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 맞아? 진선규 덕분에 '몸값'이 더 쫄깃해졌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가평의 어느 모텔. 양복차림의 노현수(진선규)와 교복차림의 박주영(전종서)이 원조교제 몸값을 흥정한다. 첫 경험이라 백만 원을 들고 온 노현수는 박주영이 어려서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첫 경험이 아니라며 몸값을 깎으려 한다. 몸값 흥정(?)이 벌어지고 박주영이 고등학생도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노현수는 불같이 화를 내고, 결국 7만원까지 가격을 깎는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은 이처럼 노현수가 주도권을 쥐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금세 방향을 틀어, 그것이 모두 노현수를 포획하려는 박주영과 그 뒤에 있는 장기밀매조직이 짜놓은 거미줄이라는 걸 드러낸다. 이 모든 걸 진두지휘하는 듯한 모텔 다른 방에서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들락거리며 일(?)을 하고 있다. 박주영이 하는 그 일을. 그리고 수술대에 꽁꽁 묶인 노현수는 눈이 가려진 채, 자기 몸의 장기를 두고 벌이는 불법경매장에 서게 된다. 이제 노현수가 거꾸로 제 몸을 파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여기까지는 이 작품의 원작인 이충현 감독의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과 다르지 않다. 모텔에서 만나 노현수와 박주영이 나누는 대화만으로도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했던 원작 단편영화. 구도부터 거의 원 테이크에 가깝게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그 연출도 유사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장편 드라마로 만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은 여기서부터 새로운 세계를 이어 붙인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면서 모텔이 붕괴되어 버리는 것.
이렇게 세계관을 하나 더 이어 붙이자, <몸값>의 이야기 역시 그만큼 확장된다. 즉 이 작품은 몸값을 흥정하는 자본화된 세계가 하나씩 붕괴되면서 그러한 흥정 자체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즉 원조교제로 몸값을 흥정하던 노현수의 세계는 자신의 장기가 불법경매되는 상황을 맞이함으로써 붕괴되고, 그 경매장에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와 신장을 구매하려는 고극렬(장률)이 가까스로 낙찰을 받는 순간 모텔이 무너지면서 그 세계 또한 붕괴한다.
흥미로운 건 확장된 세계관을 통해 '자본화된 세계의 붕괴'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붕괴된 세계 속에서마저 이어지는 지독한 몸값 흥정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노형수와 그의 신장을 낙찰 받았다며 그 붕괴된 건물 안에서도 그것에만 집착하는 고극렬, 그리고 이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바꾸려 두뇌싸움을 벌이는 몸값 흥정 전문가 박주영의 사투가 벌어진다.
독특한 세계관이 주는 짜릿함과 거의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영상 연출은 바로 옆에서 이들이 겪는 일들을 따라가며 들여다보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원조교제 현장, 장기불법경매 현장 그리고 붕괴된 모텔의 생존상황으로 계속 새로운 상황으로 넘어가는 전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배우들의 광기어린 연기다. 이미 <버닝>이나 <콜>에서 압도적인 광기를 선보였던 전종서도 그렇지만, <극한직업>부터 <승리호>, <공조2>는 물론이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같은 작품까지 끊임없이 스펙트럼을 넓혀온 진선규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텐트 밖은 유럽>이나 최근 출연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보여준 한없이 순수하고 티없는 소년 같은 모습과는 180도 다른,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치졸하기도 하고 또 치사해 보이는 그런 밑바닥의 인물을 진선규는 <몸값>을 통해 보여준다. 반전이 주는 짜릿함은 그래서 <몸값>이라는 세계관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진선규가 자신의 이미지를 또 깨서 보여주고 있는 연기의 반전이 주는 짜릿함 또한 빼놓을 수 없으니.
'텐트 밖은 유럽'이나 최근 출연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보여준 한없이 순수하고 티없는 소년 같은 모습과는 180도 다른,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치졸하기도 하고 또 치사해 보이는 그런 밑바닥의 인물을 진선규는 '몸값'을 통해 보여준다. 반전이 주는 짜릿함은 그래서 '몸값'이라는 세계관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진선규가 자신의 이미지를 또 깨서 보여주고 있는 연기의 반전이 주는 짜릿함 또한 빼놓을 수 없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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