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열기 후끈…중남미 '핑크타이드 시즌2' 완성될까

최서윤 기자 2022. 10. 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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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현장을 가다] 30일 결선 투표…'좌파 대부' 룰라 복귀 여부 주목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세 현장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2. 10. 28.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리우데자네이루=뉴스1) 최서윤 기자 =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는 빗속에서도 이틀 남은 대선 열기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

조금 뒤인 저녁 9시 30분(한국시각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3선에 도전하는 노동자당(PT)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과 연임을 노리는 자유당(PT)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투표 전 마지막 TV 토론을 벌일 지역이 바로 리우다.

마지막 토론은 최대 언론 <우 글로부>의 G1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된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리우데자네이루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 표'를 호소하며 유세 행진을 벌였다. 지지자들은 투표 바로 전날인 29일까지 이 같은 동원 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달 2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48.4% 득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을 5.2%포인트(p) 앞서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5~7%p 앞서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들 및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이번 선거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에 따라 중남미 좌파 정부 결집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유세 현장에 걸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사진. 2022. 10. 28.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21세기 초반 중남미 핑크타이드 절정 이끈 '대부'

룰라 전 대통령은 중남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전성기인 2003~2010년 재임, 공격적인 사회지출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출하고 대외적으로도 좌파 정부들과 다각도로 협력하며 '좌파 대부'격으로 칭송받았다.

최근까지 유엔인권최고대표를 지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2006~2010), 우루과이 사상 첫 좌파 정권 창출 주역 타바레 바스케스 전 대통령(2005~2010), 아르헨티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03~2007)·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2007~2015) 전 대통령(부부) 등이 그 시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미국 주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4개 정회원국과 볼리비아·칠레·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5개 준회원국 그리고 베네수엘라(2016년 자격 정지) 등이 합세해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출범시킨 것도 이 무렵이다.

1990년대 초 중남미 민주화 바람과 함께 시작된 좌파 정부 출범 물결은 룰라 재임 기간 절정을 이룬 뒤 조금씩 쇠퇴, 룰라의 2018년 수뢰 혐의 유죄 판결과 함께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룰라는 80%라는 높은 지지율로 물러나며 바통을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2011~2016년)에게 넘겼다. 호세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의회에서 탄핵 당하기까지 룰라가 창당한 노동자당 정권이 14년 이어진 셈이다.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제 파탄과 우파의 반격 속 부정부패 의혹에 휘말린 노동자당은 그대로 몰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의 2018년 수뢰 유죄 판결을 취소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거리에 모인 지지자들이 손가락으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엘(L)'자를 그리고 있다. 2022. 10. 28.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중남미 다시 '좌향좌'…핑크타이드 '시즌2' 시너지

이제 중남미에 '두 번째 핑크타이드' 조건이 갖춰졌고, 룰라가 그 마지막 퍼즐 조각이란 점은 이번 브라질 대선을 대외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2018년 출범한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2019)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세(2020) 그리고 2021년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와 △칠레 가브리엘 보릭, 2020년 △온두라스 시오마라 카스트로와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 등 중남미 주요국에서 속속 다시 좌파 물결이 재현하고 있다.

룰라 복귀 시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 새 정부와 주변국 좌파 정부들 간 시너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룰라의 취임 후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상대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재임 기간 개발에만 몰두해 훼손된 아마존 열대 우림과 그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아마존을 맞댄 콜롬비아에서도 올해 6월 당선한 페트로 대통령이 같은 과제를 내세우고 있어 협력 효과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다시 고립된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쿠바 미겔 디아스카넬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3대 반미국가 정부와의 가교 역할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결선 투표 승리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던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때와 다른 국제상황…新냉전 속 중남미도 몸값 상승

중남미를 둘러싼 국제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첫 번째 좌파 바람이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 평화)' 시기 불었다면, 두 번째 좌파 물결은 이런 국제 질서가 흔들리며 신(新)냉전이 시작하는 가운데 일렁이는 것이다.

한때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린 중남미는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력을 집중하는 지역이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남미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시노백,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을 다량 도입해 빠르게 접종한 건 중요한 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룰라는 캠프 인사를 수차례 워싱턴으로 급파해 미 국무부 당국자들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들 및 유럽 측 외교인사들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징성 높은 룰라의 복귀 여부에 이들 국가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는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동시 투표로 치러진다. 전자투개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같은 날 저녁쯤이면 당선자 윤곽이 나온다. 이달 2일 치러진 1차 투표는 종료 4시간 뒤쯤 96% 개표, 결선투표가 확정됐었다.

오는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중남미 좌파 국가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 AFP=뉴스1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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