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김진국 코어라인 대표 “흉부 CT 진단, AI로 혁신 가능”

이은영 기자 2022. 10.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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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직결되는 흉부, AI로 골밀도 측정까지”
국내 수가 체계, 신기술 도입에 너무 소극적
시장에서 신기술 검증받을 기회 주어져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았는데, 지리정보가 정보기술(IT)화된 이후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길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인근 맛집을 찾고 주차가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의료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지도와 같은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에 인공지능(AI) 분석 솔루션을 적용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

10년차 의료 AI 스타트업 ‘코어라인소프트’의 김진국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AI 분석 설루션이 나오기 전에도 CT 영상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있었지만 병변이 클수록 오류가 많아 계속해서 수작업이 들어가야 했다”며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I로 흉부 CT 영상을 분석해 이상소견을 찾아내고 의사의 진단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립암센터 국가폐암검진에 4년째 진단 설루션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유럽연합(EU) 주관으로 시작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의 폐암검진에도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3대 의료기기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 헬스케어의 엑셀러레이팅(AC) 프로그램에 선정돼 판매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했고 프리 IPO(상장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초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만났다.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 /이은영 기자

-코어라인소프트의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CT 등 의료영상을 AI로 분석해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진단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이다보니 치료보다는 병이 있는지 모르는 무증상 환자가 초기에 진단받을 수 있게끔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초기 환자들은 영상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작기 때문에 특히 AI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왜 흉부에 집중했나.

“보통 영화를 보면 총격전을 할 때 방탄조끼부터 입지 않나. 방탄조끼가 가리는 곳이 흉부다.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장기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흉부 장기들은 조기에 질병을 찾아내야만 치료가 수월하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보면 코어라인소프트가 자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게 2015년인데, 그 시기에 미국에서 폐암검진 보험 적용이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부터 폐암검진 시범사업이 시작돼 시장이 새롭게 열렸다. 검진 대상자들을 보면 흡연력이 있는 분들이 많다. 흡연을 오래 하면 폐 질환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술도 같이 드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간도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흉부 CT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폐 질환과 심장 질환 여부를 측정하는 AI 설루션을 개발했다. 또 흉부 CT로 골밀도도 측정할 수 있다. 신체의 특정 부분을 통해 특정 질병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지표를 ‘바이오 마크’라고 한다. 예를 들면 관상동맥의 석회화 점수를 측정해 심장병 발병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이다. 골밀도의 경우 척추뼈에서 확인할 수 있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사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여럿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무엇이 다른가.

“흉부 CT에 대한 AI 분석 설루션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제품은 단순히 개발만 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내외 시장에서 쓰이고 있다. 특히 국내 흉부 검진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AI 분석 설루션은 코어라인소프트가 유일하다.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0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업계 경력은 20년이 훌쩍 넘었다고 들었다.

“1996년부터 시작했으니 26년 정도 됐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카이스트(KAIST)에서 의료영상 처리를 연구하는 선후배들이 모여 창업한 기업이다. 같은 연구실 선후배들이 2001년 교수님과 함께 창업한 랩벤처(연구소 벤처) ‘메비시스’가 전신이다. 창업 이후 교수님은 교단으로 돌아가시고 현재 공동대표인 최정필 대표가 당시 메비시스를 이끌었다. 치과 CT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사업이 잘 돼 2007년에 인피니트헬스케어에 인수됐다. 5년간 그곳에서 근무하다 나와 2012년에 코어라인소프트를 세웠다.”

코어라인소프트의 AI 흉부진단 솔루션 'AVIEW LCS' 진단 화면. /코어라인소프트 제공

-AI 의료 시장 전망은 밝지만, 아직 국내에선 제약이 많다. 어떤 어려움이 있나.

“수가다. 우리나라 의료 수가 체계를 해외와 비교하자면 좋게 말하면 비용 효과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박하다. 충분히 검증된, 이미 쓰이고 있는 기술과 제품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수가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 기술을 도입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제품이 널리 확산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진들은 AI 의료기기에 관심이 많지만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관이다. 지금도 의료진과 병원을 설득해서 판매를 하는, 다소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은 자국 시장에서부터 입지를 다지기가 쉽지 않다보니 제품을 검증받고 평판을 쌓는 데 어려움이 크다.”

-어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수가 체계를 바꾸기는 어렵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서 검증을 받아볼 수 있도록 임상연구나 시범사업 기회는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설루션을 제공한 국가폐암검진 시범사업 역시 일종의 선행 연구 프로젝트였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덕분에 이를 근거 삼아 국내외 사업이 가능했다. AI 의료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임상 현장에서 이런 기회가 나올 수 있게끔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공익 사업을 시작했는데.

“NGO(비정부 기구) 단체 ‘글로벌케어’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사업에 우리 설루션을 지원하려 한다. 아무래도 의료진들이 사회공헌을 많이 하다 보니 가까운 병원들과 협업해 검진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똑같은 AI 기술이라도 의료 분야의 AI 기술은 최종 목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이웃의 건강과 생명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여력이 되는 대로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코어라인소프트의 목표가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시장을 탄탄히 유지하면서 해외 시장, 특히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매출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70%가 국내에서 나왔는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과 비슷한 정도로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지난해 22억원이 나왔는데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20억원가량을 내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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