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뇌졸중의 날`…"`무조건 빨리` 병원 찾아야"

안경애 2022. 10. 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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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빠를수록 후유장애 적어
'이웃·손·발·시선' 기억해야
무서움 알고 예방하는 게 현명한 삶
'건강한 혈관' 유지가 핵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의 질환으로 연간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무서운 병이다.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의 위험성과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약 5분에 한 명꼴로 뇌졸중 환자가 생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면 '뇌경색'이고, 뇌혈관이 파열돼 뇌 속에 혈액이 고이면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로 분류한다. 이중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한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의한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이게 흘러 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 산소 공급이 안 돼 뇌 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뇌졸중은 55세 이후로 발병률이 크게 높아진다. 보통 열 살이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이 2배씩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예컨대,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70세는 약 2배, 80세는 약 4배 정도 뇌졸중 발생률이 높다.

뇌졸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다. 3시간 이내 골든타임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 중 3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36% 정도에 그친다는 게 뇌졸중학회의 분석이다.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평소 뇌졸중 증상을 잘 몰라 이상 증상이 발생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점이 꼽힌다.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거나 뇌졸중과 전혀 관련 없는 의료 기관을 경유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김태정 교수는 "뇌졸중이 의심되면 무조건 빨리 병원을 찾아야만 더 많은 뇌 조직을 살릴 수 있다"면서 "뇌경색의 경우 3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 용해술과 동맥 내 혈전 제거술을 받는 환자의 예후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배 이상으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에 신속히 대처하려면 미리 증상을 알아둬야 한다. 뇌졸중 의심 증상은 한쪽 얼굴의 떨림과 마비, 팔다리의 저림 증상, 언어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 시선 쏠림 등이다. 만약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뇌졸중을 의심하고, 곧바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에 전화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평소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집 근처 뇌졸중센터를 확인해두는 것도 빠른 치료에 도움이 왼다.

본인이 뇌졸중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뇌졸중 척도'(CPSS)를 이용해 뇌졸중 여부를 식별할 수도 있다.

1단계는 환자에게 "이~해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웃게 한다. 이때 한쪽 입술이 밑으로 처지면 뇌졸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2단계는 '눈 감고 앞으로 나란히' 동작을 했을 때 한쪽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축 처지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저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등의 발음하기 힘든 문장을 따라 해 보게 한다. 이 척도에서는 세 단계 중 하나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뇌졸중일 확률이 70%라고 본다.

뇌졸중은 빠른 진단과 치료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평소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흡연, 과음 등 뇌졸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이중 만성 고혈압은 지속해서 뇌혈관에 영향을 미쳐 정상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훨씬 더 높다. 뇌출혈 환자의 70∼88%가 고혈압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혈압은 120~130㎜Hg 사이로, 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비만은 그 자체로 뇌졸중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뇌졸중을 일으키는 연결고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인구보건연구소가 세계 32개국 2만7천 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8년간 연구한 결과, 혈액 속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면 뇌졸중 위험이 26.8%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체지방이 체중의 25~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에도 뇌졸중 발병 위험도는 18.6% 높았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는 "혈액 속 지질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며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추면 뇌졸중 재발이나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말했다.

뇌졸중 예방에는 하루 30분 이상의 꾸준한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비만을 억제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운동시간을 빼기 어렵다면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걷기라도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도 도움이 된다.

식습관으로는 짠 음식(국물)이나 튀긴 음식,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작은 습관 하나라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질환이 생겨 고통받는 것 보다 질환의 무서움을 알고 이를 예방하는 게 현명한 삶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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