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인생 끝장났습니다”…집값 하락에 욕먹는 부동산 유튜버들
■ "님 말대로 하다가 우리 가족 인생 끝장났습니다"
"유튜버님이 전세 살면 바보고 어떻게든 집 무조건 사라고 해서 작년에 전세 빼고 전세 보증금과 대출로 경기권 아파트 10억에 매수했습니다.
지금 실거래가 7억에 호가 6억 중반입니다. 팔리지도 않습니다.
부부합산 월급이 600만 원 조금 넘는데 한 달 대출 이자만 400만 원이 나갑니다. 부동산에 매도 문의하니 지금 집 내놔도 안 팔리고, 급하면 5억 원대에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유튜버님. 님 말대로 집 샀는데 우리 가족 인생이 끝장났습니다"
-모 유튜브 채널 영상에 달린 댓글 내용 재구성-
'전세 살지 말고 집을 사야 한다',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 등의 메시지를 던졌던 부동산 유튜버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며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누리꾼들이 해당 유튜버들의 과거 발언과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2년 전 한계점이 없는 듯 집값이 치솟을 때 많은 부동산 관련 유튜버들이 "2022년 역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전환됐죠. 이에 몇몇 유튜버는 그 때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리꾼들은 수십만 명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들이 손바닥 뒤집듯 견해를 바꾸고, 잘못된 정보를 내놓았던 것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지금이 기회입니다"…부동산 유튜버들, 뭐라고 했길래
몇년 전부터 계속된 집값 급등세는 작년 하반기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부 부동산 유튜버는 상승세가 2022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다양한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시장 상황과 어우러진 이들의 언행은 많은 이의 주의를 집중시켰습니다.
당시 일부 유튜버들이 전했던 메시지 중에는 '지금 사야 가장 싸다'는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유튜버 A씨는 2021년 유튜브 채널에서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2018년도에 '내 집 마련을 미뤄라'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오르지 않았나"라며 "결국 지금이 사야만 하는 시기다. 절호의 찬스다.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2021년) 말 영상에서는 "부동산 수요가 돌아올 것이다. 내년(2022년) 초로 예상한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기, 부동산 유튜버 B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B씨는 과거 구독자의 '내 집 마련'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투자금을 만들어서 소유권을 얻어라. 소유권이 많을수록 부자다"라며 "언젠가 집을 사긴 살 건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하는 분이 있다. 서울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데 왜 안 사나. 언제까지 안 살 건가. 몇 년 지나고 '그때 샀어야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할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부동산 하락 조짐이 예상된다는 정부 발표에 "정부가 지금 집값이 고점이라고 한다"라며 실제로는 오르는 추세라고 반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2022년) 1월, 유튜버 C씨는 서울 집값이 올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올해는 (서울 집값이) 10% 정도 상승할 것 같다"라면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변수는 세 가지다. 첫 번째가 가구소득, 두 번째가 수급, 세 번째가 정책요인이다. 세 가지가 버무려지면 10% 정도 (집값이) 올라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 1년 새 견해 바뀌었나?…"30대가 영끌해서 집 사야 하는 이유" → "집값, 이때까지 쭉 빠집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일부 부동산 유튜버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지난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넷째 주(2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대비 0.28% 하락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역시 약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매수 심리 위축으로 하락폭이 커지는 중"이라고 시장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계속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부동상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현 상황에 비추어보면 일부 유튜버들의 "2022년에도 오를 것"이란 예측은 틀린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모 유튜버가 1년 전과 상반된 의견을 내놓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누리꾼들은 해당 유튜버가 2021년 7월 공개한 썸네일에 "30대가 영끌해서 집 사야 하는 이유"라며 부동산 매수를 옹호했는데, 올해 10월 공개한 영상 썸네일에서는 "집값, 이때까지 쭉 빠집니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노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현재 이 유튜버는 해당 썸네일 문구를 "향후 집값, 수치로 설명드리죠"라고 수정했습니다. 현재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부동산 유튜버 다수가 구독자들에게 쓴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누리꾼 사이 언쟁까지…"유튜버가 부추겨" vs "결국 본인이 선택한 일"
일부 누리꾼은 부동산 유튜버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며 유명세를 타고 관련 서적을 내거나 유료 수업까지 진행했는데, 자신의 견해에 대한 일관성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전망이 틀렸으니 업계 사람으로서 권위와 평판이 깎이는 건 감수해야 한다", "틀렸으면 사과하고 정정하는 게 먼저", "자기 생각만 말하는 전문가 같다", "당신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 생각은 안 하나"라며 부동산 유튜버를 향해 항의하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부동산 유튜버를 대한제국 말기에 나라를 배신한 '을사오적'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매수를 추천했던 부동산 유튜버들을 향해 '영끌오적'이라며 "생애소득을 은행에 담보 잡도록 선동한 영끌오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는 본인의 책임'이라며 부동산 유튜버들을 옹호합니다. 유튜버는 상황을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오르면 내 탓, 떨어지면 남 탓인가", "유튜브 보지 말고 투자 공부해라", "비단 유튜버가 아니라 전문가가 말했어도 투자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라며 투자 실패의 원인을 부동산 유튜버로 돌리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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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기자 (y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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