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무솔리니 `로마 진군` 100년 포스터 내걸려

박동욱 2022. 10.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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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0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독재자 무솔리니가 주도해 일어난 '로마 진군'를 기념하는 포스터가 로마와 나폴리에 내걸렸다가 철거되는 일이 일어났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 로마의 대표 관광지 콜로세움 인근 다리에 군복을 입은 무솔리니의 사진과 함께 "100년이 지난 후에도 진군은 계속된다"고 적힌 포스터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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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로마 시내에 걸린 무솔리니 '로마 진군' 100년 기념 포스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꼭 100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독재자 무솔리니가 주도해 일어난 '로마 진군'를 기념하는 포스터가 로마와 나폴리에 내걸렸다가 철거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28일(현지시간)은 베니토 무솔리니가 독재의 길을 열었던 '로마 진군' 100년을 맞는 날이었다.

1922년 10월 28일 이탈리아 국가파시스트당(PNF)의 우두머리 무솔리니는 그의 무장 사병 조직인 '검은 셔츠단' 4만여 명을 이끌고 밀라노에서 로마로 진군했다.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유혈사태를 피하고자 즉각 그를 총리로 임명하고 권력을 넘겼다. 무솔리니는 그렇게 간단하게 무혈쿠데타에 성공했고, 이탈리아는 1945년 무솔리니가 죽기 전까지 거대한 파시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 로마의 대표 관광지 콜로세움 인근 다리에 군복을 입은 무솔리니의 사진과 함께 "100년이 지난 후에도 진군은 계속된다"고 적힌 포스터가 걸렸다.

로마의 또 다른 곳에 걸린 포스터에는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 당시의 사진과 더불어 "우리는 이탈리아 역사의 한 조각을 되찾고 싶다"며 "1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이탈리아에 당시 행진은 힘과 희망, 위대함을 되찾아줬다"고 적혀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도 '로마 진군' 100년 기념 포스터 수십장이 걸렸다가 철거됐다고 라이는 전했다. 이들 포스터는 극우 활동가들이 제작해 야밤에 몰래 건 것으로 알려졌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로마 거리에 내걸린 이 불법 포스터는 용납할 수 없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나는 즉각 철거를 지시했다. 로마는 파시즘에 반대하며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계 이탈리아 여성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종신 상원의원인 릴리아나 세그레는 27일 성명을 내고 "10월 28일 '로마 진군'이 일어난 지 100년째를 맞는다"며 "이탈리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로, 국가 역사상 가장 큰 재앙으로 남을 파시즘이 이날 시작됐다"고 썼다.

무솔리니가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올해 이탈리아에선 파시즘의 민족주의를 본받는 듯한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다. 새롭게 총리에 오른 조르자 멜로니는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멜로니는 2012년 MSI를 계승한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창당했고, 9월 25일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전후 68번째 정부의 수반이자 첫 여성 총리가 됐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첫 국정 연설에서 "난 파시즘을 포함해 반민주적인 정권에 대해 한 번도 동정이나 친밀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파시스트 총리'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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