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4 e-트론, 제로백 8.5초로 늦춘 이유는

나은수 2022. 10.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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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알못시승기]
200여km 달려보니…공인전비보다 1.6배 높은 6.8km/kWh
Q4 e-트론 전면부.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제주=나은수 기자] '357-207'=286km(?)

지난 27일 제주도에서 시승한 아우디 'Q4 e-트론'의 한 줄 평이다. 이 차(스포트백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는 357km. 이날 시승한 거리가 총 207km이니 이후 잔여 주행 가능 거리는 150km여야 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친 후, 디지털계기판을 보자 286km를 더 주행할 수 있었다. 계기판에 뜬 주행 가능 거리만 보면 136km를 안 달린 셈이다. 이 거리는 대략 서울에서 청주를 갈 수 있는 거리다. 이날 함께 시승한 'Q4 e-트론 40' 모델 역시 실제 주행가능거리보다 약 130여km를 더 달렸다. 

아우디 역시 이를 의식하는 듯했다. 아우디 관계자들은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증 받은 주행 거리보다 실제론 훨씬 더 멀리 나간다"는 점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Q4 e-트론 '40'과 '스포트백'…같은 듯 다른

/그래픽=비즈니스워치

Q4 e-트론은 아우디가 처음 선보이는 컴팩트 세그먼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다. 국내엔 'Q4 e-트론 40'과 'Q4 e-트론 스포트백' 두종이 출시됐다. 이 두 차종 모두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가 적용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82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차의 전면부만 보면 외관상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두 차종 모두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을 냉각할 필요가 없어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아뒀다. 그릴 앞 탑재된 아우디 특유의 원형 로고가 균형감을 더했다. 전면부의 오버행(앞바퀴 중심에서 앞범퍼 거리)이 다른 SUV 모델보다 짧다는 것까지 똑같다.

이날 시승 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난희 인스트럭터는 "보닛에 엔진을 장착할 필요가 없는 Q4 e-트론은 오버행 부분을 짧게 디자인한 게 특징"이라며 "짧아진 전면부 덕분에 뒷 부분을 길게 늘여 뒷 공간이 넉넉해졌다"고 설명했다. 

Q4 e-트론 40(왼쪽)과 Q4 e-트론 스포트백(오른쪽)의 후면부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두 차종의 외관상 차이는 후면부에 있다. 두 차종 모두 후면부를 길쭉히 빼냈지만 'Q4 e-트론 40'의 후면부가 조금 더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스포트백 모델은 후면부에 곡선미를 강조한 쿠페형 SUV다.  

외관상 차이는 뒷좌석의 공간감으로 이어진다. 40모델과 달리 스포트백 모델의 헤드룸은 생각보다 넉넉지 않았다. 키가 178cm인 기자가 정자세로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가 닿을락 말락할 정도다. 시승 후 제원을 확인해 보니 스포트백 모델 전고(차의 높이)가 Q4 e-트론 40 모델보다 20mm가량 낮았다. 다만 두 차종 모두 레그룸 자체는 넉넉했다. 

운전석에 앉자 넓은 시야감이 확보됐다. 이는 큰 차창과 넉넉한 대시보드 덕분이다. 특히 대시보드는 성인 남성의 팔이 끝까지 뻗어도 남을 정도다. 

Q4 e-트론은 넉넉한 대시보드를 자랑했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두 차종 모두 차 개폐 손잡이 바로 아래에 별도의 수납 공간이 없다. 일반적으로 그 자리엔 스마트폰, 지갑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작은 수납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차종 모두 밑이 뻥 뚫려있었다. 바로 앞 부분에 500mℓ 물병이 들어갈 정도의 수납 공간이 있지만 실용적이진 않아 보였다. 

Q4 e-트론은 차 개폐 손잡이 바로 아래에 별도의 수납 공간이 없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전기차는 이래야 돼'란 공식 깨

두 차종 모두 승차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해서 그런지 주행감에 있어 별다른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두 차종 모두 액셀을 밟을 때 즉각적으로 속도가 붙는 일반 전기차의 느낌은 아니다. 개인적으론 묵직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속력 역시 일반 전기차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5초다. 일반적인 전기차의 제로백은 4~5초 내외다. 

전 인스트럭터는 "보통 운전자들은 '전기차는 빨라야 해', '전기차는 날렵해야 돼'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아우디는 이러한 공식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속이나 주행감 모두 전기차보단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순 있겠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아우디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너링 또한 우수했다. 이는 배터리의 위치를 차량 한가운데 위치시킨 덕분이다. 무거운 배터리를 차 한가운데 배치시켜 전체적인 균형감을 잡았다는 게 아우디 측 설명이다. 

1100고지에서 측정한 주행가능거리. 사진 왼쪽부터 진입(380km)-정상(201km)-내리막(329km)순이다. /사진=나은수 기자=curymero0311

제주도 1100 고지 도로에 오르자 전비가 급격히 나빠졌다. 주행가능거리도 매분마다 3~5km씩 떨어졌다. 1100 고지 진입 전 주행 가능 거리는 380km였지만 약 26km의 오르막 코스를 주행하면서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01km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지에 도착한 뒤, 내리막 주행을 시작하자 주행 가능 거리가 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1100고지를 내려왔을 때 찍힌 주행 가능 거리는 329km였다. 이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내리막에서 얻은 운동 동력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회생제동 덕분이었다. 

두 차종 모두 일반 드라이빙 모드(D), 회생제동이 강한 브레이킹 모드(B)로 주행이 가능하다. 드라이빙 모드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회생제동이 작동하지만 브레이킹 모드는 액셀을 떼는 순간 기능이 작동된다. 다만 이날은 주행 가능 거리를 더 깐깐하게 확인하고 싶어 브레이킹 모드를 사용하진 않았다.  

우연일진 모르겠으나 두 차종 모두 최종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6.8km/kWh의 전비를 기록했다. 이 전비대로라면 Q4 e-트론 트림은 557.6km를 주행할 수 있다. 공인된 주행 가능 거리보다 Q4 e-트론 40은 198km, Q4 e-트론 스포트백은 200km를 더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전날(26일) 시승 행사에서 최종 전비가 7.5km/kWh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며 "정부에서 공인한 주행 가능 거리보다 사실상 더 멀리 나간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0원…자신감일까

Q4 e-트론40. /사진=아우디 제공.

Q4 e-트론 가격은 트림별 5970만~7070만원 선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5500만~8500만원 전기차에 50%의 보조금(5500만원 미만은 100%)을 지급하고 있지만 Q4 e-트론 40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저온 주행 가능거리가 국내 기준을 충족치하지 못한단 이유에서다. 정부는 저온(영하 6.7도)에서 측정한 주행 가능 거리가 상온(20~30도) 주행 가능 거리의 70% 이상일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단 스포트백 모델은 289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우선 시작은 좋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Q4 e-트론40의 지난 9월 판매량은 518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수입차 모델 중 두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Q4-e트론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중"이라며 "아우디가 전동화 전략에 진심인 만큼 앞으로도 국내에 다양한 전기차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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