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잘 버티고 계실 겁니다”···광산 매몰사고 가족들 ‘간절한 기다림’[현장에서]
가족들 추위에 ‘저체온증’ 우려하면서 구조 ‘염원’
“춥고 어둡겠지만 베테랑이신 아버지가 그곳에서 잘 버티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경북 봉화군의 한 아연광산 매몰사고를 당한 실종자 A씨(62)의 아들은 28일 오후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아버지는 동료 B씨(56)와 지난 26일 발생한 갱도 사고로 지하 190m에 아래에 3일째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들은 사고현장 바로 옆 컨테이터 사무실 창문으로 뿌옇게 내리는 부슬비를 바라보며 “추운 날씨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체온증 등이 아버지를 위독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이날 아연광산에는 두꺼운 외투를 걸쳤음에도 찬바람에 온몸이 떨렸다.
그는 “밖에도 이렇게 추운데 갱도 안은 얼마나 춥겠냐”면서도 “옛날부터 강인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살아계실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조 당국은 인력 114명과 장비 32대를 현장에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원 인원 중 1개 조당 7명으로 구성된 광산구조대 4개조 28명이 6시간씩 교대해가며 갱도내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구조대 고난도 작업 구간 45m 중 35m까지 진입
구조대는 광산의 2개 수갱(수직갱도) 중 제2수갱의 암석을 제거하며 사고지점인 제1수갱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2수갱에서 사고지점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직선거리로 130m 길이의 암석을 파쇄해 나가야 한다. 소방대 등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형암석들이 많은 고난도 작업 구간 45m 중 35m까지 진입했다. 이 구간은 직선거리로는 30m 구간에 해당한다.
이상권 업체 부소장은 “오늘 오후 5시쯤 고난도 구간까지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100m 구간에는 레일이 깔려있고 대형암석이 없어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구조활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초 업체가 예상한 구조가 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사흘에서 당겨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일 오전까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갱도 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고립자들의 생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구조 당국은 갱도 수평공간이 가로·세로 각각 2.1m가량의 공간이어서 고립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방관계자는 “갱도 내 암석을 일일이 치우고, 추가 붕괴 등에 의한 피해 방지와 고립자 및 구조대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보강하면서 고립자가 있는 곳으로 진입로를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경찰 “14시간 지나 신고 소방기본법 위반”
8월에도 1명 사망 중대재해법 위반 조사 중 또 사고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을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와 B씨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지난 27일 오전 8시34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사고발생 후 14시간이 지나서다. 업체 관계자는 “밤샘 구조를 하다 보니 경황이 없었다”며 “갱도는 무전 등 무선 연결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업체 측이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나서야 소방당국에 신고를 한 것에 대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봉화 아연광산에 갇혀 있는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광산업체에 대해 ‘신고지연’과 관련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기본법에 사고 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립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신고 지연으로 인한 인과관계를 따져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29일에도 광산 갱도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사고로 2명 중 1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업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갱도 바닥이 무너진 원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가 지난달 나왔다”며 “이르면 다음달 처분 결과를 낼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광산에서 갱도 바닥이 일부 무너지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사례의 사고가 있었다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사고로 안전관리 미흡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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