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가면 바보된다?'' 금융시장 흔든 레고랜드 [레저홀릭]

신익수 2022. 10. 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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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랜드. 1988년 경기도 양주시에 등장한 대한민국 최초이자 마지막 공짜 테마파크다. 3000평 규모에 10여 개의 어트랙션. 자그마한 규모지만 무료 입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결국 오너가 빚더미에 앉으며 운영이 중단된다.

이 두리랜드의 오너가 중년배우 임채무 씨다. 물론 처음부터 공짜는 아니었다. 오픈 초기 입장료는 2000원. 그러다 한 가족이 8000원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본 임채무 씨가 '매표소를 부숴라'고 했고, 그때부터 무료로 운영이 된 거다. 그렇게 쌓인 부채만 145억원. 견디다 못해 부도를 내 달라며 찾아간 은행에서 관계자의 "꿈을 응원한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심기일전,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4월 말 재개장에 들어갔다.

각종 어트랙션에 다양한 VR시설까지 보강된 지금, 가장 달라진 게 다름 아닌 입장료다. 어른 2만원과 어린이 2만5000원. 하지만 그사이 두리랜드의 스토리를 안 내장객들은 기꺼이 이 돈을 내고 간다.

두리랜드보다 수백 수천 배는 큰, 글로벌 테마파크 한 곳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아이들, 두리랜드는 몰라도, 이 테마파크만큼은 안다. 금융시장에 '채권 쇼크'를 몰고 온, 바로 그 레고랜드다.

춘천 하중도에 둥지를 튼 레고랜드. 무상 임대만 100년을 받은, 최고의 테마파크가 최악의 흉물로 남을 위기다. 채권 충격파가 워낙 큰 탓에 현장 분위기가 슬며시 덮였는데, 이 '흉물파크' 현장에 가 보면 왜 디폴트 사태를 빚었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일단 주차장에서 만나는 '유료 안내문'에 기분이 상한다. 5시간 이상 머물렀다면 주차비 1만2000원을 또 내야 한다니. 주차비 아깝다면 기차로 춘천역에 내려 1시간에 한 번씩 오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아니면 하룻밤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레고랜드 호텔에 묵어야 한다.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 1일 이용권이 5만4000원. 3만원대인 토종 테마파크 '따블' 수준이다. 그렇다고 시설이 '따블'로 많은 것도 아니다. 40여 개의 어트랙션. 그나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성인들이 탈 것도 없다. 식당? 줄 서서 먹는 토종 테마파크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상당수는 텅 빈 상태. 그나마 운영 중인 식당들의 메뉴도 패스트푸드 일색이다. 그 흔한 춘천 닭갈비 집도 없다.

사실 레고랜드는 오픈 초기부터 '운영 갑질'로 말이 많았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며 출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해 논란을 빚었고, 호텔 숙박료를 1일 100만원으로 책정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열받은 부모들이 이를 그냥 지켜볼 리 없을 터. 주차장 곳곳엔 지금도 '레고랜드 한 번 오면 얼이 빠지고 두 번 오면 바보가 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은행 대출만 150억원을 떠안고 있는 임채무 씨가 두리랜드를 재오픈하며 했던 말이 있다. "수입이 안 나니 1990년도 부채를 아직 못 갚고 있다. 임채무가 아니라 왕채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 두리랜드에서 아이들이 사진 찍고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 세상 아무런 고민이 없어진다."

이번 주말엔 며칠간 '레고랜드 타령'을 한 아이 손을 잡고 경기도 양주 두리랜드나 찍어야겠다. 규모나 시설 좀 작으면 어떤가. 두 번 가면 바보가 되는 테마파크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말이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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