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한국의 성취, 한국인들만 몰라요”
美평화봉사단원들 50년만에 방한
68년 대전서 결핵퇴치 도운 몬터규
78년 영주·춘천서 영어교육한 셔먼
“놀라운 발전 이룬 한국인에 경의”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서울을 조망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이 미스터리 같은 성취를 이룬 한국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25일 늦은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몬태규(84)·르로이 셔먼(67)씨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저녁으로 인사동의 한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포식하고 왔다는 두 사람은 전직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Volunteers) 단원 출신들이다. 각각 1968년과 1978년 한국으로 파견돼 보건소 직원과 영어 교사로 일했다. 평화봉사단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단원과 가족들을 초청해 달라진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기환)의 재방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다.
개발도상국에 교육·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평화봉사단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창설했다. 1966년부터 1981년까지 약 2000명의 봉사단원들이 국내에 파견돼 영어 교육과 결핵 퇴치 사업 등을 전개하며 한국의 전후(戰後) 재건을 도왔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웠고 그 불씨가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식·기술·경험 전수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평화봉사단은 1981년 “이제 더 파견이 필요 없겠다”며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했다.
54년 만에 방한한 몬태규씨는 뉴욕타임스(NYT) 기자로 일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왔다. 몬태규씨는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들을 때마다 ‘설마’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인천공항에 내리고 나서부터 경탄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일하며 남미 등 제3국에도 오랜 기간 체류했다는 그는 “한국의 경제, 문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런 성취는 세계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것인데 한국인들만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증언한 60~70년대 한국의 상황은 어땠을까. 대전 지역 보건소에서 결핵 퇴치 사업에 참여했다는 몬태규씨는 “의료 차트를 보면 사망 원인으로 ‘고열(fever)’ ‘추움(chill)’이라고만 기재할 정도로 조악했고 주사기를 재활용하는 일도 다반사였다”며 “우리가 기초를 잘 다져 놓으면 우리가 떠나고도 한국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봉사 활동에 임했다”고 했다. “본업인 결핵 퇴치 말고도 마을 곳곳을 다니며 지도를 만들거나 머리맡에 득실거리던 쥐를 잡기 위해 쥐덫을 놓았던 일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봉사하러 온 것이지만 배운 것도 많았고 한국인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다”고 했다. 1978년부터 경북 영주의 대영중, 강원 춘천의 강원대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셔먼씨는 “원래는 스페인어권 국가에 가고 싶었지만 지금도 한국에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을 내 인생의 가장 축복된 경험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영주 시골 마을의 거의 유일한 미국인이었다는 셔먼씨는 “언어가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도 “내가 말할 때 한국 사람들은 항상 경청했고 기어코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내려 했다. 나는 모든 순간에 환영받았다”고 했다. 셔먼씨는 평화봉사단 스태프로 일하던 한국인 아내와도 만나 결혼했다. 몬태규씨는 “맛있는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싸주고, 내가 힘들지 않을까 항상 걱정해주던 하숙집 아주머니가 제일 그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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