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하수구 정치의 상수도 逆流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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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노린 광인전략
맛간 게 아니라 영악
청담거사 변신한 흑석선생
野지도부까지 이에 편승
與, 속으론 “국감 잘 넘겼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늘 나오는 기사가 있다. ‘실세 의원들, 지역구 예산 챙기기’라는 제목이다. 힘 있는 의원들의 노골적 예산 챙기기를 비판하는 기사인데, 의원들의 반응이 의외다. “기사 잘 봤어. 고마워.” 자신을 비판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지역에 뿌린 의원도 있었다. 지역구에선 “우리 의원이 열심히 일한다”는 칭찬이 쏟아진다. 회의장 앞에 드러눕거나 예결위원 멱살을 잡는 ‘광인(狂人) 전략’까지 편다. 예산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난 할 만큼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함이다. 유권자들이 선거 때 걸러내는 수밖에는 없는데, 광인들은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이들은 ‘맛이 간 게’ 아니라 사실 영악하다.
여당 중진 A 의원은 초선 때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청운의 꿈을 품고 국회에 왔더니 밥 먹자는 사람도 없어 몰래 집에서 점심을 먹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던 중 상임위에서 작정하고 야당 의원에게 고성을 질러봤다. 막말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정치 생활에 빛이 들었다. 당 지도부 인사가 “보석을 몰라봤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위 사례들은 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중진들이 ‘광인 전략’ 잔수를 쓰는 정치인들을 혼냈다. “너무 튀면 정치 오래 못 한다” “너 혼자 떠보려고 당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도 교화(敎化)되지 않으면 다음번 공천에서 배제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상식의 영역에 대한 공감대가 있던 마지막 시대였다. 미친 척하는 정치인들은 잠시 하수도에 머물다 배수구로 빠질 뿐, 상수도로 역류하진 못했다.
야당 초선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장관에게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이 청담동 바에서 심야 음주가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걸 보고 불길함이 엄습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광인 스타’가 등장하는구나. 혹자는 그가 ‘맛이 갔다’고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까지 했던 이가 쉽게 맛이 갈 리는 없다. 어쩌다 의혹이 맞으면 ‘대박’, 허위 폭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탄압받는 야당 정치인이 된다는 것까지 계산한 ‘광인 전략’이다. 그가 ‘협업했다’고 했던 유튜버들의 생방송 때는 후원금이 쏟아졌다. 그의 후원 계좌에도 적지 않은 돈이 쌓일 것이다. 부동산 전쟁을 벌인다던 청와대에 있으며 상가(商街) 영끌 투자로 반짝 유명세를 치렀던 그는 이제 ‘흑석선생’에서 ‘청담거사’로 지역을 확장했다.
여기까지가 하수구 정치의 영역이다. 하수구 정치는 비릿한 맛을 원하는 정치 수용자와 공급자가 있는 이상 필요악이다. 몸에 좋다고 현미에 야채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끔 정크푸드와 불량식품도 먹지만, 이런 음식이 식탁을 지배하게 방치할 순 없다. 하수구 정치의 상수도 역류 현상을 막는 건 당 지도부 몫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하수구 정치에 올라탔다. 공식 회의에서 한 최고위원은 “사실이 아니라면 한 장관이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당 차원의 TF 구성까지 주장했고, 이재명 대표는 이런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지금 야당 지도부라면 ‘청담거사’는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해 다시 배지를 달게 된다. 허언증 여배우를 의인으로 치켜세우며 ‘함께하는 의원 모임’까지 만들었던 정치인은 이제 어엿한 5선 중진이다. 여권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버들이 대접을 받는다. 여권 고위 관계자들이 이런 유튜브에 푹 빠져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하수구 역류 사태다.
국정감사는 1년에 한 번 있는 야당의 무대다. 연구와 자료 수집, 예리한 질문으로 정부의 허점을 드러낸 야당 의원이 ‘국감 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런데 올해 그 자리는 청담동이 차지했다. 경제 위기와 민생은 밀려나고 청담동, 첼로, 동백아가씨 이야기뿐이다. 여당도 속으론 “국감 잘 넘겼다”고 웃을 것이다. 대안을 모색하며 고군분투하는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다리에 힘이 풀릴 일이다. 배수구로 빠져야 할 하수구 정치가 상수도로 역류해 정치 식수원(食水原)까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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