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모인 韓日 환경 수호자들, 이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진다
본지·마이니치 공동개최 韓日 국제환경상 시상식
한화진 환경부 장관 “환경문제 해결 위한 끝없는 노력에 찬사”
제28회 한·일 국제환경상 시상식이 2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국 수상자는 해군 출신으로 37년간 민간잠수사 활동을 해오다 2012년 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뒤 그 좌절감을 해안가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으로 극복한 조상희(68)씨가 선정됐다.
문길주 심사위원은 “10년에 걸쳐 전국 해안 쓰레기를 수거해온 조씨는 불의의 사고로 한쪽 손을 잃은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명절을 뺀 매일 수거 활동을 펼쳤다”면서 “지금까지 수거한 쓰레기만 80㎏ 마대 6만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조씨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조국의 깨끗한 환경, 그리고 우리 후손을 위해 앞으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봉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수상자는 일본 천연기념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뇌조(雷鳥·들꿩과 새) 보호에 앞장선 비영리단체 나카무라히로시(中村浩志)조류연구소가 영예를 안았다. 나카무라 히로시(75)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신슈대(信州大) 명예교수가 된 현재까지 50년 이상 뇌조를 연구하며 서식지를 넓히고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문 심사위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일본 뇌조 보전에 헌신적 노력을 기울여 성공적인 보호 활동을 펼쳤다”고 평했다. 나카무라씨는 “일본에선 고산지대에 사는 뇌조를 ‘신의 기운이 깃든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뇌조 보호 활동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했다.
한·일 국제환경상은 2019년까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시상하다가 코로나 여파로 지난 2년간 양국에서 각각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환경 보전에 기여한 한·일 주역들이 3년 만에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축사를 맡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는 “아득할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 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수상자 분들 노력에 머리가 숙여진다”고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해안 쓰레기 문제와 멸종 위기종 보호에 대한 수상자 분들의 오랜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 수상자] 조상희씨
“매일 7시간 해안가 쓰레기 주워… 동해·서해·남해 어디든 가요”
해군특수전전단(UDT) 수중파괴요원 출신인 조상희(사진)씨는 스스로를 ‘바다의 사나이’라 부른다. 해군 시절을 비롯해 민간잠수사로 활동한 37년은 물에서, 수중 터널 공사 도중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2012년부터 10년은 뭍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갑작스레 얻게 된 장애와 그 절망감을 그는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을 통해 극복했다.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았다.
2012년 부산에서 80㎏짜리 마대 1만5910개를 해안가 쓰레기로 채운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동해안에서 2085개, 서해안 5615개, 남해안 1964개, 제주 전역에서 3만8060개 마대에 쓰레기를 주워담았다. 두 손으로도 버거운 일을 단지 한 손으로 일궈낸 것이다. 9월 말부턴 인천을 찾아 인천국제공항 주변 방파제로 밀려온 각종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해안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이유는.
“손 하나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디 머물지 생각했는데 바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모래사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둘 줍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이 황금빛을 되찾았다.”
―명절 빼곤 매일 쓰레기를 줍는다고.
“오전 7시 숙소에서 출발해 오후 2시까지 매일 7시간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다. 동해안이든 서해안이든 남해안이든 한곳에 수개월 머무르며 한 지역을 다 치우고 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9월부턴 인천에 머물고 있는데.
“2015년쯤 한 지인이 ‘해외에서 비행기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올 때 창밖으로 해안가 쓰레기가 보인다’면서 공항 인근 방파제를 찾아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7년 만에 인천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첫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곱게 보지 않는 시선 때문에 힘든 적도 있었다고.
“쓰레기 모아 가져가면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며 인상 쓰는 공무원을 만날 때가 있다. ‘얼마 받고 이런 일 하느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 이 일에 대한 내 자부심을 꺾진 못한다.”
[일본 수상자] 나카무라 히로시
“인간이 만들어낸 온난화가 멸종 위기 뇌조 서식지까지 파괴”
일본의 ‘나카무라히로시(中村浩志)국제조류연구소’를 이끄는 나카무라<사진> 대표는 반세기 동안 일본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뇌조(雷鳥)’를 연구했다. 뇌조와의 첫 인연은 뇌조를 사랑했던 대학 시절 은사로 인해 맺어졌다. 1980년대 3000마리 정도였던 뇌조는 2000년대 들어 개체 수가 2000마리로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일본의 중앙알프스 지역에선 심지어 뇌조가 사라졌다.
