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소년심판’의 계급 혐오
법무부가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로 적용 연령을 만 13세로 하향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 한다. 더욱 “흉포화되는 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란다. 올해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흉포화되는 소년 범죄”라는 현실 인식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인식은 촉법소년 처벌 강화를 지지하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드라마는 주인공인 여자 판사의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선언으로 시작해, 매회 경악스러운 소년범을 전시하며 혐오의 정당함을 설파한다. 조연인 남자 판사가 강력 처벌보다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를 소년범에게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교화 불가능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하는 소년범의 모습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여자 판사는 소년범에게 아이를 잃은 엄마로, 아이를 죽인 소년이 촉법소년으로 처벌받지 않는 것에 분노해 직접 소년범을 엄벌하고자 주변화된 소년부로 왔다. 남자 판사는 폭력적인 아빠에게 대항하다 소년범이 되었던 과거가 있다. 주변 시선을 무시하고 신념에 따라 돌진하는 여자 판사의 당당한 모습과 달리, 남자 판사는 소년범을 옹호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과거가 알려질까 안절부절못한다. 사람들이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소년범에 대한 혐오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여자 판사가 정의로운 영웅으로 재현되는 반면, 소년범의 인권을 주장하는 남자 판사의 모습은 초라하고 불안하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선처를 받았던 소년범이 더한 흉악범이 되어 재판장에 다시 선 모습이다. 이는 소년범을 어릴 때 제거하지 않으면 더 큰 위협이 되어 돌아옴을 시사하며 소년범에 대한 혐오와 강력 처벌을 사회정의 실천으로 의미화한다.
<소년심판>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소년범 문제를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무대 위에 올렸다. 소년범죄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지만, 미디어 산업은 소년범을 악마화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성공적 볼거리로 만들었다. 이는 미디어 산업이 소외계급을 상품으로 만드는 오래된 전략이다.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소외계급이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방식은 ‘동정’이나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동정’은 이들의 ‘무기력함’을, ‘혐오’는 이들의 ‘위험함’을 부각한다. 지난 몇년 사이 미디어 전경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소외 계급에 대한 ‘혐오’를 상품화하는 경향이 확산한 것이다. 신생아를 추운 베란다에 방치해 죽인 십대 미혼모,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 실업자 등은 미디어 보도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러한 보도에서 특히 빈곤계급은 이제 무기력한 동정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덕목도 상실한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언 존스는 <차브: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에서, 영국에서 대처리즘 이후 제조업이 급격하게 붕괴한 후 경제적 기반을 잃은 백인 노동계급이 주류 미디어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악마화되었는지 분석한다. 제조업시대 ‘존경받을 만한 노동계급’을 구성했던 지역들은 금융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되고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빠르게 황폐화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이는 가정과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오언 존스는 “노동계급의 악마화는 패자에게 퍼붓는 승자의 조롱”으로, “가난한 노동자들을 게으르고 편협하고 무례하고 더러운 존재로 비방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공감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들에 대한 지원 감축을 이끈다. 누가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개선되기를 바라겠는가. 촉법소년에 대한 강력 처벌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여성, 청년, 아동, 장애인 지원 예산을 대폭 감축했다.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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