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향에 숨은 환경호르몬, 키 성장 방해해!

이순용 2022. 10. 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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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좋은 향을 퍼트리기 위해 디퓨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미 환경호르몬에서 누구든 안전할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정기적인 성장 검사로 아이의 건강과 키 성장을 챙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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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좋은 향을 퍼트리기 위해 디퓨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디퓨저는 선물하기 가격 부담 없고 받을 때 기분 좋은 제품 1, 2위에 뽑히기도 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향기 시장은 2조 5,000억 원 정도이며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라고 한다.

추세가 이렇다 보니 아이 방에서도 쉽게 디퓨저를 볼 수 있다. 티트리, 라벤더 등 에센셜오일이 들어가 있어 집중력 강화, 스트레스 완화, 숙면을 위한 효능이 있고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하지만, 정말 안전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성장기 아이에게 사용할 때는 더욱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성분이다. 에센셜오일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이러한 화학물질 중 일부는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인체에 들어와 마치 호르몬처럼 혼란을 주는 물질로,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생식기능 저하, 기형아 출산, 내분비 호르몬 교란, 각종 암 촉발의 원인이기도 하다.

2022년 세종충남대병원 연구팀은 디퓨저에 많이 노출된 아동일수록 성선자극호르몬의 수치가 증가해 사춘기가 빨리 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2018년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 타일러 램지 연구원은 내분비학회 100주년 연례학술대회 ‘엔도(ENDO) 2018’에서 티트리, 라벤더 에센셜오일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어 사춘기 전 남자아이에게 여성형 유방증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조숙증은 또래 평균보다 2년 이상 빨리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성장기가 빨리 끝나 키 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 8세 이전 여자아이에게 가슴멍울이 나타나고 냉이나 음모가 보이며, 만 9세 이전 남자아이에게 음경 발달이나 머리 냄새가 심해지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반면, 여성형 유방증은 남자아이에게 여성 유방 같은 가슴 발달이 보이는 증세를 말한다. 성조숙증이나 여성형 유방증은 키 성장에 불리할 뿐 아니라, 또래와 다른 신체 발달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져 또래 관계나 학업 성적에까지 지장을 주게 된다.

아이가 클 때는 좋은 향, 편리함을 잠시 멀리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는 어른보다 공기 중 환경호르몬 물질의 체내 유입량이 많고,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다. 특히 티트리, 라벤더 에센셜오일은 방향제, 향수, 비누, 로션, 샴푸, 린스, 세제 등에 널리 쓰인다. 아이가 쓸 물품은 따로 환경부의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를 통해 미리미리 유해물질 여부 등을 확인하는 수고를 들이길 바란다.

또한,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이미 환경호르몬에서 누구든 안전할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정기적인 성장 검사로 아이의 건강과 키 성장을 챙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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