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에 인터넷에는 못 올렸지만...” 요즘 집 사러 가면 ‘현장할인’ 해준다
급매물도 ’현장 할인 3000만원’ ‘인테리어 비용 1500만원 지원’
집값 하락 속 매도 희망하는 집주인들의 자구책
부동산 하락장, 이런 판국에 집을 싸게 내놓으면 ‘눈총’이 대단하다. 일부 소유주들은 매물을 싸게 거래하는 부동산을 찍어 괴롭히거나,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서 소유주를 비난한다. 그걸 피하는 법이 또 나왔다. ‘현장 할인가’다. 부동산 관계자와 집주인이 ‘급매’로 고객을 유인한 뒤, 직접 만나 한 번 더 ‘현장 할인가’를 제시하는 식이라고 한다.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매물 낮은 가격에 올리면 같은 아파트 주민의 항의 전화를 받는다”며 “물건을 보고 실제 매수 의사를 표시하면 ‘진짜 가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이번 하락장 속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기자는 실상 파악을 위해 직접 부동산을 찾았다. 목표는 4억~6억원 사이에 있는 20평대 아파트. 기자는 시세 대비 10~30% 이상 떨어진 ‘급매’만 찾았는데, 직접 중개인을 만나 10곳의 아파트를 소개 받은 결과,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곳만 10곳 중 7곳이었다. “집 사면 3000만원 더 깎아주겠다”, “인테리어 비용 1500만원을 지원해주겠다” 같은 식이었다. 나머지 3곳은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했다.
◇”3000만원 깎아드릴게요”...발로 뛰어 찾은 ‘진짜 시세’
이달 중순, 기자는 서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일대의 부동산을 찾았다. 노도강은 지난해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이 몰려 서울 외곽의 집값 상승을 이끌었으나, 이번 하락장에서 타격을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 노원구의 20평대 아파트
호가 4억5000만원. 이 아파트는 작년 말 최고가 약 6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나와 있는 다른 매물은 5억8000~5억9000만원 선이다. 이 집은 직전 최고가에서 1억5000만원 빠진 ‘급매물’로 나와있다. 10분 정도 둘러본 뒤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약 15분 뒤 중개인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 지금 계약하면 3000만원 더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매매로 나온 다른 집보다 2억 가까이 싼 건데, 어떻게 하실래요?”
✅서울 노원구의 30평대 아파트
호가 6억원. 이 집은 같은 평수가 작년 최고가 7억4000만원을 찍었고, 현재 6억 중후반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기자가 본 매물은 6억원으로 직전 최고가 대비 20% 가까이 빠진 상태였다. 집을 방문한 다음날 중개인한테 전화가 왔고, 인테리어 비용 1500만원 지원을 제안 받았다.
✅서울 도봉구의 20평대 아파트
호가 5억1000만원. 이 집의 직전 최고가는 5억3000만원,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5억7000만원에 나와 있었다. 집을 둘러보던 중 부동산 중개인은 “집주인이 돈이 급하다”며 “2000만원까지는 협의해준다고 했는데, 잘하면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에 시세도 1~2억씩 떨어져 있을 거예요”
결혼, 이사, 청약 당첨 등 집주인들의 사정은 다양했다. 다주택자인 경우 내년 5월까지 기존 주택을 매도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어, 이를 노리는 이들도 있었다. 시세보다 10~20%씩 이상 내려서 파는데, 파격적인 현장 할인까지. 매수자 입장에선 혹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평은 어떨까.
지금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렇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이 가격엔 절대 못 사요. (A 공인중개사)
급매이긴 하지만 꼭 지금 사야 되는 게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 다시 오세요. 그때는 시세 자체가 1억~2억씩 더 떨어져 있을 거예요. (B 공인중개사)
지나치게 낮은 호가를 올려놓으면 관리사무소나 입주민협의회에서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호가는 진짜 시세가 아닙니다. 매수자라면 직접 부동산을 돌아 시세를 제대로 파악하고, 결과적으로 고점 대비 30~40% 떨어진 급매라면 매수를 고려해보세요. (부동산 투자자 최경천)
급매조차 소화가 어렵자 급매에 추가 할인을 하는 급급매가 나오는 거죠. 이런 상황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수자라면 금리 파동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걸 추천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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