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깟 야구가 뭐라고"… PO 4차전 열린 고척돔에선

이준태 기자 2022. 10. 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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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4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인근이 붐볐다. 사진은 서울 구로구 소재 고척스카이돔. /사진=이준태 기자
지난 28일 한국프로야구(KBO) 플레이오프(PO)가 막을 내렸다. '5판3선승제'인 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LG트윈스를 4차전 만에 완파했다. 두 팀이 4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경기 양상은 뜨거웠고 관중의 열기는 그 이상이었다.

올시즌 PO는 4차전까지 4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준PO만 해도 시들하던 열기가 PO가 시작되면서 점차 불이 붙어 마지막 4차전에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5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28일 기준 포스트시즌 누적관중은 15만3283명으로 집계됐다.

머니S는 들썩이는 관중 열기를 담기 위해 PO 4차전이 열리는 서울 구로구 소재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다.


타오르는 가을 열기… 후끈한 '메트로 시리즈'


플레이오프 4시간 전부터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은 지난 28일 경기를 앞두고 고척돔을 찾은 야구팬들의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지난 28일 오후 2시 고척돔 주변. 평일 낮이고 경기가 시작되기 4시간 전이었음에도 경기장 주변에는 팬들로 북적였다. 원정팀 '굿즈' 판매 부스도 팬을 맞기 위한 준비로 한창이었다.

두 팀 다 서울이 연고 지역이어서 해당 매치는 '지하철 더비' 혹은 '메트로 시리즈'로 불린다. 지리적 이유로 오히려 고척돔 주변은 LG 유니폼을 입은 팬이 더 많았다. 이곳이 키움의 홈구장인지 LG의 홈구장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다.

원정팀 LG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하자 팬들은 버스 쪽으로 달려가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LG 팬 A씨(남·20대)는 "PO뿐만 아니라 정규시즌에도 우리(LG)가 더 많았던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까지 유광점퍼를 입었으면 좋겠다"고 LG의 승리를 기원했다.

시간이 지나자 경기장 주변은 양팀 팬들로 더욱 붐볐다. 동양미래대에서 고척돔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야구장 '인증샷'을 찍는 팬들로 걸음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 인기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관중들은 경기 결과를 예측하며 응원 팀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날 경기를 치르는 LG와 키움의 유니폼이 아닌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B씨는(남·20대) "(두산이) 정규시즌에서 9위로 아쉽게 가을야구를 못했지만 친구가 보러 가자고 해서 왔다"며 "수년 동안 두산이 가을야구에 진출해 마음 졸이며 봤는데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먹거리 구하기 편해 좋아요"… 주변 상권·주택가도 북적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팬들은 먹거리를 사들고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인근 먹자골목을 가득 메웠다. 사진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지난 28일 오후 5시30분 서울 구로구 동양미래대 인근 먹자골목에 닭강정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코척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시즌까지 실내 스포츠 관람장으로 묶여 음식물 반입이 불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완화되자 정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일상회복을 추진하며 다중이용시설 내 취식을 허용했다. 이에 고척돔에서도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는 게 가능해졌다.

고척돔을 찾은 관중들은 굳이 경기장 안 음식점에서 먹거리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경기장 인근에 동양미래대(구 동양공전)가 자리잡아 먹자골목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먹자골목에는 경기장 입장 전 끼니를 해결하고 들어가려는 이들과 경기장에서 먹을 음식을 구매하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먹자골목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C씨(여·50대)는 "아무래도 야구 경기가 있을 때면 손님이 많다"며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경기 전에 뭘 먹고 들어가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인근 만두집이나 치킨집 같은 경우 음식을 포장해 경기장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닭강정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야구팬 D씨(남·30대)는 "잠실에서는 먹거리를 사려면 신천역(잠실새내)까지 다녀와야 해 불편했는데 고척돔은 앞에 먹자골목이 있어 편하다"며 "야구 경기가 끝나고 이곳에서 맥주 한 잔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왁 경인로 등 일대는 항상 정체를 빚지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열리는 날엔 더 극심했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5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에서 도로 정체가 시작되는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그렇다면 이 주변에 거주하는 이들은 어떨까.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주택가에 거주하는 조모씨(남·50대)는 퇴근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평소에도 신월동이나 목동으로 가는 차량이 많아 이 일대는 항상 혼잡하다"며 "고척돔이 생긴 지 몇 년 지나서 나는 익숙해졌지만 여기에 처음 거주하는 분은 고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45분 기준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 일대 양방향 교통 흐름은 시속 18.3㎞ 이내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평일 시속 20㎞보다도 속도가 더 줄었다.


"양도합니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암표


플레이오프 4차전 티켓은 온라인 예매에서 이미 매진돼 현장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3시쯤 티켓 예매 창구에 붙은 '전석매진'을 알린 문구. /사진=이준태 기자
이날 경기는 온라인에서 예매한 표가 다 소진돼 이미 매진이었다. 기자가 티켓 창구를 찾았을 때는 '전석 매진'이란 문구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시작 2시간 전인 오후 4시30분부터 풀리는 온라인 취소표라도 구하기 위해 티켓 창구 앞을 서성였다.

오후 4시30분. 드디어 현장예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남은 표는 많지 않았다. 이미 온라인 예매에서 티켓이 다 팔렸기 때문이다. 이에 LG 유니폼을 입은 60대 남성은 계속해서 창구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남성은 "멀리서 왔는데 정말 안 되는 것이냐"며 "몇 시간 전부터 티켓 창구 앞에서 기다렸다"고 계속 항의했다. 결국 그는 "야구를 보려고 멀리서 왔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리다 발걸음을 돌렸다.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집으로 향했지만 일부는 '암표'라도 구하기 위해 주위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 단속이 심해져서인지 예상보다 암표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암표상들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로 이동했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에서는 PO 티켓을 판매하는 글이 제법 올라왔다. '양도'라는 표현과 '22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암표 거래 단속을 피하려는 의도도 보였다. 그러다 한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다. 'exxxxx'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용자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판매하는 글을 다수 게시했다. 암표상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아쉽게 표를 구하지 못해 PO 4차전을 중계방송으로 봤다는 장모씨(남·20대)는 중계화면 속에 비친 빈자리에 분노했다. 그는 "PO 온라인 예매 당시 사이트에 늦게 접속해 앞에 수만명의 대기자가 있었다"며 "PO 내내 중계 화면에 빈자리가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암표상들은 어떻게 표를 구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오프라인 암표 매매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2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거래에 대한 규정이 없어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매매 단속을 하려고 해도 법적 명분이 부족한 실정이다. 처벌 수위가 약한 점도 문제다. 암표매매가 적발돼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혹은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친다.
여전히 암표상들이 '매크로' 등을 이용, 다수의 표를 구매해 판매하는 등 활개를 치고 있다. /사진=중고나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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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태 기자 jun_elija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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