편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
![팻은 댄스 대회에 나가자는 티파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티파니가 그 대가로 자신의 편지를 아내에게 전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8317eagc.jpg)
![정신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팻은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 쓰고 조깅을 한다. 땀을 많이 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그의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임을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09688otxp.jpg)
팻의 상태는 점점 호전된다. 분노 조절을 못하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하기 일쑤였던 그는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댄스 대회 출전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는 동안 사소한 것에 얽매이던 집착증이 줄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옆에서 끈기 있게 그를 바라봐준 티파니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그의 상태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아내와 남자가 샤워하던 도중 틀어놨던 노래를 팻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듣고 패닉에 빠지자 그녀는 도닥여준다. 정신과 의사가 그의 증상이 나아졌는지 보기 위해 일부러 그 노래를 들려주며 자극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스티비 원더의 'My Cherie Amour'만 들으면 고장 난 시계처럼 반응하는 그의 상처는 그녀에겐 비웃음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영화엔 팻과 티파니 커플 외에도 별난 성격의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팻의 아버지는 한탕주의자로, 자칫하면 가정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큰 내기를 한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11165ybdh.jpg)
![팻과 티파니는 겨우 5.0점의 평점을 받고 마치 우승한 듯 기뻐한다. 낮은 점수를 받은 두 사람을 위로하려던 옆의 참가자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12591qmtd.jpg)
![이 영화에는 달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영화 초반부엔 문제를 회피하고 달아나려는 팻을 티파니가 쫓아 달렸다면, 마지막엔 반대로 팻이 티파니를 쫓아간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13955prsh.jpg)
이 영화는 세상에 조화하지 못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서로 부딪으며 드라마를 빚어내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정신병원에서 온갖 약을 먹고 쓴소리를 들어도 고쳐지지 않던 팻의 조울증은 티파니를 만나 조금씩 누그러진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직언과 충격 요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티파니는 팻과 싸울 때 싸우더라도, 팻의 트라우마는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외도한 아내를 계속 기다리는 팻을 한심하게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상처를 뿌리째 뽑아 버리려는 시도 대신, 그의 아픔을 인정하며 한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 것이다.
![팻뿐만 아니라 티파니 역시 관계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직장에서 내쫓긴 뒤 사람을 좀처럼 믿지 못하던 그녀는 팻의 진실된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갖게 된다.[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15239dmqf.jpg)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포스터.[사진 제공=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9/mk/20221029190316622zqnz.jpg)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데이비드 러셀
출연: 제니퍼 로런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평점: 왓챠피디아(3.7/5.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2%) 팝콘지수(86%)
※2022년 10월 28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OTT):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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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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