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 플라스틱보다 더 친환경적인가[일회용품 규제 강화②]
기사내용 요약
당장 11월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강화하는데 시행 근거 논란 여전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환경부 제시 연구용역 자료 '반쪽짜리'" 지적
환경부 "플라스틱 제품과 대체품 환경적 비교 우위 판단은 무리"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오는 11월24일부터 식당·카페 등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이나 접시 등 일회용품 18개 품목을 사용할 수 없다. 금지 품목에는 플라스틱 빨대도 포함된다.
포장 구매 등 매장 밖에서 소비할 때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매장 안에서는 '쌀·유리·종이·갈대·대나무·스테인레스'등으로 만든 빨대만 사용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경우처럼 외식·커피 매장들은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제로 종이빨대를 가장 많이 도입할 전망이다. 플라스틱 빨대 다음으로 종이 빨대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도 점주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재질별 빨대 생산 단가'를 비교한 환경부 자료를 보면, 플라스틱 빨대는 개당 10~15원, 종이는 35~45원, 쌀은 55~70원, 대나무는 100~200원 순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이 빨대가 과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서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일부 종이 빨대의 경우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로 코팅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코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음료로 인해 눅눅해진 종이 빨대는 보통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재활용이 힘들다.
또 빨대 재료인 종이도 결국 벌목을 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논쟁도 있다. 종이 빨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도 플라스틱 빨대 대비 많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일회용품 규제를 맡는 소관 부처인 환경부에서도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환경 영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행 필요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정 감사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제출한 자료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의 환경 영향이 평균 72.9%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지만, 그 근거로 제출한 자료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게 김형동 의원실 주장이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 근거 자료로 환경부는 2019년 실시한 '폐기물 직매립 제로(0)화를 위한 1회용품 사용억제 로드맵 마련 연구용역' 자료를 제출했다.
환경부가 당시 LCA(Life Cycle Assessment·환경 전과정 평가)를 실시한 결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LCA는 제품의 원료 채취와 사용,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환경 영향 평가기법이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이 연구는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 발생하는 환경 부하에 대해서만 검증한 것"이라며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하에 대한 평가는 수행하지 않은 '반쪽 짜리''라고 꼬집었다.
환경부도 사실상 이 김 의원 지적에 시인했다. 환경부는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본 연구에서 분석한 환경 영향 수치는 원료취득 및 제품 생산에 대한 영향만을 고려했다"며 "제품의 사용 및 재활용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아 플라스틱 제품과 그 대체품의 환경적 비교 우위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합성 수지 제품과 그 대체품(종이·바이오제품·생분해성 제품 등)에 대한 환경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선 향후 사용 단계 이후, 즉 소각·매립·재활용 등을 고려한 보다 정확한 환경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품의 생산 시까지 발생하는 환경 영향만 연구했고, 폐기 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그 대체품 중 어느 것이 더 친환경적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일회용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용 단계까지의 환경 영향만 고려했다"며 "김형동 의원 측의 지적에 공감해 추후 폐기 과정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LCA 연구 결과만 가지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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