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어렵고 비싸다”…북한 감시할 조기경보기 도입 논란 커지나 [박수찬의 軍]
한반도 유사시 북한 공군 침투를 감시·추적할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국방부는 지난 7월 소요검증위원회를 열어 조기경보통제기 추가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규모를 2대에서 4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도로 이달까지 사업타당성 재검증을 실시, 총사업비를 산정할 방침이다.
유력 기종인 미국 보잉 E-737이 비용과 운영유지 분야에서 논란을 빚고 있고, 국내 항공우주산업 역량으로도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정책적 차원에서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최근 방위사업청과 공군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공군은 2011~2012년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2조원에 미국 보잉으로부터 구매해 운용중이다.
도입 직후 E-737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국 공군 공중작전 등에서 감시 및 지휘통제 임무를 수행해 성능을 입증했다.
하지만 증가하는 공중작전 수요와 북한 순항미사일 추적 감시를 위해서는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20년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이 본격화된다. 당초 2대 구매가 거론됐지만, 최근 4대로 변경됐다.
공군 요구성능을 가장 잘 충족하는 기종은 E-737이라는 평가다. E-737에 탑재된 노스롭그루먼의 다기능 레이더는 공중이동표적탐지(AMTI) 성능을 통해 광범위한 전장 이미지를 제공한다. 탐지 범위 확장을 통해 위험공역에 진입하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한다.
감지 범위를 2배 가까이 증폭시켜 관심지역에 대한 집중 감시 및 신속한 재추적도 가능하다.
다른 기종은 공군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공군은 360도 감시정찰을 원하는데, 스웨덴 사브 글로벌아이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며, 이스라엘 엘타는 360도 감시는 가능하나 탐지거리가 다소 짧고 공중급유 기능이 없다는 평가다.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군 당국은 요구성능을 변경해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현재 여건에서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예산지출을 줄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한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추가 도입비(3조 9400억원)을 넘어선다. “1990년대 기술로 만든 조기경보통제기 4대 값이 첨단 스텔스전투기 20대보다 비싸냐”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잉 측은 “대략적인 산정 규모를 너무 높게 잡았다. 비용 추가 상승은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군과 정치권 등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절충교역 계획이 없어 논란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E-737 가격 문제는 영국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영국은 2019년 E-737 4대를 2조4417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정계약에서는 4조 4448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산라인 정지나 공급망 교란, 형상이나 옵션 변경 가능성 등을 감안해도 비용 편차가 매우 크다.
경쟁사들은 어떨까. 스웨덴 사브도 같은 시기에 글로벌아이 4대 도입비로 2조 5640억원, 미국 L3해리스는 3조 524억원의 견적을 제시했다.
다른 업체들이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야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상황을 보면, 보잉을 상대로 비용절감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737 운용과정도 논란이다. 설훈 의원이 공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E-737 1대당 평균 연간 정비일은 100일 정도다. 2호기(101일) 정비 기간이 가장 길었고 1호기(99일), 4호기(93일), 3호기(85일) 순이다. 2호기는 2017년에 239일을 정비해 1년 동안 운영한 기간이 100일이 채 되지 않았다.
E-737 4대를 10년간 유지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5600억원으로 1대(4000억원) 가격보다 비싸다. 정비비도 보잉 등 외국 업체(99.5%)가 대부분 가져갔다.
E-737를 추가도입한다면, 비용과 운영유지 측면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 조기경보통제기 국내 개발을 포함한 새로운 차원의 문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해외에서 마땅한 기종을 찾기 어렵다면, 국내 개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기경보통제기 국내 개발 가능성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검토한 바에 따르면, 레이더 등 탑재장비 개발에 12년, 항공기 플랫폼 개발에 10년이 걸릴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대형레이더를 개발해야 하며, 항공통제임무를 위해서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수준의 체계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항공기를 구매하고 탑재장비를 개발해 비행시험을 한다면 개발기간은 12년, 항공기까지 개발하면 19년(항공기 개발 10년+개조기간 9년)이 걸린다고 ADD 등은 판단했다.
실제로 E-737의 경우 기체는 보잉, 레이더는 노스롭그루먼이 만든다. 엘타 조기경보기도 레이더만 엘타가 만들며, 기체는 걸프스트림이 맡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식을 적용하면, 개발 난도도 낮아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신호정보수집기인 백두체계 능력보강 2차 사업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등을 중심으로 체계통합, 항공기 개조, 지상운용체계, 개발지원장비 등 조기경보통제기 관련 기술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기술 축적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 장거리 레이더는 해외 전문업체가 참여한 산·학·연 기술협력을 진행하면 단기간 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플랫폼은 해외 사례에 따라서 보잉 B737이나 에어버스 A320NEO를 채택하면 10개 이상의 임무 콘솔을 사용할 수 있다. E-737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조기경보통제기 제작이 가능한 셈이다.
이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조기경보통제기 개발에 7년, 비용은 3조5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방산업계는 예상한다.
국내 개발 시 가장 큰 장점은 운영유지다. 첨단 장비가 다수 포함된 감시정찰 무기체계를 외국에서 도입하면, 기술 이전 금지에 따른 국내 정비 불가 방침에 따라 해외 정비에 의존해야 한다.
부담 단가 상승에 따른 운영유지비 증가 폭도 국내 개발 무기보다 크다. 상시 진행되는 성능개량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재정적 규모도 늘어난다.
반면 국내에서 조기경보통제기를 개발하면 제작업체와 성과기반군수(PBL) 계약을 체결,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 창정비를 진행해 정비 소요시간을 단축, 작전임무 시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공군의 성능개선요구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공중작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북한이 최근 휴전선 인근에서 공중 무력시위를 감행하고, 순항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 상공에 대한 감시능력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방위산업의 기술 육성 중요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서방에서 무기를 들여오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 및 생산능력 증대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같은 기조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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