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군주와 여섯 난쟁이’의 미래는? “2035년 중국 민주화 가능성”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53회>
14억5000만 인구가 1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新스탈린주의 늪에 빠지다
지난 10월 22일 중국공산당의 시진핑 총서기는 제20차 전국 대표 대회를 거쳐 제3기 연임에 성공했다. 당원 수 9700만의 중국공산당은 45년 전 마오쩌둥 시대의 일인 지배 체제를 재구축하는 역사적 퇴행을 연출했다. 14억 5000만이 중국공산당 일당의 독재 치하에 놓여 있는데, 그 일당이 일인(一人)의 뜻대로 움직이는 신(新)스탈린주의의 늪에 빠졌다.
중공 정치국 상임위원은 이제 모두 시진핑과 그의 충직한 여섯 명 부하들로 구성되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의 대기자 후원후이(胡文輝)는 일인 독재의 수족으로 전락한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 6인에게 “여섯 난쟁이”란 별명을 붙였다. 정치국 상위는 이제 고군(孤君, 고독한 군주)과 여섯 난쟁이의 촌극이 되었다.
폐회식에선 시진핑의 좌측에 앉아 있던 79세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 1942)가 완강히 버티다 강압에 못 이겨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일각에선 연로한 후진타오의 건강 상태를 우려한 시진핑의 배려라는 무리한 해석을 내놓지만, 한 나라의 수장이 즉흥적으로 국사(國事)의 프로토콜에 어긋나는 장면을 만들어낼 순 없다. 그날의 모든 장면이 국제 매체의 카메라에 찍혀 국외로 전송되고 있음을 시진핑이 모를 리 없었다.
결국 당내 권력투쟁을 종식하고 절대권력이 완성됐음을 과시하려는 한 전제군주의 얄팍하고 투박한, 무례하고 저열한, 교만하고 표독한 권술(權術)일 뿐이다. 중국 안팎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시진핑을 북한 김일성에 비유하고, 시진핑의 중국을 한반도 서쪽의 “시(西=習)조선”이라 조롱하고 있다.
정치권력 독점은 인류 공동의 지혜에 역행하는 구시대의 낡은 유습
정치권력의 독점과 절대화는 세계 정치사 인류 공동의 지혜에 역행하는 구시대의 낡은 유습이다. 권력 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근대 구미의 입헌주의 전통뿐만 아니라 2500년 전통의 유가(儒家) 통치 철학에도 어긋난다. 집권 이후 시진핑은 틈만 나며 “서방식 자유주의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유교 전통의 부활”을 외쳤지만, 그는 실상 유교의 기본가치와 통치이념에 대해선 무지한 듯하다.
전국시대를 종식한 진왕정(秦王政)은 삼황오제(三皇五帝)의 권력을 일신에 집중시켜 시황제(始皇帝)의 지위에 올랐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시황제는 이후 중국 역사에서 제국의 설계자 이사(李斯)와 함께 만고의 악인으로 전락했다. 전한(前漢) 시기 무제(武帝)가 유교를 정통 이념으로 채택한 이래 제국의 유생들이 대대로 진시황의 모순과 오류를 비판하는 정교한 과진(過秦)의 담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유생들이 왜 진시황을 그토록 비판했겠는가? 정치권력의 집중이 군주의 독단을 초래해 정부의 실패를 자초함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시황을 역사의 악인으로 폄하(貶下)함으로써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고대 유생의 간지(奸智)였다.
유가 최고의 경전 <<상서(尙書)>>는 군주와 대신 사이의 권력 분할을 성왕(聖王) 통치의 조건으로 제시한다. 전한(前漢)의 기린아 가의(賈誼, 기원전 200-168)는 어리석은 자가 군주가 되는 이른바 혼군(昏君)의 집권을 제도적으로 제약하기 위해서 현명한 재상을 관료제의 수장으로 삼는 승상제(丞相制)의 필요성을 논한 바 있다.
1400여 년 전 북주(北周, 557-581)의 문제(文帝) 우문태(宇文泰)는 “천하는 지극히 광활해서 한 사람 홀로 다스릴 수 없다(天下至廣,非一人所能獨治)”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중국 송대(960-1279) 지식인들은 권력의 전횡과 독단(獨斷)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언로(言路)를 개방하고’ 천하 사대부(士大夫) 지식인의 국정 참여를 확대하는 숙의의 과정이 필수적이라 주장했다.
