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말뫼의 눈물’ 군산 조선소, 5년만에 재가동

조홍복 기자 2022. 10. 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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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말뫼의 눈물’ 재가동 선포식
조선업 불황에 2017년 가동중단
내년부터 선박블록 10만t 생산
지역에 1989억원 경제효과 기대
한덕수 총리 등 100명 행사 참석
주민들 “군산에 다시 활기 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7월 가동 중단 이후 5년 3개월 만에 재가동 절차에 들어갔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한국판 ‘말뫼의 눈물’로 불렸다. 말뫼의 눈물은 2002년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시의 대표적 조선사인 코쿰스가 파산하면서 내놓은 세계 최대 크레인이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려 나가는 모습을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내보낸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28일 전북 군산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식에서 한덕수(왼쪽에서 다섯째) 국무총리, 김관영(왼쪽에서 넷째) 전북지사, 한영석(왼쪽에서 여섯째)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2017년 7월 가동을 멈췄던 군산조선소는 내년 1월부터 선박 조립에 필요한 철판 부품 조각인 ‘블록’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전북도와 전북 군산시는 28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내 가공공장에서 ‘강재 절단식(Steel Cutting)’과 함께 재가동 선포식을 열었다. 강재 절단식은 ‘선박 건조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조선업계의 의식이다. 이날 재가동 선포식의 슬로건은 ‘군산의 불꽃, 다시 피어오르다’이다. 강재 절단식 때 작은 불꽃들이 피어오르는 것을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에 비유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관영 전북지사, 장영진 산업부 1차관,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축사에서 “전북 제조업의 12%, 군산 산업의 24%를 책임졌던 군산조선소의 가동이 멈춰 군산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재가동으로 전북과 군산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석 부회장은 “재가동에 들어가는 군산조선소는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조선업이 다시 국가대표 산업으로 비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올해 2월 현대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전북도, 군산시 등과 협약을 맺고 내년 1월부터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 협약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시설 점검과 설비 보완, 인력 양성 등의 준비를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선박 조립에 필요한 철판 부품 조각인 ‘블록’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공정을 순차적으로 재개해 내년 1월부터 연간 10만t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블록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블록 10만t은 길이 280m짜리 선박을 최대 5척 건조할 수 있는 양이다. 선박은 여러 모양의 블록을 용접을 통해 이어 붙여 조립해 만든다. 군산에서 생산된 선박 블록은 바지선을 통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로 운송돼 조립된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으로 단기적으로 9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군산조선소가 재가동 되면 생산 유발 효과 1989억원, 인구 유입 효과 3600명 등의 지역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군산 주민 박모(52)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던 지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조선소가 멈추자 군산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앞으로 군산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3월 181만㎡ 부지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군산조선소를 준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130만t급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1기와 1650t 규모의 골리앗크레인 등의 설비를 갖췄다. 군산조선소는 조선업 호황 덕분에 착공을 하기 전에 건조할 선박을 수주했고,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했다. 준공식을 열기도 전에 18만t급 벌크선 2척을 만들어 명명식(命名式)까지 가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호황은 길지 않았다. 이듬해부터 조선업이 불황기를 맞으면서 수주량은 급감했다. 2012년 군산조선소는 11척의 배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주 절벽 상황은 더 심각해졌고, 결국 2017년 7월 가동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당시 전북 제조업의 12.3%를 차지하고 군산 산업의 24%를 차지했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협력 업체 90%가 문을 닫거나 군산을 떠났고, 근로자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때문에 당시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한국판 ‘말뫼의 눈물’로 불렸다. 더구나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이듬해인 2018년 한국 GM 군산공장도 폐쇄하면서 지역 경제 어려움은 더 커졌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날 재가동 선포식에서 “군산조선소는 정상 가동 당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인력 양성과 고용 지원 등 협약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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