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아날로그 감성 좋아해, 옛날 영화 옛날 노래 즐겨 보는 편" [인터뷰M]
지난 21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대상으로 K-첫사랑의 순애보를 알리고 있는 영화 '20세기 소녀'의 주인공 김유정을 만났다.
영화에 대한 글로벌한 반응에 김유정은 "영화가 공개됐다는 기쁨이 너무 컸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도 관객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게 즐거웠고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왔다. 아직 실감은 안 나는데, 좋은 성과에 배우들끼리 자주 연락하며 즐거워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나이대별로 공감하는 부분이나 감정이입하는 포인트가 다르더라. 우리나라 팬들은 추억이 생각나서 감정이입이 되시는 것 같고, 해외 팬들은 새롭다는 면에서 설렘을 느낀 거 같다"라며 국내외 팬들에게 어떤 부분이 어필한 것 같은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로 김유정은 "지금 이 시기의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었다. 학생 때의 풋풋한 감정, 친구와의 우정이 크게 다가왔고 작품 속 캐릭터들의 매력이 각각 너무 뚜렷한 것도 좋았다."라고 꼽으며 방우리 감독과 만난 뒤 바로 '20세기 소녀'의 감성에 빠져들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방우리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유정의 사진을 붙여 놓고 1순위 캐스팅으로 생각했었다는 이야기를 제작발표회 때 처음 들었다는 김유정은 "놀랍고 기분이 좋았다. 저도 애정이 가고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까 너무 뿌듯했다"라며 "촬영할 때와 작품 준비를 할 때는 '나보라'와 제가 닮았다고 못 느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좀 비슷하더라. 학교 다닐 때는 열정적이고 친구 일에도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학생이었다. 학창 시절에 되게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도 잘 사귀었고, 그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촬영하면서 제 진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었고 연기할 때 더 편한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캐릭터와의 싱크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에 김유정의 첫사랑을 직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김유정은 "'나보라'의 목소리 톤이나 습관, 행동, 말투 등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좋아하는 노래, 우는 모습, 웃는 모습 등 '보라'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영화를 찍었다."라며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자신이 연기한 '나보라'가 '풍운호'의 눈에 귀여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크게 해서 상대 배역인 변우석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했다고 이야기하며 "수학여행을 갔을 때 취해서 문 두드리는 모습도 과하지 않고 진짜같이 보일 수 있기 바랐다. 우는 모습은 의도적으로 좀 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려 했다. '보라'는 스스로 감정 표현을 못 하는 친구이지만 쌓였던 감정이 터질 때는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과해 보이지 않고 억지로 우는 느낌이 아닌, 진짜 나오는 반응처럼 보이게 하려고 주변의 반응을 많이 물어봤다. 또 '보라'가 아빠와 이야기할 때 은연중에 청주 사투리가 나오는데 그것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며 배웠다"라며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썼지만 가장 김유정이 신경을 쓴 부분은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피부 연기였다고. 그는 "가장 자연스럽고 깨끗한 모습이 나와야 이뻐 보일 거라 생각했다. 최대한 메이크업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라며 풋풋함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청춘을 표현하려 했음을 이야기했다.
작품 속에서 99년을 배경으로 세기말 감성을 표현했던 것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많은 추천을 해주셨다. 영화 '접속'도 추천해 주셨는데 원래 제가 좋아하는 감성이 아날로그적인 거라 음악뿐 아니라 영화도 옛날 것을 많이 좋아했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도 당연히 알고 있고 좋아하는 가수여서 당시의 감성을 표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며 "공중전화는 저도 어릴 때 써봤던 물건인데 정말 새로웠던 건 삐삐와 플로피 디스크였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접해본 신기한 90년대의 물건을 언급했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이지만 연기 경력은 19년 차인 김유정은 "일한 지는 오래돼서 경력은 있지만 그것보다는 지금의 제 나이에 초점을 맞추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배울게 많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편이다."라며 젊은 선배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며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고 서로 웃으며 즐거우면 그게 영화에 잘 표현될 거라 생각해서 더 많이 웃고 장난치려고 했다. 그 덕에 또래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함께 했던 배우들이 너무 착하고 불편한 게 없었고, 그래서 현장에 가는 게 놀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을 위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밝혔다.
방우리 감독은 김유정이 현장에서 신인 배우들의 연기를 위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장면에서의 촬영에도 눈물을 흘리며 100%의 감정을 맞춰줬다며 연기 선배로 얼마나 솔선수범하며 현장을 이끌었는지를 앞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었다. 김유정은 "상대와의 호흡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많이 울고 부어도 괜찮은 게 어차피 우는 신이 어서 그런 모습도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했다"라며 자신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며 "몰입하다 보면 저도 눈물이 자연스럽게 난다. 기차에서 헤어질 때의 장면은 너무 울어서 촬영이 끝나고도 머리가 아팠다. 보이기에는 엄청 운 것처럼 안 보이는데 제 촬영 때 울고, '운호'의 촬영 때도 울고, 뒷모습에서도 계속 울어서 거의 몇 시간을 울었다. 연두와 싸울 때도 주체가 안 될 정도로 감정에 빠져들어서 촬영이 끝난 뒤에도 눈물이 많이 나더라"라며 유독 우는 장면이 많았음을 이야기했다.
김유정의 선배美는 연기 호흡뿐 아니라 영화의 아이디어에서도 빛이 났다. 방우리 감독은 남녀 주인공의 뽀뽀 장면에 대해 김유정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었는데 그 외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보라 비디오가 새겨진 양말의 아이디어도 제가 냈다. 보라의 발을 보게 되는 운호의 신이 있었는데 그때 양말에 보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양말에 보라 비디오를 새기자고 했다. 당시에 개업식에서 이름을 새긴 물건들을 많이 나눠 줬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라며 귀염 뽀짝 했던 장면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20세기 소녀'에서 김유정은 3번째로 한효주와 아역-성인 배우로 만났다. 그동안 두 사람이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는 김유정은 "제가 연기하고 이후의 어른이 된 '보라'가 나왔을 때 위화감이나 어색함이 없어야 했는데 그게 한효주여서 자연스럽게 보였다. 정말 좋은 인연이다. 작품 공개 후 너무 웃으면서 보고 슬퍼서 눈물로 흘렸다고 하시더라. 영화 이야기는 잠깐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라며 한효주와의 대화를 전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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