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반 안되면 태평양 빠져 죽겠다”···당권 주자 연설회된 국민의힘 당원교육
28일 오후 국민의힘 경기 고양갑 당원협의회 당원교육이 진행된 고양시 덕양구청 대회의실. 이날 이곳에는 안철수·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줄줄이 찾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지역구(253개)마다 하나씩 있는 당원협의회에 중량감 있는 당 중진인사들이 한날 얼굴을 비추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전당대회가 이미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당대회 심판이면서 선수로도 거론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고향인 충남을 찾았다.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주제를 내걸고 발언했다. 그 내용은 당 대표로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지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승만·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고 안보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우향우 행보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고양갑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첫 연사로 무대에 오른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력을 한껏 내세우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 대상 감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자신이 인수위 전문위원에 발탁했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새마을운동이 “국민통합의 최초”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여러번 당의 대회에 나왔던 분들은 신세 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저는 돌봐줄 사람이 없다. 공천 파동은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뒤늦게 입당한 약점을 역으로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뒤이어 연단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이틀 전 박 전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었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해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신 이승만 대통령,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루어주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기리고 그 정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극우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잇따라 임명됐지만, 당권 도전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한꺼번에 모자는 두 개 썼는데, 다행히 비상근이다. 당적을 안 버려도 되더라”며 “20년 전부터 당에 쭉 있으면서 우리 당에 대한 애정이 당원 동지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독자 핵무장론, 여성 기본군사훈련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김기현 의원은 “이념·가치·사상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잘못된 사상을 채택한 나라는 쫄딱 망했다. 북한만 봐도 안다”며 “이념이 밥 먹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정부 업적을 소개하며 “세계 유일의 기적을 누가 만든 거냐. 바로 우리 보수당 정권이 만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골든크로스’시켰다며 “저는 내후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 하면 태평양에서 빠져죽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평행이론’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처음 시작한 게 1962년 3월이다. 딱 60년 후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다”며 “동양 60갑자를 타고 역사의 평행선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과 전쟁 폐허 속 대한민국을 세운 박 전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탄핵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의 가치 근간을 세우는 큰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의원은 과거 “박근혜 누나”란 말을 다시 사용하며 자신이 ‘박근혜 탄핵’의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이들에 앞서 축사를 한 조경태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최정점 국군통수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똘똘 뭉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고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자”고 말해 당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당 소속 의원 및 비대위원을 이끌고 충남 천안을 찾았다. 2주 전 첫 비대위 지역 방문으로 대구·경북을 찾은 데 이어 2번째 방문지다. 당 충남도당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와 당원 만남 행사를 잇따라 가졌다. 당원들이 “정진석” “정진석”을 연호하면서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정 위원장은 “고향인 충남을 방문하게 돼 마음이 쿵쾅쿵쾅 뛴다”며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이 충남 출신이라는 점이 도민들에게 든든한 마음을 갖게 하는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충청의 당원 동지들이 선두에서 충청의 아들 윤 대통령을 지키자”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이전,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 국립의과대학 설치 등 지역 숙원사업 이행도 약속했다. 전날 정진석 비대위는 공석인 69개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전당대회 사전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