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민석의 ‘갈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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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은 주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때문에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그는 안민석의 '내부 총질' '갈치 정치'라는 표현에 대해 "민주 정당에 절대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며 "전 의원이 갈치라면 안 의원은 대왕갈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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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은 주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때문에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언어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변호 따윈 하지 않는다. '닥공' 일변도다. 주요 목적이 '모욕'이기 때문에 표현 방식은 매우 거칠고 독하다. 이런 표현의 원조는 북한이다. '삶은 소대가리'라는 말을 기억하시는가? 이게 어쩌다 나온 게 아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나 김형직사범대 작가양성반 출신의 엘리트 수백 명이 머리를 짜내 그런 표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정치언어는 정치인들이 자극적 표현을 선호하는 언론의 상업주의를 염두엔 둔 자기 홍보 목적으로 생산된다. 가끔 재미있거나 재치 있는 표현도 등장하긴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건 역시 갈등 조장형 표현이다. 최근 언론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례를 하나 감상해 보자.
10월17일 그간 이재명을 적극 지지해온 민주당 의원 전재수가 이재명의 대선 패배 후 주식 거래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동료 의원 안민석은 "갈치 정치는 굉장히 심각한 해당 행위인데 가을이 되니까 갈치 정치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했다. 그는 "큰 갈치 배를 가르면 (작은) 갈치가 나온다. 갈치는 갈치를 먹고 큰다"며 '갈치 정치'는 자기 식구를 잡아먹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 조응천은 "전 의원은 할 말을 한 것이다. 이런 얘기를 못 하면 그게 무슨 민주 정당이냐"고 말했다. 그는 안민석의 '내부 총질' '갈치 정치'라는 표현에 대해 "민주 정당에 절대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며 "전 의원이 갈치라면 안 의원은 대왕갈치"라고 비판했다.
안민석은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전재수가 이재명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수천 통의 욕설 문자폭탄을 받는 데 일조한 건 분명했다. 자신은 '대왕갈치'가 아닌지 그걸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예컨대, 안민석은 지난 6·1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도전했을 때 내부 경쟁자인 김동연을 겨냥해 'MB맨' '기회주의 관료' '국정농단 부역자'라고 공격했다. 너무 '심각한 해당 행위' 아닌가? 지방선거 패배 후엔 민주당을 향해 "현실 안주를 위한 기득권 카르텔을 깨기 위해 회초리보다 육모방망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자기 자신은 기득권 카르텔과는 무관한 것처럼 행세했다.
이재명이 강성 지지층에게 문자폭탄 자제를 촉구했을 때도 안민석은 이재명의 속내를 안다는 듯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대선 패배로 역사의 죄인이 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돌팔매 대신 문자폭탄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도리"라며 "문자가 무섭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건 해도 너무하는 주장 아닌가?
국민의힘은 안민석을 가리켜 "가짜뉴스 아이콘"이자 "그 자체로 구태정치 표본"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그만큼 안민석이 국민의힘과는 잘 싸우고 있다는 걸 말해 주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잦은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는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한국 정치 전체의 저질화를 초래하는 주범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 아닌 전체 국민의 입장이나 국익 관점에선 그런 정치야말로 '갈치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부디 내부 비판에 열린 자세를, 그리고 정중한 언어로 비판에 임해 주시길 요청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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