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행보 빨라진다…취임 하루 만에 '뉴삼성' 첫 키워드로 '동행' 제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첫 행보로 '상생 현장' 방문
"앞에 서겠다" 약속…숨 가쁜 일정 이어 나갈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며 '뉴삼성'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하루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섰다. 행선지로는 협력회사를 택하며 향후 '동행' 철학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 "초일류 기업이 되는 데 제가 그 앞에 서겠다" 등의 메시지를 통해 활발한 경영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28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방문했다. 디케이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28년간 함께 일한 회사다. 이재용 회장은 디케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협력회사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고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 안건이 의결된 직후 별도 취임식 없이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마주해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많은 국민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광주 협력회사 방문은 사실상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경영 일정이다.
이재용 회장이 첫 행보로 협력회사 방문을 택한 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을 향후에도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이재용의 삼성'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동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린 셈이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공개한 취임 메시지에서 '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며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징성이 큰 취임 첫 행보로 협력회사 방문을 택한 건 다소 파격적"이라며 "사업보국을 잇는 '미래 동행' 철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현장 경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하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이 되는 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예고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8월 사면 복권 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사업장을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MZ세대부터 육아 고충이 많은 30~40대 직원들까지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며 "앞으로도 자주 만나 소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당장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다음 달 1일 이재용 회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창립기념일을 맞아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해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조만간 해외 출장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사업 분야 경쟁력 강화와 인수합병(M&A) 후보군 물색 등 챙겨야 할 현안이 많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방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재용 회장이 유치 지원 활동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재용 회장은 사면 복권 후 중남미와 영국을 방문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현지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다. 이재용 회장은 매주 1~2차례씩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은 그간 해외 출장을 갈 때 하계휴가 등 법원이 휴정하는 기간에만 맞춰 일정을 잡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취재진을 마주한 자리가 법원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사법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장기간 해외 출장 등 경영 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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