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대전환 시대] ‘톱10’ EV 배터리사는 亞…유럽·미국도 뛴다

2022. 10.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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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배터리 동맹체 ‘업셀’ 설립 공동대응
美 IRA 앞세워 ‘자국 내 생산’ 체제 구축
韓·中 배터리 기업, 美에 생산 기지 건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대상인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에너지부가 인프라법에 근거해 책정한 보조금 중 1차분으로 28억달러(약 4조원)를 12개 주(州)의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두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초기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자 유럽과 미국도 자력 생산 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은 최근 유럽 내 배터리 제조 동맹체인 ‘업셀(Upcell)’을 설립했다. 업셀은 유럽 기업들이 출자한 배터리 합작법인인 오토모티브셀컴퍼니(ACC), 프랑스 배터리 솔루션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스페인 전고체 배터리 이니셔티브 바스크볼트 등과 대학, 연구단체들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중국 등에 집중된 배터리 밸류체인을 유럽 내로 가져와 유럽의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강화,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유럽 전역에서 배터리 제조를 주제로 다루는 각종 프로젝트를 시행할 예정이며, 유럽 배터리의 이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도 맡는다.

아시아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최근 들어 유럽 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 화학기업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인 ACC가 대표적이다.

ACC는 유럽의 대표 배터리 연합체로 프랑스, 독일 등의 정부가 지원금을 보태 설립됐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확보를 위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소재·장비 업체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ACC는 2030년까지 70억유로(약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각각 40GWh 용량의 기가팩토리 3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전자기업인 독일 지멘스와도 최근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CC는 지멘스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활용,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앞당길 계획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재법(RMA, Raw Materials Act) 역시 배터리 산업에서 유럽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RMA는 전략적 핵심 원자재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배터리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1월 EU는 RMA 법안의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럽 내 배터리 동맹체 ‘업셀(Upcell)’ 로고. [업셀 제공]

미국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원료부터 최종 완성차 조립까지 ‘미국 내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종 조립이 북미에서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 광물 역시 특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처리돼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 40%로 시작해 2024년 50%, 2027년 80%로 높아진다.

이 밖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원료 생산 확충을 위해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1차로 28억 달러(약 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리튬과 흑연, 니켈 채굴과 대규모 가공 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에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 전기차 배터리 광물 및 소재의 국내 생산 및 가동을 지원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얼티엄셀즈 제공]

실제 미국의 IRA 발효와 각종 혜택은 기존 강자로 꼽히는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미국 내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 역시 미국 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궈시안하이테크는 이달 초 미국 미시간주에 총 23억6000만 달러(약 3조36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엔비전AESC는 지난 4월 미국 켄터키주에 20억 달러(2조8500억원)를 들여 공장을 짓는다고 한 데 이어, 최근에는 BMW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놨다.

미국 에너지 안보 협회인 AEE(Advanced Energy Economy)에 따르면 현재 100GWh 수준의 북미 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향후 2년 내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2030년에는 100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미국이 이처럼 자국 내 배터리 생산 확대에 집중하는 것은 미래 첨단 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선도 기술을 확보한 배터리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산업 전반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과 인력 등을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량 ‘톱 10’은 모두 아시아 국가가 차지했다. 중국 CATL, BYD, 궈시안, CALB, EVE, SVOLT 등 6개사가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판매량 기준 58%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3사(합산 점유율 26%)와 일본 파나소닉(점유율 7%)도 톱 10에 포함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과 배터리를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당장 견제 대상에서 비껴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합작 공장 등을 통해 핵심 기술이나 인력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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