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75] 준비된 실패

백영옥 소설가 2022. 10.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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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이 한 장도 남지 않아 속상한 친구가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대중화되던 시기에 관리를 잘못해서 데이터가 다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 그녀는 중요 데이터는 반드시 분산해 저장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62년 연속 1093건의 미국 특허와 1293건의 국제 특허를 따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1914년 12월에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가장 큰 피해는 연구실에 남아 있던 각종 연구 데이터와 장비들이 불타 없어진 것이었다. 에디슨은 불타오르는 자신의 연구소를 바라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간 내가 저질렀던 모든 오류가 지금 저 불길 위에서 타고 있소! 정말 감사하게도 이제는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됐어!”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나던 날, 나는 에디슨의 이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에디슨은 미국의 힘을 상징하던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신인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의 설립자였다. 공황 발작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 앞에서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혹독한 시련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위기가 위험뿐 아니라 기회와 함께 온다는 걸 깨닫는다. 참혹한 대형 화재 발생 14일 후, 에디슨은 축음기를 발명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용어가 있다. 의학, 금융, 정보통신, 자동차 등 많은 분야에서 발생하기 힘든 ‘만약’의 극한 상황을 가정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그것을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확인하는 과정이 부족하면 반대로 해당 제품의 사용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 국민적인 혼란에 대한 카카오의 대답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만약’은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에 ‘만약’이라고 쓴다. 모든 대비는 예상치 못한 그 ‘만약’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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