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윤종빈 감독 "변기태 역에 여성 캐릭터 생각한 적 있어"[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2. 10. 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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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지민과 정국은 최근 콘서트를 마친 후 진행한 브이라이브 행사에서 '수리남'의 변기태(조우진)가 극 중 선보인 댄스 등을 따라추며 드라마를 향한 관심을 표현한바 있다.

넷플릭스 측은 지난 19일 주주서한을 공개하며 '수리남'이 전 세계 총 누적 시청 시간에서 1억2800만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수리남'의 성공은 또 하나의 위대한 K콘텐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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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K씨 삶이 더 영화같았다"
"시즌2 가능성? 닫힌 결말이기에 열어두지 않아"
"'수리남'의 부성애 통해 가족을 위해 선넘지 않는 아버지 그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방탄소년단 지민과 정국은 최근 콘서트를 마친 후 진행한 브이라이브 행사에서 '수리남'의 변기태(조우진)가 극 중 선보인 댄스 등을 따라추며 드라마를 향한 관심을 표현한바 있다. 

넷플릭스 측은 지난 19일 주주서한을 공개하며 '수리남'이 전 세계 총 누적 시청 시간에서 1억2800만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수리남'의 성공은 또 하나의 위대한 K콘텐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정우, 황정민, 조우진, 박해수, 유연석 등이 주연을 맡고 윤종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사업가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총 6부작이다.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에 대규모 마약밀매 조직을 만들어 활약하다가 지난 2009년 체포됐던 조봉행과 그를 체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민간인 협력자 K씨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달 선보인 '수리남'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신드롬을 양산했고 유튜브에는 각종 패러디 영상들이 게재되며 시청자들의 다양한 관심이 분출되고 있다. 윤종빈 감독을 만나 시리즈 제작 과정및 연출 의도 등을 들었다. 

- '수리남'을 포함해 하정우와 5편을 같이 했다. 하 배우는 윤종빈 감독 현장이 유독 어렵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 제 경우는 그렇지는 않다. 하정우 형이 다른 현장에 비해 제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웃음) 저는 그냥 편히 대한다. 아무래도 정우 형이 저보다 1년 선배시고 하다보니 더 신경이 쓰이는 것 아닌가 싶다. 

- '비스트 보이즈' 당시 호스트바에 취업해서 취재를 한 것은 유명 일화다. 성실하게 취재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걸로 유명한데 '수리남' 또한 녹록치 않은 취재 과정을 거쳤을 것 같다. 

▶ 하정우 배우가 연기한 강인구 역할의 실제 인물인 K씨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녹취록도 봤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봤다. 제가 생각할 때 평범한 민간인이 3년 동안 국정원에 투입돼 작전에 참가하는 게 납득이 안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걸 듣고 나니 납득되는 게 있었다. 정말 고생도 많이 했고 엄청난 생존력에 강한 영혼의 소유자이더라. 그래서 1편에서 강인구의 전사에 다 녹였다. 80%를 K씨의 이야기에서 다 따왔다. 미국의 범죄인도조약이라던가 이런 부분도 다 취재를 한 부분이다. 콜롬비아 마약왕도 미국에서 잡히는 걸 가장 두려워 한다더라. 마약의 유래나 코카인의 역사도 책을 사서 공부했다. DEA가 왜 만들어졌나 이런 것도 공부했다. 사실을 알아야 가짜 이야기를 꾸며 낼 수 있으니까 그랬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에도 나오는데 미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사람이면 당사국 허락을 안받고도 가서 잡아 올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다. 너무 깡패 같이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재미있었다. 빈 라덴을 생포하는 작전을 통보도 안하고 스틸스를 보내서 잡아오지 않았나. 정말 세고 무서운 나라다.

- 드라마를 풀어가는 톤앤매너를 보자면 기존 마약왕들을 다룬 해외 작품들과 다르다. 한국적 정서와 코믹 터치가 많이 가미돼 있던데.

▶ 사실 마약관련 장르로 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민간인이 언더커버로 들어가는 이야기 즉 언더커버장르로 봤다. 악당이 마약상일 뿐이었다. 이 작품을 처음 넷플릭스 시리즈로 하기로 결정한 다음 가장 많이 생각한 게 힘을 빼고 찍자는 거였다. 보통 영화를 할 때 가지게 마련인 작가나 감독으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시리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이나 전체적 톤앤매너를 그렇게 정했다. 

