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 방우리 감독 "클리셰 아닌 클래식으로 봐준 전세계 관객에 감사" [인터뷰M]
지난 21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대상으로 K-첫사랑의 순애보를 알리고 있는 영화 '20세기 소녀'의 방우리 감독을 만났다.
단편영화 '영희 씨'로 35회 청룡영화상 청정원 단편영화상과 17회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던 방우리 감독은 '20세기 소녀'로 첫 장편 데뷔를 했다. 데뷔작을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하게 된 방우리 감독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탈고할 때쯤 코로나가 와서 과연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가 구세주처럼 왔다. 극장 상영을 목표로 했었지만 글로벌 팬과 한 번에 만날 수 있고 장점이 많은 플랫폼이라 생각돼서 지금은 고맙고 만족스럽다. 지난 금요일에 공개됐는데 글로벌 순위로 즉각적인 반응도 느껴지고, 저는 한국형 영화라 생각했는데 특히 외국인들이 바로바로 리뷰를 보내주니까 이런 게 플랫폼의 특징인가 싶고, 이런 모든 반응과 과정이 처음이라 신기하다"라며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한 소감을 밝혔다.
방우리 감독이 실제 학창 시절에 쓴 교환일기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영화는 "친구들과의 그 시절을 담고 싶은 게 첫 이유였다. 그때의 일기 내용을 보니 대부분이 당시 서로 관심 있어 하던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더라. 생각해 보면 청춘과 첫사랑은 뗄 수 없는 이야기 같아서 친구와 첫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친구와의 우정을 놓칠 수 없어서 우정과 첫사랑의 균형을 맞추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라며 방 감독은 영화의 주요 소재를 이야기했다.
영화의 소재를 주변에서 얻어오는 걸 좋아한다는 방우리 감독은 "첫 단편 영화도 어머니 이야기 중 하나를 확장시킨 것이고, 그다음 영화는 아버지, 그다음은 선배님, 이번에는 친구를 대신해 한 남자를 관찰했던 나의 이야기를 확장해서 썼다. 엄마, 아빠, 저로 완성된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예전부터 평범한 삶에서 영화 같은 순간이 있는 걸 포착해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좋아할 수 있는 걸 만들자는 건데 그런 영화로 데뷔해서 뜻깊은 작품"이라며 영화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20세기 소녀'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199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90년대 시대극을 하게 된 이유로 방 감독은 "얼마 전만 해도 7080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요즘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인기를 끌고 '동감'같은 영화도 나오는 걸 보면 제 나이대의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나 보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는 시기인 건지, 세기말 감정을 젊은 친구들은 레트로라 생각하고 즐기기도 하는데 문화의 주류에 들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라며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게 좋은 현상이라는 말을 했다.
90년대의 시대물을 구현하기 위해 소품이나 패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방 감독은 "소품 구하는 게 일인데 특히나 고장 난 게 대부분이어서 힘들었다. 삐삐도 원하는 디자인을 쓰려니 외국에 보내서 수리해야 했고, 캠코더도 배터리가 없어 작동이 안 되고, 옛날 PC도 그렇고 옛날 것들을 사용할 때 망가진 걸 수리해야 하는 게 일이었다"라며 남다른 고충을 밝혔다. 그러며 "제가 가지고 있던 마이마이도 가져왔었는데 그것도 작동이 안 돼서 소품팀에서 다른 걸로 구해줬다"라며 소장품은 영화에 활용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했다.
다만 패션에 대해서는 "지금도 다들 통바지를 입고 있어서 이질감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 같고 귀엽게 봐주시는 게 신기했다. 2018년에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었는데 패션이 돌고 돌아서 어찌나 다행인지"라며 다시 돌아온 레트로 유행 때문에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방 감독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신인이었다. 김유정만 아역부터 활동하여 올해로 19년 차인데 "김유정이 나이는 어린데 불구하고 기둥처럼 잘 해줬다. 저를 포 한 해 다들 '김선배'라고 불렀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고등학교 절친 설정이어서 실제로 친해지지 않으면 편안함이 나오기 힘든데 김유정이 주도해서 주기적으로 만나며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더라. 특히나 감동받은 부분은 감정 신 연기 때였다. 자기의 정면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는 앞에서 대사만 맞춰줘도 되는데 똑같은 감정과 텐션으로 엉엉 울면서 연기를 하더라. 그렇게 안 해줘도 되는데 눈이 팅팅 부을 정도로 진심으로 연기를 해줬다. 감독으로서는 우는 신이 있을 때마다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김유정은 자신이 그렇게 해줘야 신인들의 연기에 도움이 된다며 매번 그렇게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라며 현장에서 김유정이 솔선수범하여 또래 배우들을 이끌고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아직 리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방우리 감독은 "몇 개 본 것 중 기억에 남는 건 '클리셰가 아닌 클래식'이라는 것이다. 추억을 가지고 만드는 거라 신선함보다는 추억이나 노스텔지아에 맞춰 쓰다 보니 클리셰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대신 우리만의 색깔을 입혀 정면 승부하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클래식으로 봐주신 게 힘이 되더라"라며 기억에 남는 관객의 반응을 전했다.
청춘물을 좋아한다는 방우리 감독은 "그동안 제가 좋아했던 첫사랑 물은 '건축학개론'도 그렇고 남성형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핬고, 거기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저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거라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20세기 소녀'를 시작으로 청춘 영화가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우리의 첫사랑 영화 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라며 첫 데뷔작이 가지는 의미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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