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안 “숨 턱턱 막히고 공포감 들어”…광산 매몰사고 가족들 ‘조금만 더 버텨주길’[현장에서]
형 생각하면 잘못한 것만 떠올라…살아 돌아오면 사과 하고파
“너무 참담합니다. 어둡고 답답해 잠시도 있기 어려운 곳에 아버지가 나흘째 계십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를 당한 실종자 A씨(62)의 아들은 29일 오후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제2수갱(수직갱도)을 직접 다녀온 뒤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의 아버지는 동료 B씨(56)와 지난 26일 발생한 갱도 사고로 지하 190m에 아래에 4일째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실종자 가족 대표 각각 1명은 구조당국과 함께 구조작업이 벌어지는 제2수갱 지하 140m 지점에 직접 다녀왔다. 가족이 확인한 지점은 구조당국이 확보한 45m 진입로 끝 구간이다. 이 구간은 직선거리로는 30m 구간에 해당한다. 제2수갱에서 사고지점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직선거리로 130m 길이의 암석을 파쇄해 나가야 한다.
그는 “갱도 안은 숨이 턱턱 막히고 어둡고 스산해 공포감이 들었다”며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나흘째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B씨의 형은 당국의 고난도 구간이 끝났다는 말에 희망을 품었다. 그는 “45m 이후부터는 단단한 암석이 아닌 석회질 성분의 암석이라고 한다”며 “다이너마이트로 폭발하지 않고 작업이 가능해 구조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동생이 조금만 더 버텨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구조 현장을 직접 다녀온 가족대표 2명은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사고현장 바로 옆 컨테이터 사무실에서 갱도안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안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B씨의 동생 박모씨(53)는 사무실 한편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구조대도 형도 모두가 안전하게 생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왜 이렇게 형에게 잘못한 것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형이 살아 돌아오면 꼭 안아주고 사과하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광산 매몰사고 구조 작업…당초 예상보다 최소 24시간 추가 소요
구조당국은 29일 오전 9시에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진입로 확보를 위해 폐갱도인 제2수갱(수직갱도) 지하에서 대형암석들이 많은 고난도 작업구간 45m 구간에 진입로 확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구간은 직선거리로는 30m 구간에 해당한다.
구조당국은 애초 고난도 작업구간인 45m 구간을 지난 28일 오후 5시쯤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진입로 확보에는 16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소방 관계자는 “예상외로 대형암석이 많고 강도가 매우 단단해 파쇄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상권 업체 부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조가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남은) 직선거리 100m의 경우 난이도를 ‘중’ 정도로 보고 있다”며 “100m 초입 부분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45m 지점에서 100m 지점은 급격하게 꺾이는 구간으로 5~6m 길이의 암석을 추가로 파쇄해 광차가 진입 가능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작업에만 8시간에서 10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보다 최소 24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셈이다.
이 부소장은 “100m 구간에 암석을 파쇄해 진입로를 확보하면, 파쇄된 암석은 광차를 활용해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며 “스위치레일(후진이 가능한 광차의 레일) 설치 이후에 구조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갱도 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고립자들의 생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구조 당국은 갱도 수평공간이 가로·세로 각각 2.1m가량의 공간이어서 고립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인력 117명과 장비 32대를 현장에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원 인원 중 1개 조당 7명으로 구성된 광산구조대 4개조 28명이 6시간씩 교대해가며 갱도내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소방관계자는 “갱도 내 암석을 일일이 치우고, 추가 붕괴 등에 의한 피해 방지와 고립자 및 구조대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보강하면서 고립자가 있는 곳으로 진입로를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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