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평 주방서 호텔 셰프 7명 뭉쳤다…롯데 작심하고 만든 이것 [생생유통]

홍성용 2022. 10.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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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작심하고 재단장해 내놓은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자체 브랜드 '요리하다'가 출시 10일 만에 판매 신장률 100%를 만들어내며 브랜드 전면 개편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브랜드는 2015년 시장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 후 7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며 집밥과 혼밥 열풍에 HMR 붐이 일었죠. HMR 열풍이 유통식품업계를 휩쓴 지 꽤 지났는데, 롯데마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브랜드의 이름 빼고 콘셉트와 전략, 패키지 등 기존의 것들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사활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요?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냉장냉동식품 코너에서 `요리하다`를 고객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HMR 시장 올해 5조원까지 성장

롯데마트가 요리하다에 올인하는 것은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MR은 곧바로 먹거나 데우기만 하면 요리가 완료되는 '즉석조리식품'과 식재료들이 들어있어 간단히 식재료를 혼합해 조리가 필요한 '밀키트'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은 올해 5조원 규모로 2020년과 비교해 약 25% 성장할 전망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외식보다는 집밥 수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HMR가 누려왔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곧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 각종 대내외 경제 악재에서 비롯한 고물가 추세가 길어지면서 HMR 수요가 줄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커머스를 한번 경험해본 이들이 그 편리함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HMR로 쉽게 한 끼를 즐겨본 고객들은 쉽게 간단하게 요리를 즐기기 위해 꾸준히 이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죠.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간편식 제조를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무조건 진출해서 시장에 안착해야 하는 분야로 여겨지죠.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를 포함해 컬리,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쿠캣까지 모든 기업이 자체 HMR를 내놓고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HMR는 전국의 유명 맛집과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활용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레스토랑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로 부릅니다. 이유는 또 코로나19입니다.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외식은 하고픈 데, 감염병 우려가 좀 걱정됐으니까요. 그런 걱정 없이도 집에서 레스토랑 메뉴를 즐기면 어떨까 한 것이죠. 게다가 '맛집 줄 서기'에 이골이 난 분들도 꽤 있죠.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가게에 들어가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간편하게 가게 메뉴를 즐기겠다는 겁니다.

컬리가 수제버거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다운타우너'의 스파이시 치폴레 핫도그를 밀키트로 만들고, 홍대 맛집으로 이름난 '또보겠지 떡볶이집'의 떡볶이도 선보이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삼성동 페리지' '장진우식당' 등 개성 있는 파스타로 유명한 레스토랑 이름이 붙여진 HMR를 보면 비슷한 다른 제품보다 먼저 손이 가는 것이겠죠. '컬리에만 있는 전국 맛집' 콘셉트를 밀고 나가면, 당연히 충성 고객이 늘어날 것이고요.

서울 잠실의 롯데마트 본사에 위치한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에서 이정희 푸드이노베이션팀장(사진 왼쪽)과 전정훈 중식 셰프가 ‘쿠킹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작심하고 내놓자...3만개 팔리며 초반 돌풍

롯데마트로서는 꽤 안타까울 겁니다. 코로나19 이후의 HMR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거든요. 무려 7년 전에 HMR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내놨지만, 시장의 판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대표 경쟁사인 이마트가 2013년에 간편식 PB 브랜드 피코크로 완벽하게 시장에 안착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출시 첫해 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피코크는 지난해에 4000억원의 연매출을 만들어내며 메가브랜드가 됐습니다. 상품수는 1000여 종에 올해 3분기까지도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섰죠.

롯데마트도 자체 브랜드 띄우기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019년에는 이익률이 낮은 PB 상품들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했죠. 기존 38개의 브랜드를 10개로 대폭 축소하면서 경쟁에 나섰죠.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 경영진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번 브랜드 재단장으로 제대로 이 갈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강 대표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요리하다는 노력했던 것에 비하면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지지를 못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본사에서 지난 1년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진열해 주시고 입소문도 많이 내달라"고 밝혔습니다.

요리하다는 이달에 공식 재단장을 마치고 시장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즐기는 셰프의 레시피'를 슬로건으로, 11개 신상품을 포함해 66개 상품을 새로 준비했습니다. 요리하다 상품의 레시피는 본사 6층에 200여평으로 마련한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에서 나왔습니다. 강레오 센터장과 미슐랭 레스토랑과 호텔 등에서 잔뼈가 굵은 7명의 셰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개월간 레시피를 고민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정희 FIC 팀장은 "그동안 마트 상품이 가격을 고려한 가성비 제품에 치중돼 있었다. 요리가 단순히 먹기 위함이 아닌 문화로 대중에게 인식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요리하다 상품은 맛은 물론이고 영양과 플레이팅까지 고려한 결과물"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좋습니다. 요리하다의 신상품으로 준비한 아메리칸 차이니즈 치킨 요리 3종 '쿵파오 치킨', '만다린 오렌지치킨', '새콤바삭 유린기'은 단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2만개를 뛰어넘었고요. 이번주 중에 3만개 판매가 확실시된다는 설명입니다.

오세웅 롯데마트 PB&소싱부분 상무는 "'요리하다'라는 동사를 떠올리면 곧바로 롯데가 떠오를 수 있도록, 롯데의 대표 HMR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재단장한 '요리하다'는 단순히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화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내놨습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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