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의 ‘위험한 승부수’가 대세를 그르쳤다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이미 엎질러진 물이긴 하지만,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 나아가 28년 만의 패권 탈환의 꿈이 속절없이 스러진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그리 무의미하지는 않겠다.
올해는 LG가 한국시리즈 정점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완전체에 가까운 전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1994년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던 이광환 전 LG 감독은 투, 포수와 유격수, 중견수로 연결되는 이른바 ‘중추’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LG는 올해야말로 가장 튼실한 등줄기를 갖추었다. 중견수 박해민을 영입해 외야 수비를 강화하고 유격수 오지환은 팀 내 최다인 25홈런(리그 4위)을 날리며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정규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LG의 방어망 위력이 더욱 실감 난다. LG는 리그 막판까지 선두 SSG 랜더스를 위협하며 2게임 차로 2위에 올랐다. 비록 2위에 머물렀으나 각종 기록은 SSG에 못지않다. 특히 투수 부문에서는 압도적이었다. 다승 1, 2위를 외국인 두 투수 켈리(16승)와 플럿코(15승)가 차지했고 철벽 ‘문지기’ 고우석(42세이브, 1위)과 홀드왕 정우영(35홀드)으로 대변되는 불펜진은 그 어느 팀도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따라서 플레이오프에서 LG가 키움 히어로즈에 1승 3패로 무너지리라고는 상상하기 쉽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도 LG는 맥없이 졌다.
한국시리즈 진출의 분기점은, 개인적인 견해를 앞세우자면 10월 25일 잠실에서 열렸던 2차전이었다. 2-7로 뒤졌던 LG가 6-7 턱밑까지 추격한 다음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무사 1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무모한 강공’으로 허망하리만치 찰나에 무너졌다.
류지현 감독이 희생번트 대신 강공으로 밀어붙였으나 오지환은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문보경의 병살타로 경기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LG가 그 경기를 잡았더라면 플레이오프는 3차 단명국으로 이끌 수도 있었다.
한 점 차이에 선두주자의 출루라면, 우선 동점을 노린 다음 역전을 기대하는 게 순리일 텐데, 류지현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단숨에 승부를 뒤집겠다는 심산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위험한 도박’(이순철 해설위원)이자 요행수를 바라는 선택이었다.
두말할 나위조차 없이 단기간 승부는 감독의 냉정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류지현 감독은 승부처에서 둔 무리수로 대세를 그르쳤다.
LG 감독을 역임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그날 사정을 보면 키움은 선발 요키시가 일찍 내려가는 바람에 투수진을 다 소진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동점 만들어놓으면 불펜진 강한 LG가 유리했다”고 되짚었다.
“류 감독으로선 오지환이 지나가면 하위타선이어서 확률이 낮다는 계산을 했겠으나 키움 불펜에 LG 타자들이 공략 못 할 정도의 투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선택은) 감독의 성향이겠지만 ‘무조건 (번트를) 대야된다는 것보다 확률로 보면 번트를 하는 것이’ 상대를 압박할 수 있고 동점 만들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는 풀이였다.
부연하자면, 류지현 감독으로선 원체 오지환이 믿을만한 타자였으므로 일거에 전세를 뒤집겠다는 욕심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그 점에 동의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그렇게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점 뒤지고 있는데 (감독의 선택은) 파워 있는 타자가 나왔으니,(…) 페넌트레이스 에서는 몰라도 그런 생각은 단기전에서는 위험한 도박이다”
LG는 1차전에서 이겼다. 그래서 은연중에 선수들의 마음에 상대를 얕보는 생각이 침투했는지도 모른다. 이순철 위원의 말대로 1차전은 키움 선수들의 ‘실수’‘로 이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더욱 마음의 고삐를 조여야 했다.
LG 트윈스는 류지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지난해에도 와일드 카드로 올라온 두산 베어스에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로 졌고, 올해도 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어 28년 만의 정상도전의 큰 꿈이 모래성처럼 흘러져내렸다. 감독의 한순간의 판단 착오 아닌, 미숙한 운용에 따른 과욕이 부른 참사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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