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토막 나는거 아니야?" 했는데…8억 아파트 4억 됐다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김은정 2022. 10.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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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세종 '국평' 4억원 될라
규제 완화에도 힘 못쓰는 부동산 시장
대출 족쇄 다 풀어도 부동산 냉각기 여전
고덕동 대장주도 4.7억 '뚝'
주택 시장 침체로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올해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이 연초 예상치의 15%에 그치고 있다. 한경DB


결국 정부까지 나섰습니다. 지켜만 보기엔 집 값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팔라졌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 시장도 방치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최근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번지려는 걸 막으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로 건설 산업의 위기감이 크게 확대된 영향도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큰 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1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적용 대상 확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담보 대출 허용 등입니다. 일단 중도금 대출 기준을 분양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효용성을 높였습니다.

사실 중도금 대출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규제를 만들 당시와 지금 집 값은 크게 차이가 나고 있죠. 서울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지역과 집값에 따라 0~70%로 차등 적용되던 LTV도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50%로 통일한 것도 과감한 결정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 국면에 진입하고 정책 여건이 달라진 데 따른 조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반시장적 규제였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를 없애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살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재 주택 시장은 사상 최악의 거래 침체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9821건에 그쳤습니다. 1∼9월 누적 거래량으로 지난해 3만7306건의 26.3%, 2020년 6만2888건의 15.6%에 불과합니다.

2020년 6월과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각각 1만5623건, 1만655건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 치 거래량도 안되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거래 절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매매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직전 거래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체결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강동구입니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중 강동구 '대장 아파트'에서 최근 거래 가뭄을 뚫고 매매 거래가 체결됐습니다. 고덕그라시움 얘기입니다. 지난 16일 전용면적 73㎡짜리 매물(3층)이 11억85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8월 최고가였던 16억6000만원(17층)에 비해 4억7500만원 낮은 수준입니다.

세종의 상황은 더 합니다. 최고가에 비해 수억원씩 낮아진 사례가 속출하고 일부는 거의 반 토막 나기도 했습니다. 세종 보람동 세종시대방노블랜드(호려울마을1단지)는 전용면적 59㎡짜리 매물(14층)이 올 7월 4억원에 거래됐습니다. 2020년 11월 최고가였던 8억4500만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 난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짜리가 3억~4억원대로 내려앉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한솔동에 있는 첫마을4단지푸르지오(전용면적 84㎡ 기준·3층)는 올 10월 초 4억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020년 초만 해도 2억5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엔 7억9000만원까지 올랐던 단지입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큰 폭 규제 완화에도 즉각적인 부동산 시장 해빙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대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고금리를 감내해야 하고, 집 값 하향 조정 전망이 사그라들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금리 인상기에선 선뜻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많기 어렵다"며 "고물가와 경기 둔화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 정부의 규제 완화가 당장 시장에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2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와 투기 대응 방안' 브리핑 자리에서 이번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 관련 "시장 전체의 거래량을 갑자기 반등시키거나 가격의 흐름을 바꾸는 정도의 효과가 있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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