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초점] '쇼미11' 투우장 뛰어든 이영지, 예능캐 벗고 래퍼로 우뚝 서게 될까?

이지윤 인턴기자 2022. 10.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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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대표 '예능캐'에서 다시 래퍼로···
이영지 참가 '쇼미더머니11' 단숨에 화제성 1위
타 참가자 부정적 반응 섞인 이슈몰이까지
"하고 싶은 장르 늘어나, 뭘 할지 찾아가는 과정"
래퍼 이영지 / 사진 = Mnet '쇼미더머니11' 예고편 캡처
[서울경제]

예능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던 이영지가 다시 힙합 경연 프로그램을 찾았다. 11번째 시즌을 맞는 한국 최고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그가 만나자 화제성은 단숨에 1위로 치솟았다(굿데이터 코퍼레이션 발표). 그는 최근까지 방송과 유튜브 채널을 오가며 Z세대 대표 ‘예능캐’로서 정체성이 더 강해 보였다. 스스로 “투우장 같은 곳”이라던 ‘쇼미’ 무대를 그가 다시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과연 그가 원하는 해피엔딩을 마주할 수 있을까.

28일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11’(연출 최효진 CP, 이형진 PD)에서는 이영지의 2차 미션 무대가 공개된다. 지난주 이영지의 1차 예선 무반주 랩 심사 영상은 Mnet 공식 유튜브에서만 23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 중심에 섰다. 2019년 ‘고등래퍼3’ 우승을 차지하며 등장한 그는 ‘고등래퍼’ 전 시즌 우승자들이 그랬듯 래퍼로서 활발한 활동이 예견됐지만, 다방면으로 가졌던 끼 덕에 Z세대 아이콘에 가까운 행보를 걷게 됐다.

‘차쥐뿔’→'지락실' 종횡무진 예능 대세가 되다

이영지의 다재다능함이 정점을 찍은 건 최근 마무리된 유튜브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과 나영석 PD와 함께한 tvN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이다.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던 그는 고정 MC를 맡은 두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며 젊은 시청자 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 사진=웹예능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영상 캡처

구독자 207만 유튜브 채널 ‘차쥐뿔’은 총 13명의 게스트, 편 당 20분 내외의 영상들로 누적 조회수 1억 2천만 뷰를 기록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진이 출연했던 마지막 에피소드는 단일 조회수만 1,200만 뷰를 넘겼다. 막강 팬덤을 보유한 게스트들 출연도 프로그램 성공 배경 중 하나이겠지만, 콘텐츠 홍수 속 본격 ‘음주가무’를 본분으로 한다는 웹 예능이 외면받지 않은 데에는 주인장 이영지의 역할이 컸다.

술을 마시며 대화와 술 게임을 나누는 포맷 특성상 그 사이에 녹아든 대화가 위트 있느냐 아니냐, 재미있느냐 아니냐가 핵심이었다. 이영지가 아이돌스타를 처음 만나 나누는 어색한 대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통통 튀는 티키타카로 바뀐다. ‘술 먹방’답게 게스트가 좋아하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차려주고,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나면 술자리 텐션 특유의 재미가 나온다

편안하게 오가는 이야기에는 공감할 만한 요소나 게스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 과정에서 호스트 이영지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술자리를 지켜보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또 지나치게 무거워 보이지 않도록 시청자들의 호감과 게스트의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멘트를 받아치면서도 드러나는 이영지의 트렌디함과 유쾌함은 그 대화를 지켜보는 것을 즐겁게 만든다.

/ 사진=tvN ‘뿅뿅 지구오락실’ 방송화면 캡처

tvN 나영석 PD의 예능 ‘지락실’에선 ‘괄괄이’란 호칭으로 통했다. 털털하고 목소리가 커서 붙은 별명이다. 촬영 중 잠시 이동할 때조차 PD에게 게임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앉아서 조용히 가자는 답이 돌아오자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콘텐츠를 찍는 에너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는 게임을 못하지만 가장 해맑다. 스스로를 꾸며내거나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을 기반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위 ‘거침없는’ 캐릭터는 자칫 대중의 비호감을 살 위험이 있지만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은 ‘괄괄’ 이면에 깔린 매력이 있어서다.

그는 온갖 통로를 통해 노출되지만 캐릭터가 일관돼 있다. 이미 SNS를 통해 보여준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SNS로 쏟아지는 다른 이들의 고민에 자신만의 신념을 담아 거침없이 답변했고, 이는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구독자 86만을 보유한 개인 유튜브에는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본업’ 카테고리 외에도 안무 커버, 먹방, 브이로그 등 재치 있는 게시물들이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Z세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방송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꾸며지지 않은 날 것 자체의 영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배려할 것은 하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유쾌한 모습 그 자체가 이영지라는 캐릭터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본질이다.

'예능캐' 벗고 래퍼로···이영지의 정체성 찾기

이런 가운데 이영지가 ‘쇼미11’ 참가자로 등장했다. 제작진은 이영지 출연에 다른 참가자들이 “굳이 왜 나왔지? 약간 거슬린다”, “예능인 캐릭터가 큰 것 같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끼워 넣으며 이슈 몰이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영지가 예능에서 보여준 활약에 비해 본업인 가수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열여덟 살이던 당시 ‘고등래퍼3’(2019)에 참가한 그는 한국 혼성 랩 경연 프로그램 최초의 여성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이후 싱글 작업 위주 음악 활동을 해오긴 했다. 그러나 전 시즌 우승자인 양홍원, 김하온이 각각 정규, EP 앨범을 낸 것에 비하면 음악적 성장이 더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 사진=Mnet '쇼미더머니11' 예고 영상 캡처

그가 보여준 잠재력이 분명하기에 나오는 아쉬움이다. ‘차쥐뿔’에서 가수 크러쉬는 “영지 씨가 노래를 정말 잘한다, 영지 씨가 앨범을 좀 더 많이 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영지는 이에 “랩 하나만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쉽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장르가 늘어난다”라며 “그러다 보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앞으로 뭘 할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영지는 사실 ‘고등래퍼’ 이후에도 ‘GOOD GIRL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2020), ‘힙합걸Z’(2020) 등 몇 개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그가 래퍼로서의 이미지가 약한 것은 그가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대중이 더 큰 주목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배고픔”이었다. 래퍼 정체성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이영지는 힙합 신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을 지닌 프랜차이즈 시리즈 ‘쇼미11’을 통해 다시금 래퍼의 자리로 돌아왔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투우장’에 뛰어든 이영지는 지난 방송에서 독보적인 음색과 파워풀한 래핑 실력으로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영지는 래퍼 출신 Z세대 예능인으로 분명한 개성을 지닌 흔치 않은 캐릭터다. 그러한 무기도 있지만 그가 원하는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해 내기 위해서는 ‘쇼미더머니’라는 투우장 속에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남는 게 있을 것”이란 그의 말처럼, 그가 음악인으로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어쩌면 그가 방황하고 고민하는 과정마저 그 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윤 인턴기자 leejy18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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