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료 꿈꾸는 선후배 탈북 한의사

이상현 2022. 10.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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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들이 갖는 직업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의사나 약사 한의사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최근엔 조금 특별한 탈북 한의사도 배출됐다는데요.

북한 의대 선후배 사이라는 한의사들을 이상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신림동의 다소 번잡한 거리에 자리잡은 한 한의원.

문 연지 다섯달 밖에 안된 곳이지만 대기실이 환자들로 꽉 차 있습니다.

[임선영/서울 관악구] "저는 이 부근에 사니까 찾아오게 됐는데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게 해주시고 이제 90% 정도는 다 나았어요."

진료실에선 한창 진맥이 이뤄지고 있었고요.

"몸이 아무래도 부어 있으니까" "항상 무겁고요?" "네" "습(습기)이 있으니까 머리도 무겁고 몸도 무겁고 허리도 무겁고 그렇거든요. 아픈 곳이 어디 한군데 딱 정해진게 아니고 미미하면서 그래서 모든게 가라앉는 거에요."

침상에선 유난히 굵고 기다란 침이 환자들의 몸 이곳저곳에 놓아지고 있었습니다.

"1번 2번 3번 어디가 아파요?" "네, 거기요" "1번" "아 선생님 너무 아파요. 아 제발 아 너무 아파요" "다 됐어요"

북한의 의과대학에서 고려의학, 한의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재직하다 탈북해 7년전 남한으로 오게 됐다는 최한성씨.

뭘 해야할지를 몰랐던 탈북 초기,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활하다 남한 병원들을 조금씩 경험해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요.

[최한성/탈북 한의사] "북한의 의학이 설비상태는 뒤떨어질 수 있어도 치료가 남한 의학에 떨어지진 않겠구나라는걸 제가 느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든 여기서 내 소질을 한번 펴봐야 되겠다."

그렇게 북한에서의 20여년 의술경험을 남한에서 펼칠 결심을 하게 됐는데요.

[최한성/탈북 한의사] "저는 길 지나가면서 사람들 이렇게 보면 저 사람은 어디 아프겠구나. 저 사람은 어디가 불편하겠구나. 제 눈에는 다 보이는건데 저도 그 사람들을 치료해서 진짜 대한민국에 짐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에요."

5년 간의 노력끝에 올해초 한의사 국가시험에 최종 합격했고, 침술 전문을 내세워 지난 5월 한의원 문을 열었습니다.

[최한성/탈북 한의사] (북한) 침구학에선 침날의 두께, 자극 세기에 대한게 아주 세밀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의 한의학 책들에서 보면 그런 부분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근데 대신 약에서는 남한 한의학이 많이 우월하죠. 한약 조제에서는"

약재가 부족한 탓에 상대적으로 더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북한의 침술, 그 중에서도 안과질환 치료가 특히 입 소문을 타면서 개업 5개월 만에 벌써 단골환자들도 많아졌습니다.

[곽희옥/서울 은평구] "(안구건조증으로) 와서 제가 (침을) 한 10번 맞았거든요. 우리 집에서 엄마 눈에 흰 자위가 돌아왔다고.. 눈에 생기가 생기는거에요. 저 보는 사람들마다 너무 좋아졌다고"

[김수진/서울 강서구] "(중심성 망막염을) 한방에서 고친다는 소리를 못 들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 기대없이 말씀드렸는데 고칠수 있다고 그러시는거에요. 한 10번 정도 맞으면 뺄 수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현재 남한에서 활동중인 탈북 한의사는 15명 정도.

대부분이 남한에서 한의대를 다시 졸업한뒤 한의사가 된 탈북민들인데요.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한의학계에서 이런 과정 없이 북한에서의 경력만으로 남한 한의사가 된건 최한성씨가 11년 만이라고 합니다.

서울 왕십리에 있는 한 상가건물.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곳에도 북한 출신 한의사가 운영중인 한의원이 하나 있습니다. 문을 연지 10년이 넘은 곳으로 저희 방송에서도 한차례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탈북 의료인들의 남한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한성씨처럼 11년전, 북한에서의 경력만으로 시험에 합격해 남한 한의사가 됐던 박지나씨의 한의원인데요.

북한 의대 후배이기도 한 최한성씨의 멘토, 숨은 조력자였습니다.

[박지나/탈북 한의사] "북한에서 우리가 침을 놓을때 환자 분들이 침 맞았을 때 자극이 없으면 자꾸 말하잖아요? "아니 왜 이렇게 침을 맞았는데 땅기지 않고 아프지 않아요?" 자꾸 땅기게 아프게 놔달라고 자극을 달라고 침을 놓는 한의사한테 말하잖아요. 근데 반대에요. 우리 남한 사회에서 침을 놓아보면 땅기잖아요? 그럼 막 벨 눌러요. 이게 너무 땅기는데 잘못 놓은거 아니냐고"

한의사 시험에서부터 한의원 운영까지, 다방면의 조언을 얻어온 선배와의 영상통화.

[최한성/탈북 한의사] "남한 사회에 처음 와서 언어소통 문제가.. 환자 분들이 "중국에서 오셨어요? 말투가 이상해서" 그러더라고요. "북한이요"하면 "아 그러셨구나" 그러는거에요."

남한에서 한의학 박사도 따냈고 교수생활까지 병행중인 성공한 선배 한의사지만, 후배에 대한 존경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박지나/탈북 한의사] "북한에서의 경력을 보면 교수직에까지 있다 오신 분은 (최)한성 선생님 뿐인거에요. 그러니까 그 누구보다 학문적 임상적 지식은 탄탄할 거에요. 제 후배지만 교수님이셨기 때문에 교수님으로서 존경을 하는거고. 그렇게 전문지식이 탄탄한 것을 어떻게 잘 펼칠지를"

양의학과 한의학, 양-한방을 모두 다룬다는 북한 의사로서의 활동 경험은 이런 탈북 의료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쟁력.

[박지나/탈북 한의사] "통일이 됐을때 분명히 (탈북) 의료인 집단이 할 일이 있을 겁니다. 남북한의 의료시스템이라든가 대학의 교육과정이라든가 교재의 편제, 편집 이런데서 장단점을 잘 취합을 해서 더 좋은 쪽으로 의견을 줄 수 있는 집단이 될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양한방 통합의료를 넘어선 남북한 통일의료를 꿈꾸며 탈북 의료인들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2183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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