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게임 약관 바로 알기..이용자 권익 보호 첫걸음(하)
[파이낸셜뉴스] 게임 이용자가 지나치기 쉬운 ‘게임 약관’. 그래선 안될 이유와 왜 약관이 중요한지를 지난 글에서 살펴봤다. 이번에는 게임사들이 과거 실제 사용했던 불공정 약관들을 살펴볼 차례다. 이에 지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대형 게임사의 약관을 점검하여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어떤 불공정약관 조항들이 있었는지, 혹시 지금 내가 이용 중인 게임에는 유사한 약관 조항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먼저 이용자가 아이템을 다른 게이머에게 선물할 때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불공정 약관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일부 게임사들은 타 이용자에게 선물한 아이템은 청약철회 및 환불이 불가능했고 손해배상 등의 책임도 지지 않도록 약관에 규정했다.
이는 민법 제539조제1항 ‘계약에 의하여 당사자일방이 제삼자에게 이행할 것을 약정한 때에는 그 제삼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와 동법 제541조 ‘제539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삼자의 권리가 생긴 후에는 당사자는 이를 변경 또는 소멸 시키지 못한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당연히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보장범위가 달라져서는 안된다.
공정위는 ‘시즌 한정 또는 수량이 제한된 아이템’, ‘전체 중 일부가 사용된 게임내 재화’, ‘일시 이용 정지된 계정에 귀속된 아이템에 대해 청약철회를 금지’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했다.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는 ‘소비자의 책임으로 소멸되거나 훼손된 경우’, ‘소비자가 일부 또는 전부 사용하여 그 물품의 가치가 매우 낮아진 경우’, ‘어떠한 이유로 재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치가 저하된 경우’, ‘복제 가능한 재화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에 국한하여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벗어난 내용으로 청약철회를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게이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이므로 무효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약관은 사업자가 작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항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꾸미기 마련이다. 회사의 권리가 대부분이고, 반대로 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게임사사가 과도하게 면책 조항을 약관에 넣어선 안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무료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 ‘이미 지급한 총 사용료 이상의 책임을 부인’, ‘게임으로 인한 심신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면책 조항들이 게임사 약관에 존재했다.
얼핏 보면 게임사가 억울해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무료로 서비스하는 컨텐츠와 합당한 비용을 넘어선 범주까지 게임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피해를 입는다면 당연히 게임사가 일부 또는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약관법상 합리적인 사유 없이 게임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도 불공정약관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약관법 제7조제2항)
공정위는 이외에도 △지나치게 짧은 기간 동안 게임관련 정보를 고지하도록 하는 조항 △가격이 변동되는 상품에 대한 부당한 자동결제 조항 △분쟁 발생시 구제 수단을 제한하는 조항 △고객에게 모든 손해를 배상시키는 조항 △게임 이용자가 게임사를 상대로 집단소송·공익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관할에 대한 부당한 합의 관련 조항 등 다양한 내용들을 불공정한 약관으로 걸러냈다.
지적받은 게임사들은 해당 내용을 모두 자진 시정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수많은 게임이 명멸하는 만큼, 우리가 모르는 사이 불공정한 조항이 슬며시 약관에 끼어들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정위가 지속적인 점검·시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만 기대선 안된다. 게임 이용자가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게임 약관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만일 부당한 내용의 약관이 있다면 지난 글에서 설명한 ‘불공정약관심사청구’ 제도를 적극 활용하자. 자신에게 생길 수 있는 피해도 막을 수 있고,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의 권익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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