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도 공놀이 한다"…어릴수록, 수컷이 더 오래 놀아

맹성규 2022. 10. 28.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뿐 아니라 곤충도 놀이 활동을 즐긴다는 해외 연구팀의 발표가 나왔다. 어린 포유류나 조류의 놀이행동은 흔하지만, 곤충이 사물을 갖고 놀이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은 호박벌이 즐거움을 위해 공을 가지는 노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고 보도했다.

런던 퀸 메리 대학 연구팀은 호박벌이 아무런 생존적 동기 없이 즐거움만을 목적으로 나무 공을 굴리려고 애를 쓰는 장면을 관찰한 결과를 학술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발표했다.

이 대학 감각·행동 생태학 교수 라즈 치트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연구팀은 우선 한 공간에 호박벌 45마리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먹이와 나무공을 넣어놨다. 그러자 호박벌들은 '공을 굴려야 먹이를 준다'는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공을 굴리며 즐기기 시작했다.

나무 공을 단 한 번만 굴리고 만 개체가 있는가 하면 많게는 117번이나 굴린 개체도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을 굴리는 행위는 먹이를 획득하거나 짝짓기를 하는 등의 생존전략과는 무관한 행동으로, 스트레스가 없을 때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발견했다. 호박벌들은 젊을수록 늙은 벌보다 공을 더 많이 굴려, 어린아이나 새끼 포유류와 조류가 가장 활동적으로 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또 수컷 벌이 암컷보다 더 많은 시간 공을 갖고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곤충이 쾌락을 위해 노는지 판단하려면 공을 굴리는 동안 어떤 신경 전달 물질이 활성화되는지 분석할 필요성이 남아있다.

앞서 연구팀은 달달한 음식을 보상으로 제공하면 호박벌이 공을 굴려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훈훈련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보상을 마다하고 목표지점 밖으로 공을 굴리는 것을 보고 추가 실험에 착수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호박벌이 훈련이나 먹이 보상 없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공을 반복해서 굴리는 것은 다른 큰 동물들이 보이는 놀이 행동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사마디 갈파이지는 "호박벌들은 이 '장난감'에 계속 달라붙어 놀았다"면서 작은 몸집과 두뇌에도 초보적이기는 해도 다른 큰 동물들처럼 일종의 긍정적 정서 상태를 경험하는 듯하다고 했다.

'벌의 지력'(The Mind of a Bee)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한 치트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곤충의 지력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다는 점을 강력히 나타낸다"면서 "곤충은 전통적으로 생각도 감각도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생물과는 아주 거리가 멀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추가하게 됐다"고 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