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더나 총괄 “코로나 새 변이엔 새 백신 필요…삼바는 든든한 파트너”
사노피 MSD 글로벌 마케팅 총괄 거친 영업通
2020년 6월 모더나로 합류해 이끌어
“mRNA 가능성과 잠재력 무한대”
“삼바 변이 백신 맡길 것”
방역 당국이 겨울철을 맞아 오미크론 등 변이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개량(2가)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지난 27일 18~59세 동절기 추가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는데, 첫날 접종 신청자만 10만 명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모더나가 개발한 BA.1 개량 백신을 신청한 사람이 6만 6264명으로 다른 백신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지금은 모더나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맞을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지난해 8월 우리 국민은 ‘백신 보릿고개’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20년 12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의 화상 통화로 “2000만명 분량(4000만회분)의 백신이 2분기부터 공급된다”고 발표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듬해 5월 문 대통령 방미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만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양해 각서(MOU)를 맺었지만, 당장의 백신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7월 물량이 연거푸 지연되더니 8월까지 백신 공급이 차질이 빚었다. 급기야 정부 대표단이 모더나 미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 이르렀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10월, 백신 부족은 딴 나라 얘기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 백신 국내 공급을 시작했고, 지난 15일부터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2가 백신도 생산한다. 패트릭 베그스테드 모더나 백신사업부 총괄은 지난해 상황에 대해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고 절박하게 뛰어들었던 시기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 2020년까지만 해도 연간 생산 규모가 수백, 수천 개(도스)였던 모더나가 2021년 한해에만 10억 도스가 넘는 백신을 생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라며 “정말 힘들었다”라고도 했다. 베그스테드 대표는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 백신 영업통으로 꼽힌다. 1995년 사노피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을 지냈고, 이후 미국 제약사인 MSD(머크)에서 아시아태평양 총괄, 백신 마케팅 및 상업화 부문 총괄을 지냈다.
그런 그가 2020년 6월 모더나로 합류했다. 업계는 그의 선택에 놀라는 분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이 옳았다. 미국 바이오벤처였던 모더나는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베그스테드 대표는 “2020년 800명 수준이던 모더나의 직원 수는 현재는 3500~3600명이다”라며 “엄청나게 성장했고, 또 동시에 엄청난 노력을 했다”라고 말했다.
베그스테드 대표가 모더나에 합류하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주최한 월드 바이오 서밋(World Bio Summit 2022)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소아감염학회(ACPID)에 참석했다.
그는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정부 관료를 만나 보건 정책 어젠다를 이해하고, 새로운 파트너 십을 구축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장은 전세계 톱10에 들어가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새 정부의 우선순위, 어떤 인구 집단, 어떤 질병, 어떤 일정의 백신 접종을 고려하는지 이해해야 사업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베그스테드 대표를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一 2년 5개월 전에 글로벌 빅파마에서 모더나로 합류했다. 계기가 있나.
“모더나에 합류한 사람들은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mRNA가 무엇이고 mRNA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는 상태에서도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mRNA는 외부의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이 어떻게 대처할 지를 알려주는 ‘메신저(전령)’다. 이 개념만 이해하면 mRNA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一 mRNA가 유망한 기술인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만간 엔데믹 선언에 나설 것이란 말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는 이제 끝났다’라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위드 코로나’로 적응해서 살아야 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가 10~20명에 달한다. 코로나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참 슬픈 현실이다.”
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백신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모더나)는 한국 정부와 어떻게 하면 현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논의를 해 왔다. 감염병을 이겨내려면 진정성 있는,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의 거짓 정보를 통해 ‘백신 맞으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고 백신을 안 맞게 된다.”
一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백신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무용론은 백신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이다. 일례로 최근 뉴욕에서 몇 주 전에 소아마비가 크게 돌았다. 소아마비는 이미 멸종한 질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자가 나타난 것이다.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홍역 환자 사례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게 바로 ‘이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결과다.”
一 홍역과 달리 코로나는 치명률이 현저히 낮다. 예를 들어 50세 이하 건강한 성인은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 않는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펜대믹 초기였던 2020년 우한 바이러스와 다른 게 맞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노인 비율이 상당히 높다. 코로나는 노인과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는 그동안 노인들과 기저질환자들이 코로나로 주로 희생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一 한국인 98%는 항체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 백신을 맞아야 하나?