나카무라씨가 교수 시절 본인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설립한 후부터 본래 뇌조의 서식지이던 중앙알프스가 다시 그들의 보금자리로 변모하고 있다. 2018년 50년 만에 중앙알프스에서 암컷 뇌조가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2020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중앙알프스에 뇌조가 얼마나 살고 있나.
“뇌조는 1년에 한 번씩 번식할 수 있다. 2018년 중앙알프스를 찾아온 뇌조 1마리와 또 다른 일본 고산 지대에 살고 있던 뇌조 19마리까지 총 20마리를 2019년 안전한 ‘케이지’에 넣어 중앙알프스로 이동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 뇌조들이 번식을 거듭하며 현재는 개체 수가 40마리까지 늘었다. 내년에는 100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조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개체 수가 몇 마리까지 늘어나야 하나.
“궁극적인 목표는 뇌조들이 인간의 도움 없이도 번식과 자생이 가능한 수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 수를 대략 300마리로 보고 있다. 복원 사업의 당초 목표가 2025년까지 100마리였는데 내년쯤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대로만 가면 복원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멸종 위기 위험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기후변화 여파로 복원 작업에 어려움이 클 것 같다.
“현재 일본 뇌조 서식지를 기준으로 북쪽에 히우치야마산(火打山)이 있다. 온난화로 이곳 기온이 점점 높아져 뇌조가 밥을 먹어야 하는 공간에 먹이가 아닌 다른 식물이 자라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먹이 부족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온난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뇌조에게 돌아가고 있다. 온난화는 앞으로도 개체 복원 작업에 큰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산 영역 다르지만 환경위해 헌신 한마음”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한·일 국제환경상은 1995년 동북아시아 지역의 환경 보전에 앞장서자는 뜻에서 조선일보와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개인 19명과 37단체가 한·일 국제환경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한국 수상자 조상희씨가 전국 바닷가를 돌며 치운 쓰레기가 1t 트럭으로 5000대가 넘습니다. 깨끗한 바닷가 풍경을 위한 조상희씨의 끈기와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일본 수상자인 나카무라히로시조류연구소의 나카무라 대표는 지금도 험난한 산을 오르내리며 뇌조의 번식지 부활이라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두 수상자는 국적도 다르고, 활동하는 영역도 각각 바다와 산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환경 보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수상자의 공로에 찬사를 보내며 다시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일 손잡고 협력해 세계 환경문제 해결을”
마이니치신문 마쓰키 겐 사장
올해 일본 수상자인 나카무라히로시국제조류연구소의 나카무라 대표는 뇌조가 모습을 드러내는 새벽과 일몰 전, 비 내리는 날에도 해발고도 높은 암석 지대를 넘나들며 오랜 세월 뇌조 보호와 번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국 수상자인 조상희씨는 손목을 잃는 사고가 난 4개월 후 한국 전역의 해안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생 ‘바다의 남자’로 살아가는 그 불굴의 의지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조씨의 삶 그 자체입니다.
코로나로 양국에서 각각 열렸던 시상식을 3년 만에 합동으로 개최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환경이 유사한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한국은 협력하고 연계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마이니치신문사는 조선일보사와 함께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野 “尹 공천 언급이 덕담이냐”... 與 “李 사법리스크 희석용”
- 美대선 사전투표 이미 6500만명... 코로나때 제외 역대 최고 수준
- 서해안 철도 교통시대 열린다... 내일 서해·장항·평택선 개통
- 출산율 높은 지자체, 교부세 더 받는다
- 러시아 찾은 北최선희 “승리의 날까지 러시아와 함께 할 것”
- 검찰, 명태균 장모·처남도 압수수색
- ‘대상 수집가’ 박은혜(펜타클) vs ‘입시 5관왕’ 손유진(페투페)...될성부른 떡잎
- [만물상] ‘바나나 공화국’ 정치
- 자전거 졸졸 쫓아가 폭탄 ‘쾅’…민간인 사냥하는 러 드론
- 1억 원대 ‘고급 SUV 외제차’ 렌트해, 3000만 원에 팔아…30대 남성 구속 송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