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7년 5월1일 오후 2시50분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플랜트 건조 현장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지브형 크레인의 붐대(쇠로 된 지지대)가 충돌했다. 물량팀 노동자 A씨는 ‘쿵’ 하는 엄청나게 큰 소리를 들었다. 크레인 붐대가 무너지면서 사방은 아수라장이 됐다.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A씨의 형도 사망자 중 한명이었다. 무사하기를 바랐지만 형은 끝내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업체사장이 ‘형이 인근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 순간 어떻게 했는지 A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일찍 찾았으면 살 수 있었을까…하루는 자책하고, 형이 너무 보고 싶어 하루는 목놓아 울어버리는 날들이었다. A씨는 사고 이후 거제를 떠났다가 2018년 생계를 위해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당시 사고 기억이 떠올라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고 했다.
노동자 B씨는 이 사고로 ‘경추염좌, 다발성 타박상, 우측 슬관절 찰과상’을 입고 치료받았다. B씨는 정신과에서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단도 받았다. B씨의 병원 초진 기록에는 이렇게 써있다. “밤에 자려고 하면 몸에 벌레가 팔, 다리로 기어가는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잠도 2시반, 3시에 깬다. 바로 잠도 오지 않고 깊게 잠들 수 없다. 한번은 지나가는데 누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졌는데, 그때 사고 현장이 떠오르고 그러더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과 전국금속노조법률원 등 ‘피해 노동자지원단’은 2019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소(한국 NCP)에 진정서를 냈다. 국내 법위반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결과에 따라 삼성중공업에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노동자지원단은 삼성중공업이 선제적으로 피해자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원단이 피해사례를 발굴해 요청해야만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본사는 한국이지만, 중국과 인도,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계열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피해 노동자지원단은 사고 당시 작업이 위험하게 진행됐고,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의 근본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판단해 조정하고, 적절한 구제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정절차는 결렬됐다. 한국 NCP는 지난 26일 해당 사건을 종결하고 최종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 NCP는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종성명서를 발표한다”면서 “다만 가이드라인의 이행을 위한 권고사항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한국 NCP는 삼성중공업에 “조사과정에서 누락된 추가피해자 확인 시 구제조치 실시, 산업안전사고 발생 시 적극적인 피해자 탐색과 구제조치 방안 수립, 사고방지 대책에 대한 실사 진행” 등을 권고했다.
피해 노동자지원단은 “한국 NCP의 권고가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 문제점과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입장을 전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피해 노동자지원단은 “대법원도 대한민국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삼성중공업의 안전조치 미흡이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는 점이 부정될 수 없다”며 “그러나 한국 NCP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채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책임과 관련성,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고 이미 국내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사항을 기술한 것에 불과한 공허한 권고를 내놨다.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나도록 피해구제 방안에 대해 ‘검토’에 머물러 있을 뿐 실질적인 조치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면서 “피해노동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NCP의 최종성명서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여전히 힘들어 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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