공공 담론을 통해서 수렴된 지식계의 공유 가치와 공동 의제(議題)를 송대 사대부들은 공의(公議)라 했다. 13세기 남송의 진덕수(陳德秀, 1178-1235)는 “공의(公議)는 곧 천도(天道)”라고까지 정의한 바 있다. 이 밖에도 권력의 공유와 협치를 강조한 문장은 수도 없이 많다. 권력 독점과 전제 통치의 비판은 전통 시대 유생들의 입에 붙은 레퍼토리였다. 20세기 중반까지 진시황이 역사의 악인으로 비판과 질타의 대상이 됐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진시황이 역사의 영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시기는 다름 아닌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이었다. 특히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 마오쩌둥 일인의 권력이 절대화를 넘어 신격화되던 전체주의의 미망 속에서 중공 이데올로그들은 진시황의 미라를 지하에서 꺼내서 제세(濟世) 영웅의 신전에 안치시켰다. 이유야 단 하나 마오쩌둥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려는 의도였다.
결국 중국 헌법에 명시된 “마오쩌둥 사상”이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외피에 스탈린식 전체주의와 진시황식 통일이념을 끼워 넣은 낡은 전제주의 이념에 불과했다. 중국 헌법에 명시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대체 무엇인가? 스탈린에서 마오쩌둥으로 이어지는 공산 전체주의 일인 지배의 이데올로기인가?
쉬장룬 칭화대 교수 “이제 그만! 이 썩은 신격화 운동, 부패한 수령 숭배는”
시진핑 일인 지배의 강화를 보는 중국 지식인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그들은 오랜 정치적 훈습과 세뇌 교육 때문에 마오쩌둥 방식의 일인 지배를 승인할까? 칭화(淸華)대학 법학원의 쉬장룬(許章潤, 1962- )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사상 탄압에 맞서 비판과 고언을 멈추지 않는 진정한 대륙의 자유인이다. 베이징 대학의 장첸판(張千帆, 1964- ) 교수와 함께 2010년대 중국의 헌정 논쟁을 주도했던 그는 중국 헌법학계의 대표적인 자유파 지식인으로 꼽힌다.
시진핑 총서기의 제3기 연임 확정을 전후해서 해외 체류하는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쉬장룬 교수가 2년 전인 2020년 5월 발표한 글이 다시 퍼져 나갔다. “세계 문명의 큰 바다 위 중국이란 외딴 배(世界文明大洋上的中國孤舟)”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쉬장룬 교수는 무리하게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시진핑 총서기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유장한 운율을 밟는 그의 문장은 중국공산당과 일인 지배를 저격하는 자유의 총탄이다.
“이젠 그만! 이 썩은 신격화 운동, 부패한 수령 숭배는,
이젠 그만! 이 무도한 칭송의 가무, 썩어빠진 몰염치는,
이젠 그만! 하늘을 뒤덮는 거짓, 끝도 없는 고난은,
이젠 그만! 흡혈의 홍조(紅朝) 정치, 탐욕의 당국(黨國) 체제는,
이젠 그만! 7년의 황당한 착란, 거슬러 뒤로 가는 걸음은,
이젠 그만! 70년의 시체 산과 피바다, 전대미문의 홍색 폭정은.”
“7년의 황당한 착란”은 2020년 당시 꼬박 7년째를 맞는 시진핑 정권의 실정과 반동을 가리킨다. “거슬러 뒤로 가는(倒行逆施) 걸음”이란 역사의 정도를 거슬러 거꾸로 치닫는 광포한 일인 독재의 착오를 의미한다. “70년의 시체 산과 피바다”는 1949년 이래 중국공산당이 저지른 정치범죄와 인권유린의 희생자들을 비유한다.
오늘날 중국 땅에서 중국공산당 70년의 폭정과 시진핑 정권의 실정에 대해, 특히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해 이보다 더 강력한 직격탄을 가하는 지식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쉬장룬 교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속됐다가 1주일 만에 석방된 후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가택 연금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쉬장룬 교수의 헌정 이론에 대해선 앞으로 차차 알아보기로 한다.)
