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줄서기'가 에티켓? 길 안 비킨다고 어깨 찬 남성

김성진 기자, 유예림 기자 2022. 10. 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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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비켜달라"고 말했지만 B씨가 응하지 않자 B씨의 어깨를 발로 찼다.

B씨는 넘어지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항의하면서 A씨를 따라 지하철에 함께 탔다.

용강지구대 경찰관들이 A씨가 내린 이대역으로 출동했다.

A씨는 경찰관들과 마주치자 도망치는 등 저항했지만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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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전 10시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53세 남성 A씨가 40대 남성 B씨의 어깨를 발로 찬 사건이 벌어졌다. B씨는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줄에 서 있었다.

A씨는 "비켜달라"고 말했지만 B씨가 응하지 않자 B씨의 어깨를 발로 찼다. B씨는 넘어지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항의하면서 A씨를 따라 지하철에 함께 탔다. 이어 112에 전화해 위치를 알렸다. 두사람은 8개 역을 지나며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5단계로 구분된 신고 체계 중 가장 높은 '코드 제로'를 부여하고 출동했다. 용강지구대 경찰관들이 A씨가 내린 이대역으로 출동했다. A씨는 경찰관들과 마주치자 도망치는 등 저항했지만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A씨를 벌금형 약식기소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들간 물리적 충돌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사건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비롯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이용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손수레 때문에 서서 가야 해서 오른쪽 줄로 타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왼쪽 줄은 급해서 걷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워두는 게 '에티켓'으로 굳어졌다./사진제공=서울시


28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사고는 2020년 28건, 2021년 62건으로 집계된다. 올해도 지난 9월까지 61건 발생해 비슷한 추세라면 연간 발생 건수가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런 사고는 257건이었다. 이 중 60대 이상 이용객 사고가 150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넘어진 사고 중에는 옆사람, 앞사람 등과 함께 넘어진 경우가 상당수다. 경찰은 이런 사고를 '제3자 사고'라 부른다.

사고 유발자는 민·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60대 남성이 넘어지며 앞에 있던 70대 남성과 함께 넘어진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60대 남성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현행 승강기안전관리법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걷거나 뛰지 않고 서서 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본인뿐 아니라 앞·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쓰러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손잡이를 잡아 이용객 안전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김용판 의원실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를 빨리 내려가야 하는 급한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나면 자칫 큰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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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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