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폭격기·잠수함 전진배치… 선제 핵공격 가능성 열어놔
“핵전력만이 핵무기 억지” 결론
태평양 지역에 핵전력 추가 전개
대만에도 ‘핵우산’ 제공 뜻 밝혀
북·중·러 미사일 기술 날로 진화
현재 시스템으로 방어 불가 인정
차세대 요격기 개발 등 추진키로
미 국방부가 27일(현지 시각) 동시 발표한 ‘국방전략보고서(NDS)’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의 동시다발적 위협 속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고민과 대책이 담겨 있다. 국방전략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포괄적이고 심각한 도전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 체제를 자국 국익과 독재적 선호에 맞추려는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를 “즉각적 위협”, 북한·이란과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들을 “지속적 위협”으로 꼽았다.
핵태세와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에서 미국은 이런 위협을 억지·격퇴하는 근간은 여전히 ‘핵 전력’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위협 억지, 동맹·파트너의 안보 보장, 억지 실패 시 미국의 목표 달성이란 3가지 목적으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여기엔 핵무기 없이 진화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막아낼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핵무장한 경쟁자를 억지해야 할 것이며 이는 전략적 억지와 국지적 전쟁 수행에 모두 새로운 딜레마를 야기한다”며 “이런 배경하에 NPR에서는 핵무기의 근본적 역할은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MDR에서 미 국방부는 “지상기반외기권방어(GMD)는 러시아와 중국이 공중이나 해상에서 발사하는 정교한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럴 역량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GMD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미국은 전략적 억지, 즉 핵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GMD는 적이 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올 때 중간단계에서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등 지상에 배치된 요격미사일로 이를 격추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한때 채택을 검토했던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은 깨끗하게 포기했다. ‘미 본토가 직접 핵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경우 동맹·파트너에 대한 리스크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적국의 핵 공격에 대한 억지와 보복 목적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정책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같은 이유로 이번에 채택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오히려 미국 핵무기의 역할이 커지는 양상이다. NPR에서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 억지와 관련해 “중국, 북한, 러시아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점증하는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더 강한 확장 억제(핵우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역내 핵 갈등을 억지하기에 적합한 유연한 핵 전력을 계속해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연한 핵 전력’에는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잠수함, (핵과 재래식 공격이 모두 가능한) 이중 용도 전투기와 핵무기의 지역적, 세계적 전진 배치”가 포함된다고 서술했다.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맞서 전략 자산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시작한 시진핑 주석이 대만의 무력 통일을 시도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NDS는 “국방부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하면서도 진화하는 중국의 위협에 비례하는 비대칭적 (대만)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칭적’이란 표현으로 핵우산 제공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 국방부는 ‘차세대 요격기(NGI) 개발 등 미사일 방어 강화’와 ‘직접적 대가 부과’를 거론했다. MDR에서 미 국방부는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GMD 역량과 신뢰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현재 미 본토에 배치된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요격기를 개발하고, “핵과 비핵(non-nuclear) 수단을 통해 직접 대가를 부과하겠다는 믿을 만한 위협”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번 MDR에서 미 국방부는 기존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 탐지조차 할 수 없는 극초음속 무기와 무인기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며, 이런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센서 개발, 동맹 간의 협력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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