- 강인구가 감옥에 갇혀서도 자식의 성적표를 걱정한다. 가족을 건사하려는 한국 가장으로서의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 실존 인물 자체가 그런 아버지였고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것 밖에 모르는 사람이더라. 책임감 밖에 없는 인물이랄까.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시집 보내고 장가 보낸 그런 인물이어서 스토리가 그리 됐다. 실제로 홍어 사업을 하려고 외국에 갔다가 그렇게 마약왕과 얽힌 것도 실제 상황이다. 부친이 홍어를 좋아하신 것은 각색이다. 홍어라는 것이 가난한 아버지의 상징처럼 되물림되는 것처럼 넣으려고 했다. 

-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가를 따라 가는 것이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 

▶ 실제 저도 K씨의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저도 똑같았다. 어디까지 진짜이고 어디까지 가짜인가 항상 궁금했다. 

- 이미 '나르코스' 등 마약물 관련 해외 콘텐츠가 한바탕 인기를 끌었다. 뒤를 이어 마약을 주요 소재로 다룬 드라마를 만들어야 했으니 차별화 지점을 여러 가지 계획했을 것 같다.

▶ 영화적으로 표현했을 때 너무 극적이고 클리셰라서 못하는 게 많았다. 실제 K씨가 언더커버를 하려고 스킨헤드로 차이나 타운에서 중국 갱들과 몇달 동안 싸우고 했지만 그렇게 표현하면 너무 클리셰 같았다. '디파티드'에 나오고 '무간도'에도 나오는 것 같은 장면은 가짜 같아서 뺐다. 실제 K씨가 총을 쓴 에피소드도 있더라. 실제 총격전을 한 적도 있다는데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셌다. 몇 가지는 덜어냈다. 

- 강인구가 전요환의 소굴에 들어가서도 너무 용감하고 겁을 먹지 않는다. 극적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깡으로 그렇게 한 것인가'하면서 납득이 어려웠다. 그래서 불필요할 수도 있는 것 같은 전사를 덕지덕지 넣었다. 이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다. 남다른 생존력과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수리남에서 깡패들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돈을 깎아달라고 하고 목에 총이 들어와도 협상하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해야 했다. 

- 교도소 촬영 장면은 실제 교도소에서 죄수들과 함께 촬영했다던데. 

▶ 실제 모범수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고 엑스트라로 촬영했다. 대통령 궁을 찍었을 때도 재미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실제 대통령 궁에서 촬영했다. '대부2'에서 알파치노가 춤추는 쿠바 장면을 그 곳에서 찍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측에서 협조을 잘 해줬다. 대통령 궁을 찍을 당시 매직 아워장면이 있었다. 드론을 띄워야 하는데 마침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들어오고 있다더라. 그래서 한바퀴 더 돌고 오시라 했다. 촬영을 해야 하니 양해를 부탁드렸고 들어주셨다.  

- 강인구가 수리남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남미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장면이나 전요환이 이순신 장군을 거론하는 내용 등도 눈길을 끌던데. 

▶ K씨의 녹취록에 나왔던 내용인데 조봉행이라는 사람이 그런 거짓말을 많이 했다더라. 대통령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 삼성 임원이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자개장을 가져다주며 국보급 보물이라고 소개했다더라. 그런 내용을 재미있게 바꾸었다. 

- 국내에서 촬영한 공간들도 많았다고 하던데. 

▶ 차이나타운 오픈세트는 전주에 지었다. 삼거리부터 중국식당까지 엄청나게 대규모로 많은 예산을 투여해 찍었다. 부산에는 국정원 안가장면들의 오픈 세트를 지었고 무주에서 신도들이 모인 공간을 촬영했다. 야자수도 심고 식물들도 심었다. 

- 박찬호 사인볼은 실제 사인볼인가. 

▶ 박찬호 재단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인볼 10개를 받았다. 극중 야구공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전요환과 강인구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야구공이다. 두 사람의 접점이라고 하면 돈에 대한 집착과 강력한 욕망의 교집합 아닌가. 전요환은 강인구를 자신과 똑같은 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업파트너로서 강인구를 좋아한 것 같다. 

