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반 안되면 태평양 빠져 죽겠다”···당권 주자 연설회된 국민의힘 당원교육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2. 10. 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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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주유엔 한국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국민의힘 경기 고양갑 당원협의회 당원교육이 진행된 고양시 덕양구청 대회의실. 이날 이곳에는 안철수·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줄줄이 찾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회의원 지역구(253개)마다 하나씩 있는 당원협의회에 중량감 있는 당 중진인사들이 한날 얼굴을 비추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전당대회가 이미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당대회 심판이면서 선수로도 거론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고향인 충남을 찾았다.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주제를 내걸고 발언했다. 그 내용은 당 대표로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지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승만·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고 안보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우향우 행보도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고양갑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첫 연사로 무대에 오른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력을 한껏 내세우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 대상 감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자신이 인수위 전문위원에 발탁했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새마을운동이 “국민통합의 최초”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여러번 당의 대회에 나왔던 분들은 신세 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저는 돌봐줄 사람이 없다. 공천 파동은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뒤늦게 입당한 약점을 역으로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기후환경대사 임명장 전수식을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이 뒤이어 연단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이틀 전 박 전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었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해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신 이승만 대통령,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루어주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기리고 그 정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극우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잇따라 임명됐지만, 당권 도전을 포기할 뜻이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한꺼번에 모자는 두 개 썼는데, 다행히 비상근이다. 당적을 안 버려도 되더라”며 “20년 전부터 당에 쭉 있으면서 우리 당에 대한 애정이 당원 동지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6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어나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근 독자 핵무장론, 여성 기본군사훈련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김기현 의원은 “이념·가치·사상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잘못된 사상을 채택한 나라는 쫄딱 망했다. 북한만 봐도 안다”며 “이념이 밥 먹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정부 업적을 소개하며 “세계 유일의 기적을 누가 만든 거냐. 바로 우리 보수당 정권이 만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동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골든크로스’시켰다며 “저는 내후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 하면 태평양에서 빠져죽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평행이론’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처음 시작한 게 1962년 3월이다. 딱 60년 후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다”며 “동양 60갑자를 타고 역사의 평행선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과 전쟁 폐허 속 대한민국을 세운 박 전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탄핵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의 가치 근간을 세우는 큰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의원은 과거 “박근혜 누나”란 말을 다시 사용하며 자신이 ‘박근혜 탄핵’의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들에 앞서 축사를 한 조경태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최정점 국군통수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똘똘 뭉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고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자”고 말해 당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충남 천안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당 소속 의원 및 비대위원을 이끌고 충남 천안을 찾았다. 2주 전 첫 비대위 지역 방문으로 대구·경북을 찾은 데 이어 2번째 방문지다. 당 충남도당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와 당원 만남 행사를 잇따라 가졌다. 당원들이 “정진석” “정진석”을 연호하면서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정 위원장은 “고향인 충남을 방문하게 돼 마음이 쿵쾅쿵쾅 뛴다”며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이 충남 출신이라는 점이 도민들에게 든든한 마음을 갖게 하는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충청의 당원 동지들이 선두에서 충청의 아들 윤 대통령을 지키자”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이전,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 국립의과대학 설치 등 지역 숙원사업 이행도 약속했다. 전날 정진석 비대위는 공석인 69개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전당대회 사전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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