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0원?' 김진태는 왜 레고랜드 사태를 불렀나[레고랜드發 위기②]

2022. 10. 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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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책임론VS최문순 책임론 공방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 도의회 의결 없이 2050억원 채무 규모 확대...GJC 지출이 수입보다 1700억원 많아"
강원도 주장 사실이어도 비판 피할 수 없어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원도가 전대미문의 조건으로 레고랜드를 유치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레고랜드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2011년 사업이 추진된 이후 11년 만에 개장됐지만 두 달 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당선된 이후 레고랜드의 불공정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이 사업의 시행사다. 강원도가 44%,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멀린)이 22%를 출자한 법인으로, 땅을 개발하고 분양하고 부지를 매각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체다.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주체는 멀린이다. 멀린이 주장한 총사업비 2600억원 중 GJC가 800억원을 투자했다.   

김 도지사가 주장한 전대미문의 조건을 살펴보자. 
우선 GJC는 멀린에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줬다. 무상 임대 기한은 최대 100년이다. 일단 50년을 공짜로 빌려주고 이후 50년을 추가로 협의할 수 있다고 계약했다. 강원도가 강원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멀린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로 50년 무상 임대한 중도 부지 28만790㎡(운동·오락시설 지구)를 표준 공시 지가로 환산하면 매각 추정 금액은 1252억원 수준이다. 

또 GJC가 레고랜드에서 얻을 수 있는 임대 수익률은 3%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레고랜드 수익이 400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0%로 떨어진다. 레고랜드가 연간 400억원을 벌지 못하면 GJC가 받는 임대 수익이 한 푼도 없는 셈이다. 교량·상하수도·전기·조경 등 기반 시설과 레고랜드 전용 주차장(4000대) 역시 강원도와 GJC가 책임지고 조성하기로 했다. 춘천에서 2시간 내 2~12세 아동이 주 대상이 되는 관광지 개발 허가 시 멀린과 사전 서면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추가 자금 조달도 필요했다. GJC는 레고랜드 일대 교량과 상수도 등 기반 공사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지금 시장을 흔들고 있는 그 채권이다. 이 ABCP는 지방 자치 단체인 강원도가 지급 보증했다. 김 도지사는 강원도의 부채가 많아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이 채권의 지급 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채권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한국경제신문]


강원도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최문순 도지사가 도의회 의결을 얻지 않은 채 2050억원 채무보증 규모를 확대하는데 대해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이 2015년 감사원의 지자체 재정운영 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도 나와있다는 입장이다.

또"GJC의 연 확정수익은 레고랜드 입장료 관련 2억원(입장객수 200만명 기준) 남짓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임 도지사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GJC의 현재 대출금 2050억원을 제외하면 수입이 지출보다 약 1708억원 가량 적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원도와 멀린이 맺은 계약 자체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진태 지사가 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보증 채무를 못 갚겠다며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것은 금융에 대한 감각이 없었거나 정치적으로 튀어 보려는 무모한 모험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실 이 사업은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작부터 유적지 훼손 문제가 발생했다. 춘천 중도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철기시대에 이르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나왔다. 특히 2013년 사업 추진을 위해 시행된 1단계 발굴 조사에서는 청동기시대를 중심으로 1400여 기의 유구가 쏟아져 나왔다.

2017년까지 이어진 발굴 조사 결과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3091기의 유구가 조사됐다. 출토 유물도 8028건에 달했다. 중도를 발굴한 7개 발굴 조사 기관은 2017년 펴낸 약식 조사 보고서에서 중도 유적을 ‘한국 고고학 역사상 청동기시대 최대의 마을 유적’이라고 규정했다. 유물 발굴로 공사가 진척됐고 강원도가 노리던 ‘평창 올림픽 특수’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테마파크 자체의 경쟁력도 의문이다. 지난 5월 개장 이후 소비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레고랜드 1일 이용권은 성인·청소년 5만원, 어린이 4만원이다. 카드사나 제휴 할인이 많은 에버랜드보다 비싼데 주 타깃이 만 2~12세인 만큼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놀이 기구가 대부분이다. 1만2000원에 달하는 주차비도 비싸다는 불만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에 들어선 첫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기대감을 채워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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