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투자바이블] 제조업을 다시 보라

여론독자부 2022. 10. 29.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더 이상 제품 생산에만 집착 않고
임대·공유 등 서비스로 중심 이동
평균보다 저평가된 車업체 등 주가
고부가 전략 성공땐 상승 여력 충분
[서울경제]

노인들은 소비보다 저축에 관심이 많다.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제조업은 부가가치를 잃어갔다. 특히 소비가 맞춤형으로 이동하며 제조업체들은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마저 보였다. 2010년대 후반 증시에서 기술주들의 놀라운 약진의 그늘에 제조업은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제조업이 역습을 시작했다. 먼저 데이터를 제품에 내재화시킨다. 예를 들어 타이어에 센서를 심는다. 이 경우 그 지역의 도로 사정을 파악할 수 있어 타이어 주름 디자인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전기차 제조 업체들은 가급적 판매 대신 임대를 원한다. 왜냐하면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회수하고 싶기 때문이다. 배터리 안에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과 같은 희귀금속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재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자원들을 제조 업체가 갖는다.

희귀금속 채취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 지금은 채굴 과정에 관한 규제가 느슨하지만 향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희귀금속의 확보 여부가 전기차 사업 가능성 자체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희귀금속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전기차 제조 업체들은 판매가 아닌 임대로 배터리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전기차 생산 비중이 낮아 배터리를 외주에 의존하지만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제조도 내재화할 것이다. 가장 부가가치가 큰 부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엔진을 스스로 생산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이익배율(PER·주가/순이익)은 4배~10배 사이에 있다. 주가지수 평균 PER은 코스피 10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6배인데 이와 비교할 때 자동차 주가는 크게 할인돼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석유엔진 자동차를 팔아 지금과 같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가정이다. 지금의 급진적인 친환경 정책은 세계적으로 2030년부터 석유엔진 퇴출을 시작하고 2035년부터는 석유 자동차의 운행조차 금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자율주행 인프라가 구축되면 차가 서로 교신하며 달리기 때문에 안전성이 향상된다. 즉 자동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가전제품이 될 수 있다. 2025년까지 미국에만 100개가 넘는 전기차 조립 업체가 등장할 예정이다. 전기차로 넘어가면 차를 제조해 돈을 벌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제조 업체도 더 이상 ‘제조’에서 돈을 벌려는 미련을 버리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부가가치를 제조에서 임대·금융·공유 등 서비스로 넘기고 있고 그 기반을 배터리 재활용 능력에서 찾고 있다. 즉 배터리 소재를 쉽고,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 전기차 사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배터리 수거 역량이 핵심이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넓은 정비망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자율주행으로 인한 자동차 공유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디지털 가상 세계가 열려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수록 자동차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관련 서비스를 통한 단위당 부가가치는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동차 주가에 대한 큰 폭의 디스카운트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단 자동차 임대보다는 소유가 익숙한 한국·일본 업체들은 다소 불리할 수 있다.

한편 ‘탈글로벌화’로 인해 소비 중심의 선진국들이 생산 위주의 신흥국에서 제조 설비를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는 공급망의 안정과 고용 확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제조 업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 및 귀한 자원들이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산을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고 있다.

미국도 패권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제조업을 빼앗아 오려 한다. 선진국이 제조 설비를 신흥국에서 가져오려면 인건비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로보틱스를 서둘러 보급해야 한다. 점차 공장에는 로봇만이 남을 것이다. 사람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작업하면 실시간으로 현장에 반영되는 사물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습관을 바꾸기 싫어한다. ‘굳이 그렇게 스마트하게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는 초고속 통신망이라는 비싼 투자를 미뤄왔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생기고 있다. 단 사이버 보안이 선결 과제이므로 이 또한 투자 대상으로 부각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