“코로나는 변이를 일으킨다. 코로나는 베타,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에 하위 변이까지 나왔다.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백신도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에 걸렸고, 백신도 맞았으니 나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바뀌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一 바이러스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자주 맞기에 mRNA 백신은 너무 비싸지 않나?
“이 시점에서 ‘백신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입원을 하고, 사망했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어려워졌다. 당장 서울의 가장 큰 번화가인 명동 거리에만 해도 불 꺼진 상가가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백신의 가치에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것이 감염병에 따른 사회적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一 그렇다면 모더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새로운 변이들을 계속 추적 관찰하고 있다. mRNA의 장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mRNA 플랫폼은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설계도’를 바꿔 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업데이트 할 수 있고, 변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一 화이자가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5에 대응해 개발한 2가 백신이 국내에 도입이 되고 있다. 모더나의 BA. 4/5 대응 백신은 언제쯤 도입되나.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첫 2가 백신을 개발한 건 모더나였다. 모더나는 (화이자보다 앞서) 우한과 베타 변이에 대응한 2가 백신(mRNA-1273.211)을 개발했고, 우한과 오미크론 BA.1 바이러스에 대응한 2가 백신(mRNA-1273.214)도 개발했다.”
베그스테드 대표가 언급한 오미크론 BA.1 바이러스 대응 2가 백신은 현재 한국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모더나에 따르면 mRNA-1273.214를 추가 접종하면 오미크론 (BA.1)에 대한 중화항체가 약 8배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mRNA-1273.214를 접종하면, BA.4, BA.5 변이에 대한 대항력도 접종 이전에 비해 6.3배 가량 높았다.
一 오미크론 BA.1에 대응하는 2가 백신의 효과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은 최신식 백신을 선호하지 않나?
“우리도 오미크론 BA.4, BA.5에 대응하는 백신을 개발했다. 현재 이 백신의 허가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긴밀히 논의 중에 있다. 연내 허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一 그렇다면 BA.4, BA.5 대응 백신이 허가되길 기다렸다가 맞는 게 낫지 않나?
“결코 그렇지 않다. 백신은 결국 ‘타이밍’이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들은 감염병에 취약한 겨울철을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해서,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BA.1에 대응한 2가 백신은 BA.1뿐만 아니라 BA.4, BA. 5를 어느정도 보호를 해 준다.”
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모더나는 한국의 기업들과 중요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한다. BA.1은 물론, 앞으로 BA.4, BA.5 대응 백신도 한국에서 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현재 모더나 백신 원액을 받아서 DP(완제품 생산)하는 것만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삼바에 백신 원액(DS)생산까지 맡길 생각은 없나?
“삼바에게 원액을 공급해, 완제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효율’ 때문이다. 현재 운영하는 미국과 유럽 공장에서 DS(의약품 원액)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상태다. DS를 한국에서 하려면 기술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一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한국에 R&D 센터를 세울 계획은 없나?
“국립보건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의 여러 연구기관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mRNA 기반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대단히 큰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유전자를 배열하는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개발 가능하다. 모더나 연구자들이 세상 어디에 있든 mRNA 시퀀스를 바꿔서 모더나에 보내면 되는 식이다.”
一 mRNA 연구개발(R&D)을 위한 센터를 굳이 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mRNA 의약품 개발은 김치와 같은 전통 음식 레시피 를 개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 그리고 mRNA는 생산 효율이 상당히 높다. 모더나에서 사용하는 바이오 리액터는 굉장히 작다.”
一 한국 정부는 K-바이오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조언을 부탁드린다.
“한국이 집중해서 육성한 산업은 전부 성공했다. 조선이 그렇고, 자동차 반도체가 그렇다. 전 세계를 바꿨다. 미국에 기아차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거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잘 알고 있다. LG도 제약 바이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산업이 성장하려면 건강한 경쟁이 필요하다. 미국 속담에 ‘수위가 올라가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건강한 경쟁이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一 앞으로 10년 후 모더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mRNA가 뭘 할 수 있을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mRNA는 우리 몸이 특정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게 세포에 설계도를 쥐어주고, 내 몸이 스스로 치료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정말 엄청난 개념이다. mRNA를 생각하면 인간의 상상력이 오히려 mRNA의 성장의 방해 요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모더나는 이제 시작이다. 10년 후 모더나의 모습은 바로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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