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행 항공기 멈춰 세웠다…관광객 100명 실종 미스테리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2022. 10. 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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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의 여객기
[신짜오 베트남-217]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양양공항에 무사증 제도를 도입했는데, 들어온 베트남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도망쳐 버린 것입니다.

지난번 시리즈 글을 통해 베트남 하노이와 양양, 호찌민과 양양을 잇는 플라이강원의 새 비행노선이 개설되었다고 전달드렸습니다.

양양으로 들어오는 베트남 관광객의 인파가 넘쳐나 비행기는 거의 만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양양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베트남 관광객에 한해 비자를 면제하는 무사증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드렸는데, 결국 이게 문제가 됐습니다.

최근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한국관광에 나선 베트남 국민 100여 명이 실종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레티투항 대변인은 주한베트남대사관이 한국 당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고 수색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양국제공항 무비자 입국 제도는 지난 6월 시행됐습니다. 강원도에는 2023년 강원세계산림엑스포, 2024년 강릉청소년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원도는 무사증 제도 부활을 법무부에 건의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국민은 지정된 여행사를 통해 최대 15일간 강원도와 수도권 등을 패키지 형태로 관광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꽉꽉 채워 한국행을 결심한 관광객들이 한국에 내리자마자 종적을 감춘 것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자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입니다. 이에 플라이강원은 일시적으로 베트남행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베트남 불법체류자는 한국에 많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불법체류자는 7만411명으로 태국인(14만 26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흔히 논의되는 대학 서열상 인서울 하위권 대학만 가도 베트남에서 유학온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방대로 가면 베트남 유학생은 재학생 중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가뜩이나 한국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이들 대학생은 동남아에서 학생을 유치하지 않으면 살림을 꾸려가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한국으로 유학 와 성실하게 학업을 마치는 베트남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밑도는 베트남은 대학 졸업 초봉이 한화 기준으로 50만원을 넘기 힘듭니다. 1년간 일해 많아야 600만원을 받는 정도이지만, 한국에서 맨몸으로 공사장만 돌아다녀도 열심히 하면 두 달이면 1년치 연봉을 뽑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베트남 학생 일부는 대학을 이탈해 공사장으로 식당으로 행선지를 옮깁니다. 이미 한국에서 베트남 네트워크는 끈끈하다고 봐야 합니다. 오랫동안 한국에 정착해 수도권에 자리 잡은 사람도 많고 지방으로 나가면 곳곳에 걸리는 게 베트남 사람입니다. 또 베트남에는 삼성 효성 롯데 신한 등 한국의 탄탄한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 기업 생태계가 굳건히 정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배워 베트남에 돌아간다면 대기업 벤더 입장에서는 한국어와 베트남어 둘 다 능통한 최고의 인재로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양양에서 불거진 불법체류 사태를 엄중히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태에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설명을 한 점도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한국과 협정을 맺고 자신있게 양양으로 관광객을 보냈는데, 관광객 다수가 불법체류자 길을 선택했으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입니다. 내부에서는 아마도 '대망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도를 악용해 불법체류에 나선 베트남 관광객 행방을 추적해 반드시 베트남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볼 때는 된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국사람은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중소도시 공장에서는 불경기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 피가 마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시장에 구조적인 미스매치가 있기에 불법체류 틈새시장이 생기고 아무리 이를 근절하려 해도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불법체류자들이 자동차 사고라도 낸다면 차에 치인 사람은 치료비 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어차피 외국인 노동자 자체를 한국에서 없앨 수 없는 것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태를 미리 예견해 제도의 품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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