막강한 권력의 중국공산당은 과연 왜 일개 대학교수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만 할까? 지식인의 비판도 허용할 수 없는 시진핑 정권의 전체주의적 통치는 역으로 중국공산당의 이념적 허약성을 보여준다. 인류 역사에서 공산주의 이론은 이미 구소련의 해체와 더불어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중국공산당이 이미 파산선고를 맞은 구시대 낡은 이념에 집착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권력의 독점과 일인 지배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과연 언제까지 중국에서 신스탈린주의 일인 지배가 지속될 수 있을까? 향후 10년 시진핑 정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독재자의 권력 집착은 위기의식의 반영...시진핑 ‘’안전”이란 단어 89차례 강조
표면상 시진핑 정권은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고 앞으로도 굽힘 없이 일인 지배의 전제정을 강화해갈 듯하지만, 독재자의 권력 집착은 위기의식의 반영일 수 있다. “중공 20차 당 대회 정치 보고”에서 시진핑 안전이라는 단어를 89차례나 강조했다. 그는 “정치 안전”의 구호 아래 강력한 권력 독점 의지를 표명하고, “국토 안전”의 구호 아래 군사력 증강과 대만 병합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사회 안전”의 명분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진핑은 왜 그토록 “안전”에 집착하는가? 중국 밖의 전문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진핑 정권 자체가 중국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시진핑은 지난 10년간 무리한 정책을 펼쳐 스스로 경제적 위기, 사회적 위기, 외교적 위기를 자초해왔기에 도리어 목소리 높여 안전을 외치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독재 정권은 국민의 안전을 명분 삼아 대민 지배의 고삐를 당긴다.
개혁개방 43년, 세계 제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은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 1만2500달러의 중진국이다. 1989년 톈안먼 대학살 이후 지금까지 중공 정부의 통치는 정치 제도의 개혁 없이도 급속한 경제성장에 성공한 이례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1990년 총생산량 3600억 달러에서 2019년 14조3000억 달러로 무려 40배의 급성장을 보였다. 영어권 학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중공 정부는 이른바 “얼어붙은 후기 전체주의(frozen post-totalitarianism)”의 덫에 걸려 실질적인 정치적 제도개혁을 멈춘 상태다.
다만 경제성장이라는 수행적 합법성(performative legitimacy)을 정권의 통치 기반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민주화 없는 중국식 성장 모델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시진핑 일인 지배로 재출발하는 중국의 미래는 향후 10년간 어떤 과정을 거쳐 가게 될까?
195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립셋(Seymour M. Lipset)은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논하면서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발전할수록 민주주의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가설이었다. 경제발전은 도시 인구의 팽창, 교육 수준의 향상, 대중 매체의 발달, 교통·통신 시설의 확충, 거주이전의 확대 등을 불러와서 결국 민주화에의 사회적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립셋의 가설은 대한민국과 중화민국(대만)의 사례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그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권위주의 정권 치하에서 경제발전에 성공한 한국과 대만은 1980년대 이래 민주화에 성공해서 최소 3차례 이상 정권교체를 이뤘다.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일인 지배의 강화를 관찰하면서 미국의 정치학자 민신 페이(Minxin Pei) 교수는 조심스럽게 2035년 중국이 정치적 급변을 거쳐 민주주의 체제로 진화할 가능성을 예측한다. 그 첫째 이유는 일인 지배에 따르는 정치적 위험이다. 일인 지배는 필연적으로 관료적 수동성, 책임 회피, 정책 착오의 위험성을 높이며, 극한 정치를 차단할 안전핀을 결하고 있다. 실례로 그간 시진핑의 전권으로 추진돼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남중국해 군사기지 구축, 신장 지역 위구르족 탄압, 홍콩 반민주 법안 입법 등은 향후 중공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둘째 이유는 바로 권력 승계 과정의 위험이다.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의 사례가 증명하듯, 강력한 카리스마의 전제군주가 사라지면 격렬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위험이 고조된다. 시진핑의 일인 지배가 강화될수록 그만큼 권력 공백에 수반되는 정치적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셋째 이유는 인구 고령화 및 서방과의 무역 마찰에 따른 경제 성장률의 저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30년 중국 인구의 17% 정도가 65세 이상이 된다. 국제적으로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체주의 일인 지배의 중국과 구미 자유주의 진영 사이의 경제적 공생 관계가 약해진다면, 중국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향후 10년간 중국의 중산층이 더욱 확대된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최소 3%의 성장을 이어간다면 2035년쯤 한해 1인당 GDP가 구매력 기준으로 2만5000달러를 웃돌게 된다. 또한 10년 후엔 대학 졸업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게 된다.
중공 중앙은 지금 정치 개혁을 완강하게 거부하며 신스탈린주의의 일인 지배로 퇴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앞으로 10년 중국에 닥칠 정치적 급변 가능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의 경구처럼, 매사 극단으로 가면 변하게 마련이고, 변화는 막힌 것을 뚫고, 막힌 것이 뚫리면 오래도록 새로운 질서가 유지된다(窮則變,變則通,通則久).
“고군(孤君)과 여섯 난쟁이”의 촌극으로 전락한 “중국 특색의 전체주의”는 겉으로야 막강한 폭주 기관차 같지만, 쉬장룬 교수의 지적대로 “세계 문명의 큰 바다 위에서” 풍랑에 휩싸인 “외딴 배”일 수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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