- 조우진이 연기한 변기태가 또 다른 언더커버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 놀라움을 안긴다. 의외로 담백하게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 그가 언더커버라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고 놀라움인데 굳이 오버해서 찍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연출 성향의 문제인 것 같은데 배우의 연기 톤이 변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 악독한 전요환이 강인구에게 어떻게 믿음을 가지게 됐을까. 몇가지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미흡한 느낌도 있는데. 

▶ 강인구가 브라질에서 남은 코카인과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지 않았나. 본질적으로는 강인구가 활약을 해서 인정했다기보다는 전요환은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새끼는 완전히 내 과구나'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류의 에피소드를 추가한 것이 강인구가 수리남 대통령에게 '현대 자동차와 10년째 일하고 있다. 차 살 일이 있으면 연락달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촬영장에서 추가했다. 

- 시즌2의 가능성은 열려 있나. 

▶ 전혀 열어두지 않았다.(웃음) 촬영 때는 닫힌 결말이니 전혀 그런 생각을 안했다. 이번 시리즈를 찍는데 4년 걸렸는데 또 하면 8년이다. 제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한다.

- 전요환의 직업을 목사로 설정한 이유는. 

▶ 종교인이라고 하면 신성시되고 믿음이 가지 않나. 사이비 목사라고 했을 때 좀 더 재미 있을 것 같았다.

-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수리남'에서도 부성애가 진하게 드러난다. 유독 부성애를 그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 실존 인물 K씨가 그런 사람이었다. 두 작품 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범죄와의 전쟁'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수리남'은 역으로 사실 가족 때문에, 아버지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이야기였다. 강인구도 전요환에 흔들리잖나. 그렇지만 선을 안 넘은 이유는 시리즈에도 나오지만 (전요환이)자기 딸같은 애들에게 약을 먹이는 나쁜 놈이기에 아버지로서 그런 선택이 가능했을 것 같다. 또 실제로 제가 아버지이기에 그런 선택을 녹였을 수도 있다. 제 무의식에 아버지에 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제가 스무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무의식적으로 그리움이나 연민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영화인들 치고 결혼을 일찍 했는데 빨리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좋은 추억이 없다 보니 반대로 제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제 매커니즘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전요환이 국내에서 악행을 펼치는 장면들에 대해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 선정적으로 생각하고 촬영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요환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현혹시키고 사기를 치는지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이었다. 사이비 목사가 된 다음부터는 말로 사기를 치고 인간들의 약한 지점을 이용해 정신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나. 그 이전에는 원초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용해 악행을 펼치는 방식으로 그렸다. 

- 엔딩에서 고통 받던 신도들이나 어린 소녀를 구하는 장면이 나올 줄 기대한 시청자들도 있는데. 

▶ 국정원이 전요환을 잡았으니 다 풀려 났다고 상상에 맡기고 싶었다. 미드를 보면 서브 플롯이 존재하지만 제가 그런 플롯을 안좋아한다. 보통 서브 플롯이 나오면 다 스킵한다. 8부작으로 기획했을 때는 사이비 종교쪽 이야기가 더 있었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재미가 없더라. 관객들은 강인구와 전요환의 메인 줄거리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봤다. 더 찍은 장면도 있지만 마지막에 뺐다. 

- 차기작으로 느와르 이외의 다른 장르를 찍고 싶은 마음은 없나. 

▶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는 미니멀하고 장르적 색채가 덜한 작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최근 그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펙터클하고 액션이 큰 작품을 원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느와르나 언더커버 장르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상업적 코드는 담되 좀 더 사람 이야기에 가까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되 상업성은 담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수리남'에 중요 캐릭터에 여성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의견들도 있다. 

▶ 여성 캐릭터를 안쓸려고 하는 건 아니다. '공작' 때도 국정원 실장을 여성 캐릭터로 고민했고, 북한 간부를 여성으로 쓸려고 했으나 어거지스럽더라. '수리남'도 준비하면서 실제 이야기에 여성이 없었고 강인구나 전요환을 여성으로 할 수 없으니 변기태를 여성으로 하거나 국정원 실장을 여성 캐릭터로 해볼까 하다가 어거지스러워 못했다.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서 발란스가 풍부해지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고민을 해보겠다. 하지만 안 어울리는데 억지로 넣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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