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을 기다리며

2022. 10. 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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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 최초 월드컵 유치
개막식 행사는 또다른 재미
이슬람 문화 읽는 좋은 기회
하나되어 즐기는 축제되길

스포츠 단일 종목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하는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11월20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 제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을 것이다. 일단 이슬람 문화권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회이자, 보통 4년마다 유럽 축구 리그 비시즌인 6월에 열리는 것에 비해 이번 월드컵은 11월 말에 열린다. 또한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이후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로는 2021년 도쿄올림픽도 물론 있었지만, 이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열리는 행사라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올림픽도 그렇고, 월드컵 역시 4년마다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인지라 이맘때쯤 되면 방송국 여기서기서 섭외가 오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월드컵은 200개 넘는 피파(FIFA) 회원국 가운데 오직 32개국만 본선 진출이 허락되기 때문에, 피파 랭킹을 비롯해 유명 선수의 국적이나 실력 등을 살펴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를 비롯해 음악 등으로 참가국의 면면을 살펴보는 일 역시 쏠쏠한 재미다. 단골로 등장하는 우승 후보국의 문화와 음악을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고, 우승 후보야 매번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본선에 참가하는 나라의 일면을 살펴보는 것 역시 월드컵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참가국의 위치부터 문화 그리고 그들이 즐기는 음악을 살펴보는 건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다. 특히 웨일스나 캐나다처럼, 어쩌다 한 번 참가하거나 이번에 처음 본선에 진출한 나라를 음악이나 문화로 살펴보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32개국 각각을 다 살펴보는 게 힘들거나 귀찮다면,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행사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피파 랭킹이나 축구 실력과는 별도로, 개최국의 문화적 자부심이나 정성을 읽을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월드컵 대회에서 가장 유심히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는 개막식을 통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린 경험이 있다. 그 파급력은 생각보다 막강해서, 올림픽보다도 더 재미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글쓴이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개막식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었다. 20세기 후반부터 피파의 정책은 유럽과 남미 중심에서 타 대륙으로,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쪽으로 저변을 넓힌다는 방침이 대세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이 그랬고, 그 정책에 성공적으로 부합했던 대회가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그 흐름을 이어받은 대회가 남아공 월드컵이었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회라는 상징성 때문에 개막식 축하공연 때 아프리카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우리에겐 생소한 아프리카 대중문화 스타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글쓴이는 이 개회식 행사야말로 월드컵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아프리카 북부와 이슬람 문화권 최고의 스타인 알제리의 칼리드가 대미를 장식한 무대를 보며, 남아공 대회에 왜 알제리 가수가 무대에 올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월드컵이란 점 그리고 스포츠와 문화를 통해 지구촌이 하나가 된다는 기본 이념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섭외가 아닐까 평가하고 싶다. 다음번 대회인 브라질 월드컵 역시, 삼바와 보사노바, 엠피비(MPB)라 불리는 브라질 대중음악과 그들만의 문화를 세계 곳곳에 널리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은 오히려 러시아와 딱히 관련이 없는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를 섭외하는 바람에 색이 바랜 데다, 그가 개막식에서 사고를 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개막식 행사는 개최국의 문화를 읽는 좋은 잣대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당연히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이슬람 문화권 문화를 읽는 좋은 개막식 행사가 되길 기원한다. 카타르 사람들, 나아가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읽을 좋은 기회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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