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엠파이어’ 몸의 제국? 김선아X안재욱인데 왜 힘 못 쓰나[TV와치]
[뉴스엔 박아름 기자]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이 무너지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극본 오가규/연출 유현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법복가족을 뒤흔들었던 불륜녀 홍난희(주세빈 분) 사망사건으로 더 탄력을 받아야 할 판에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첫회부터 현재까지 1~3%대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 중인데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월 22일 방송된 9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자체최저시청률 1.695%를 기록했다. 10회에서는 3.062%를 기록, 3%대 시청률을 겨우 회복하긴 했지만 치열한 주말극 시장에서 경쟁작들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며 영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김선아, 안재욱을 비롯해 신구, 이미숙, 오현경 등 탄탄한 배우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여기에 사전제작 드라마로 높은 완성도를 예고했지만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이 모든 흥행 요소를 다 갖추고도 왜 고전할까.
변호사가 직접 쓴 법정 드라마로 현실감 있는 전개를 기대케 했던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뚜껑을 열어보니 법정물의 탈을 쓴 복수극에 가까웠다. 여기에 일일드라마급 막장도 한 스푼 추가됐다.
먼저 이애헌(오현경 분)은 불성실한 재판으로 자신을 아버지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몰아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들었던 함민헌(신구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5년동안 정체를 감춘 채 역겨움을 참아가며 34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 함민헌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가하면 나근우(안재욱 분) 로스쿨 제자이자 불륜녀로 강렬하게 등장했던 홍난희는 알고보니 억울하게 대기업 주성과 그의 뒤에 있던 함앤리에 기술을 탈취당하고 목숨까지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나근우에게 접근한 복수녀었다. 심지어 홍난희는 나근우도 모자라 한혜률(김선아 분)-나근우 부부의 아들인 한강백(권지우 분)까지 유혹하며 법복가족을 뒤흔들어놨다. 뿐만 아니라 한혜률 노트북을 손쉽게 해킹해 법복가족의 모든 것을 손에 쥐기까지 했다.
이같은 복수 서사를 가진 여성 캐릭터들은 분명 피해자이고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캐릭터이지만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만큼은 응원은커녕 비호감 캐릭터로 비춰진다. 이는 바로 복수 목적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 때문이다. 성(性)을 이용해 법복가족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려는 복수법은 과거에서나 통했던 상당히 올드하고도 식상한 발상이다. 시청자들은 복수를 하는데 있어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 불륜도 모자라 부자 사이를 오가는, 막장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방식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홍난희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때문에 전형적인 '내로남불' 캐릭터에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과도한 설정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복수 캐릭터는 아니지만 여기자 역의 윤은미(임세미 분) 역시 성을 이용해 검사 연인으로부터 정보를 빼내 특종을 터뜨리는 캐릭터로 설정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죽하면 '법의 제국'이 아닌 '몸의 제국'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특히나 홍난희의 경우 화살이 자신의 집안을 무너뜨린 한건도(송영창 분) 무리가 아닌, 드라마 안에서 유일하게 정의롭게 그려지고 있는 한혜률 부자를 향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는 죽음으로 파국을 맞은 홍난희의 복수가 죽어서까지 응원받지 못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19금 자막과 함께 등장한 정사신과 여성 출연자들의 노출신 등 낯 뜨거운 몇몇 장면들은 주말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우들만 철저하게 소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베테랑 배우 김선아, 안재욱조차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다. 김선아는 검사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고, 늘 인상만 쓰고 있는 안재욱은 답답하기까지 하다. 워너비 부부로 나오는 두 사람의 케미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 외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다 불러모았지만 이상하게도 '디 엠파이어: 몸의 제국'에서는 이들의 연기를 보는 맛마저 없다.
당위성도 없고 공감도 안될 뿐더러 응원할 맘도 생기지 않는 복수극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홍난희의 죽음으로 한 여자의 복수극이 허망하게 끝나자 이제 드라마는 홍난희를 죽인 범인 찾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과연 회심의 범인 찾기는 꺼져가는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 인공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한혜률(김선아 분), 나근우(안재욱 분), 함광전(이미숙 분), 한강백(권지우 분), 한건도(송영창 분), 남수혁(태인호 분), 장지이(이가은 분), 윤구령(김균하 분), 장지이(이가은 분) 등 모든 주요 인물들이 수상쩍은 가운데 서서히 풀릴 죽음의 미스터리, 철옹성의 최후에 대한 궁금증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JTBC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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