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치우면서 울었어요”···감염병 시대 간호사의 ‘노동권’ 보호책은
“‘병동에 더 심한 중환자 생겼다. 당장 CRRT(지속적신대체요법) 달아야 한다. 너희 환자 중의 한 명은 빼야 된다’ 그래서 그 환자 보호자 설득해서 막 욕 듣고 그다음 빼고 다시 받고…이거 맨날맨날 하는 게 우리 일이었거든요.”(간호사 A씨)
“(치매 환자가 확진됐는데) 마스크 벗고 옷 다 벗고 돌아다니시니까…보호구를 입고 침대에서 같이 앉아 있었어요. 밤새 소변과 대변을 병원들 막 여기저기 보면서…그걸 치우면서 간호사가 울고…”(간호사 B씨)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담당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환자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고, 절반 이상은 이직을 고려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상당수 간호사는 우울과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간호인력 확충과 감염병 위기 대응 체계 구축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떠밀리듯 맡은 코로나 업무···간호사의 안전과 인권은 뒷전에
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간호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간호사 1016명 중 57.5%(584명)가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직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58.9%(598명)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규정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77.3%(785명)는 최근 1년간 몸이 아픈데도 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67.1%(682명)는 환자로부터 폭언·폭행 등을 당했고 본인이나 가족이 차별이나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간호사도 29.3%(298명)에 달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참여한 간호사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면접조사에선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상황에 떠밀려 코로나19 업무를 맡았고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또 보호장구 등 방역물품이 부족하고 시설 미비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악성 민원과 언어폭력에 시달렸고, 과도한 체중변화와 수면장애, 대상포진 등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고립된 상황에서 죽어나가는 환자들을 보며 우울·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간호 인력 확보하고 심리지원시스템 구축해야”
이날 발제를 맡은 강경화 한림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사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로 감염병 위기 대응 체계 구축, 간호사 인력 확보, 심리지원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특히 심리지원시스템과 관련해 일반 시민 대상 프로그램 위주인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더 나아가 간호사 직종의 특수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에서 사회권전문위원을 맡은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권위에도 재난 대응과 관련해 인권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선 재난 대응과 관련해 특히 의료상의 측면에서 여러 노력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재난이 생겼을 때 의료 인력이 어떻게 동원돼야 하는지, 그 역할을 비상시에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단계를 설정해 훈련하고 그에 맞춰 여러 인력을 미리 준비·훈련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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